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미국 전기차 생산 거점 확보 계획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州)에 6조3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전용 신공장 건설과 배터리셀 공장 투자 등 2025년까지 전기차 전용 생산 거점을 마련한다.
신설되는 전기차 공장은 기아 미국생산법인(기아 조지아)의 약 400㎞ 거리에 있는 브라이언카운티에 들어설 예정이며 1183만㎡ 부지 위에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출 계획이다.
앨라배마주에 있는 현대차 미국생산법인(HMMA)과 함께 부품 협력사 및 물류 시스템 등을 공유함으로써 효율적 공급망 관리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총 32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약 12%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2030년까지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18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춰 2030년 연간 18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고 기아는 2030년까지 전기차 13종을 출시해 같은 해 14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
미국 시장에서는 2030년 총 84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전기차 전용공장 및 배터리셀 공장 설립 계획은 이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이다. 앞서 지난달에도 제네시스 GV70 전동화모델(EV)을 올해 미국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도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에 따라 올해 75만대 규모에서 2025년 203만대, 2030년 602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미국산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약 44만대에 달하는 정부기관의 공용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10월부터는 미국산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완성차의 현지 생산 부품 비율을 현 55%에서 60%로 상향하고 2029년까지 75%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세액 공제 역시 미국산 차와 수입차에 다른 기준을 적용해 미국산 차가 우선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GM은 디트로이트 햄트랙공장 이름을 '팩토리제로(Facrory Zero)'로 바꾸고 22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전용공장으로 바꿨으며 전기트럭 생산 확대를 위해 미시간주 제조시설 4곳에 4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에는 26억 달러를 투입해 랜싱에 새 전기차 배터리 공장도 건설한다.
포드는 미시간주 디어본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완공해 올해부터 전기 픽업트럭 F-150을 생산하고 있으며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대규모 전기차 조립공장과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폭스바겐은 북미 전기차 생산 및 현지화를 위해 향후 5년간 71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독일에서 수입 판매하던 ID.4를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테네시주 공장에서 생산하고 배터리셀 현지 생산도 검토한다.
토요타는 2025년 가동 예정인 리튬이온배터리 공장을 비롯해 2030년까지 총 34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에서 차량용 배터리를 생산한다.
이런 가운데 2025년 조지아 신공장이 가동되면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현지 생산의 첫 발을 내딛은 2005년 앨라배마 공장 가동 이후 20년 만에 순수 전기차만을 생산하는 완성차 공장을 미국 내에서 확충하게 된다.
이에 대해 조지아주도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화답했다. 조지아 주정부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현대차에 대해 18억 달러(약 2조358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지원하기로 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조지아 주정부는 내년부터 26년 동안 현대차에 4억7200만 달러 이상의 재산세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또 현대차는 5년 동안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2억1200만 달러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다.
공장이 들어서는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의 지방자치단체들은 현대차 투자와 관련해 ▲도로 건설비용 2억 달러 ▲발전소 부지 구매 8600만 달러 ▲건설·기계 장비 비용 5000만 달러 등을 자체 재정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공장 건설 기계와 건설 자재에 대한 세금 3억9600만 달러에 대한 감면도 약속 받았다.
이 같은 인센티브는 상당히 긍정적인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50억 달러를 들여 20만대 생산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조지아주 러틀리지에 설립하기로 한 전기차 기업인 리비안에 대해 조지아주가 15억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한 것과 비교하면 더 많은 수준이다.
이 같은 대미 투자는 결국 과거 현대차가 앨라배마 공장을 건설했던 사례와 비슷하게 전반적인 연관산업의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게 현대차의 기대다.
2005년 현대차의 첫 미국 완성차 공장인 앨라배마공장 가동을 기점으로 완성차 수출액은 큰 폭으로 증대되고 국내 부품산업의 글로벌 진출도 활성화한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앨라배마공장과 조지아공장 건설 이후 글로벌 완성차업체로 도약했다.
공장 가동 이전인 2004년 연간 70만대에도 못 미쳤던 양사의 미국 내 판매량은 지난해 149만대로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국내 판매량인 126만대보다 많은 규모다.
이번 전기차 전용 공장을 통해서도 미국 제품 공급을 담당하는 국내 공장의 대미 전기차 수출을 늘리는 한편 국내 부품업체들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전동화 전환 대응에 부심하고 있는 부품업체들이 미국 전기차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하는 한편 전기차 부품의 국내 생산과 대미 수출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협약식 당시 "제조 혁신기술 도입, 신재생 에너지 활용 등 미국에서의 첫 스마트 공장으로써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 달성을 위한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덕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u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