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 자본시장연구원과 더불어 '디지털자산법안 주요 쟁점·입법 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측은 이 자리에서 "최근 디지털 자산 업계가 과거 자본시장의 행태를 그대로 따라하는 '클로닝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며 "기존 자본시장의 문제점에 대응했던 것과 유사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미나에서 거론된 사안들은 대체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가상자산 관련 조치, 유럽연합(EU) 의회서 지난 6월 통과돼 오는 2024년 시행을 앞둔 이른바 '미카(MiCA, Markets in Crypto-Assets)'에서 다룬 것들과 유사하다.
가상자산 규제 이슈는 다음달 4일로 예정된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질 전망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2022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가상자산·NFT(대체불가능토큰) 투자자 보호, 공직자의 가상자산 관련 이해충돌 문제, 가상자산 소득 과세제도 등을 기획재정위원회 주요 이슈로 지적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국정감사 소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거래소들은 지난해 3월 특금법(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가상자산 원화 거래에 있어 은행 실명계좌 의무화, 올 3월에는 100만원 이상 가상자산을 거래 시 정보를 제공하는 의무를 뜻하는 이른바 '트래블룰' 등 다양한 규제에 노출돼왔다.
5대 원화 거래거래소들의 협의체 DAXA(Digital Asset eXchange Alliance) 의장을 맡은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이달 22일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 기자회견에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신청된다면 출석할 계획"이라며 "이 자리에서 업계의 목소리를 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선 미국의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SEC의 규제 압박에 대응해 상품선물거래위원회(CTFC)와 연대했듯, 금융당국의 규제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업계가 중기부와 연대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기부는 지난달 2일 '증권형 토큰 해외사례 연구를 통한 도입방안' 연구를 목적으로 용역을 발주, 참가사 모집에 나섰다. 이를 두고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가상자산에 긍정적으로 접근하려는 기조"라며 "업계 입장에서 유리한 시그널"이라고 평했다.
SEC와 CTFC는 코인 규제 수위를 놓고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례로 SEC는 올 6월 코인베이스 직원을 내부자 거래 혐의로 기소하던 과정에서 총 9종의 암호화폐가 증권으로 간주된다고 명시했다. 이에 CTFC는 "다른 규제기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압적 조치"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에 연사로 참여한 CTFC의 캐롤라인 팸 위원은 "규제 당국은 가상자산 시장 규율에 있어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며 "보다 전향적인 참가 의지와 열린 마음으로 업계와 대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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