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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동성 함정' 빠졌다…인민은행 돈 풀어도 경기 안 살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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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동성 함정' 빠졌다…인민은행 돈 풀어도 경기 안 살아나

중국 베이징 소재 중국인민은행 본점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베이징 소재 중국인민은행 본점 모습. 사진=로이터
지난 15일 중국 인민은행의 예상치 못한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 인하는 정부의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중국 당국이 금융시스템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해 경기를 살리려 하지만 소비수요는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로이터 등 외신이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와 7일 만기 역레포(환매조건부 채권) 금리는 각각 10bp(1bp=0.01%포인트) 인하됐다. 다만 은행간 시장에서 금리가 이미 훨씬 낮은 수준을 맴돌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 확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 조치와 부동산 위기로 흔들린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알리샤 가르시아 헤레로(Alicia Garcia Herrero) 나틱시스 아태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인민은행이 일본형 유동성 함정 수준은 아니지만 '부분적인 유동성 함정'에 직면해 있다고 말하면서 "시스템 리스크가 커지면서 대형은행에 현금이 맡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더라도 더 '이단적 정책'이 필요하다며, 성장률 제고는 중소기업에 대출해주는 중소은행에 유동성을 투입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서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장 내부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규제 완화, 파산 직전의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직접 구제 등 경기 회복을 위해 통화 완화 정책을 뛰어 넘는 다양한 대책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궈위안증권(Guoyuan Securities)의 경제학자 로키 판(Rocky Fan)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부채 위기 속에서 공격적인 주택 구입과 미완성 부동산에 대한 대출 지불 거부로 이어지는 문제를 예로 들었다.

판씨는 "경제 회복을 위해 부동산 문제 해결이 필수이며, 그 길은 가시밭길과 같다. 도덕적 해이를 감수하고 재정난에 빠진 개발회사들을 정부가 모두 구제하지 않는 한 해결의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 추세이지만, 중국 정부는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하며, 은행 대출 확대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 7월 위안화 표시 신규 대출은 큰 폭으로 감소했고, 전반적으로 신용 증가세가 둔화돼 수요가 얼마나 부진한지를 보여줬다.
한편, 중국의 은행에는 현금이 넘쳐나고 있다. 국내에서 광의의 통화공급량인 M2(현금+예금)는 7월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해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상반기 가계부문 예금은 10조3000억 위안(1조5200억 달러) 증가했다.

제프리스 분석팀은 "기업과 가계 모두 지나치게 안전 지향적이어서 중국 은행들이 놀라운 속도로 준비금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5일 금리 인하는 수요 부족에 대한 대응이었지만 실물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는 기대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차오(David Chao) 인베스코 아태지역(일본 제외) 글로벌 시장전략가는 금리인하가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며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키고 가계와 기업 심리를 끌어올릴 수 있는 추가 대책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계약금 규제 완화, 관공서 절차 간소화, 개발업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를 지지한다.

클락 타워그룹(Clock Tower Group)의 중국 전략가인 카이웬 왕(Kaiwen Wang)은 금융 버블을 우려하는 중국 인민은행이 은행 간 단기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훨씬 낮은 금리 환경을 용인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금리인하 전 단계부터 은행간 금리가 정책금리를 훨씬 밑돌았던 만큼 중국 인민은행의 행보가 불필요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피치에 따르면 올해 5월 중국의 머니마켓펀드(MMF) 자산은 11조위안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고 시장 규모는 유럽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커졌다.

일부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고 있고, 일부 금융 시장은 플러싱(flossing)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공식 통계를 보면 올해 6월 중국 머니마켓 거래량은 전년 동월 대비 44% 증가했고, 거래소 상장지수펀드(ETF)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해 레버리지 거래 확대가 엿보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마진대출 잔액은 4개월 만에 최고치인 1조 6,400억위안을 기록했고 투기거래에 취약한 소액주주인 CSI1000지수는 4월 하한가보다 40% 이상 높은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긴샤(Ginxia) 인베스트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샤천(Sha Chun)은 금리인하 이후 중국의 10년 만기 국채 선물에 2년 랠리를 가져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유동성 부족이 아니라 가계와 기업에 대한 비관적 전망과 약화된 자신감, 전형적인 대차대조표 불황"이라고 말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명예기자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