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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워싱턴] 미국, '디지털 달러' 조기 발행 쪽으로 기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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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워싱턴] 미국, '디지털 달러' 조기 발행 쪽으로 기우나

백악관, 관련 부처 보고서 제출 받아…재무부는 긍정적 입장 밝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사진=핌트이미지 확대보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사진=핌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가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발행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미국 정부는 디지털 달러가 세계 기축 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미국 언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재무부, 법무부, 소비자 금융 보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여러 정부 부처에 디지털 자산 규제 방안 검토를 지시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들 기관은 암호 화폐가 금융시장, 환경, 혁신 및 경제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9개의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했다고 백악관이
16일 밝혔다.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백악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디지털 화폐 발행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 보고서에서 “미국이 잠재적 CBDC에 대한 정책과 기술적 작업을 진전시켜 CBDC가 국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면 미국이 이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현시점에서 볼 때 우리의 결제 시스템이 너무 느리고, 너무 비용이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는 디지털 달러 화폐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라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AP 통신은 싱크탱크인 애틀란틱 카운슬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현재 CBDC를 추진하고 있는 국가가 105개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과 영국이 CBDC 발행 준비에 뒤처져 있다고 AP가 강조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종이 화폐를 디지털화한 것이다. 이는 디지털로 거래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비슷하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관리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디지털 달러는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새로운 지급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신용 카드나 직불 카드 또는 벤모, 애플 페이처럼 개인이 스마트폰으로 디지털 달러를 가지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결제할 수 있다.

연준은 지난달 16일 시중 은행이 암호 화폐와 관련된 거래 전후에 반드시 연준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지침을 발표했다. 연준은 변동성이 큰 암호 화폐가 안전, 건전성, 소비자 보호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은행이 암호 화폐와 관련된 업무를 하기 전에 연준에 그 내용을 보고해 합법적인 금융거래인지 확인받도록 했다. 또 암호 화폐와 관련된 거래가 끝난 뒤에도 디지털 자산 처리 내용을 연준에 상세히 보고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연준은 시중 은행이 암호 화폐와 관련된 거래를 정부 규제 당국에도 알리라고 권고했다.

미국 의회는 연준이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와 경쟁할 수 있도록 디지털 달러 화폐를 조기에 발행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초당적으로 마련했다. 이 법안은 미국 달러화가 국제 금융계에서 기축 통화 지위를 흔들림 없이 유지할 수 있도록 디지털 달러화를 될 수 있으면 이른 시일 내에 발행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에서 루나-테라 사태의 영향으로 디지털 화폐의 조기 발행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준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디지털 달러 발행을 추진할지 구체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았었다. 미국 달러화는 국제 금융계에서 확고한 기축 통화 자리를 굳히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을 비롯한 미국의 경쟁국들이 디지털로 자국 화폐를 발행했을 때 달러화 위상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참가하는 외국인 선수와 관람객 등을 대상으로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화(e-CNY)를 정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2020년에 처음 도입해 주요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지난해 11월 초를 기준으로 1억 4,000만 명이 디지털 위안화 거래 계정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중국인들이 현재 디지털 위안화보다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