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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원전이 되살아난다…에너지대란 속 각국 속속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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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원전이 되살아난다…에너지대란 속 각국 속속 가동

서방 국가들, 기존 원전 사용 연장·신축 추진
독일에 있는 한 원자력발전소.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에 있는 한 원자력발전소. 사진=로이터
서방의 주요 국가에서 원전이 되살아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발생함에 따라 각국이 탈원전 정책을 앞다퉈 폐기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프랑스, 벨기에 등 서방의 여러 국가가 지난 수십 년 간 추진해온 탈원전 정책을 유보하고, 수십 개에 달하는 원전 가동 연장 조처를 했다. 특히 프랑스는 향후 수십 년에 걸쳐 14개의 신규 원전을 짓기로 했다. 영국, 체코, 폴란드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도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WSJ이 전했다.

벨기에는 2025년 폐쇄할 예정이었던 2개의 원전을 2036년까지 가동하기로 했다. 독일은 올해 말에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처음으로 원전 신·증설을 검토하기로 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인정해 광범위한 세제 혜택을 주고,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했다. 러시아산 가스에 약 전체 소비의 40%가량을 의존하던 유럽 국가들은 치솟은 가스 가격으로 인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영국은 원자력 발전이 전체 전력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현재 16%에서 2050년까지 25%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영국은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원전을 최대 8기 건설하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영국 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2030년대 중반 모두 폐쇄될 예정이었다.

일본은 원전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원자력발전소 장비 등 부품 생산 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제1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원전 신설이나 개축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일본이 공식적으로 원전 신·증설을 결정하면 에너지 정책이 원전에 계속 의존하는 방향으로 대폭 전환하게 된다.

일본 정부는 현재 최장 60년인 원전의 운전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의 운전 기간을 원칙적으로 40년으로 정했으며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인정하 최장 20년 연장해 총 60년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정부는 운전 중단 상태인 원전의 재가동도 추진하기로 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내 원전 중에서 원자력규제위의 심사에 합격해 재가동한 원전은 모두 10기다.

미국은 2013년 이후 13개 원전의 문을 닫았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배정된 총 3690억 달러(약 494조 원) 규모의 기후변화 대응 예산 중 상당 금액을 미국 내 원전 산업에 투입한다. 이 법 시행으로 원전 산업에 대한 대규모 세액 공제가 추진된다. 오는 2024년부터 2032년까지 미국 전력 회사들은 기존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에 대해 ㎿h(메가와트시)당 15달러의 세액 공제 혜택을 받는다.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40% 줄이려면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원전 가동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제 신규 원전을 건설하면 설비투자 금액의 30%에 대한 투자 세액 공제는다. 미국에서 새 원전이 건설된 것은 2016년 가동이 시작된 테네시주의 와츠바 원전 2호기가 마지막이다.

독일 올겨울 에너지 대란 대비하기 위해 남아 있는 원전 3기의 수명을 연장하기로 했다. 강력한 탈원전 정책을 펴왔던 독일은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가 심화하면서 원전 연장을 추진했다. 지난달 러시아가 독일에 대한 가스 수출을 80% 줄인 후 로버트 하벡 독일 부총리는 올겨울 가스 부족 가능성에 대한 광범위한 분석을 지시했다.

프랑스는 유럽 최대 원전 국가이다. 프랑스는 56기의 원자로 사용을 연장하려고 모두 50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현재 프랑스 원자로 56기 중 절반가량은 부식이나 유지·보수 등을 이유로 사용할 수 없다. 프랑스에서 원전은 전체 전력 생산의 70%가량을 차지한다.

미국이나 프랑스, 영국에서 소형 모듈 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 구축을 위한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