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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美 고물가 사태로 '대퇴직' 행렬 중단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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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美 고물가 사태로 '대퇴직' 행렬 중단되나

자발적 퇴사자 4분의 1이 후회… 직장 복귀 원해

미국에서 고물가 시대를 맞아 자발적 퇴사자의 4분의 1이 퇴사 결정을 후회하고, 일부는 직장 복귀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에서 고물가 시대를 맞아 자발적 퇴사자의 4분의 1이 퇴사 결정을 후회하고, 일부는 직장 복귀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둔 퇴직자가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고, 펜데믹이 수그러든 뒤에도 대퇴직(The Great Resignation) 행렬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이제 고물가 시대를 맞아 대퇴직 대열에 합류했던 사람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수백만 명이 퇴직 결정을 후회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내 자발적 퇴직자는 지난 3월 사상 최고 수준인 454만 명을 찍은 뒤, 4월 440만 명대를 기록하며 고공 행진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 동안 약 2,000만 명이 자발적으로 퇴사했다. 미국에서 올해 자발적 퇴직자가 약 10년 전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
인공 지능 구직 플랫폼인 잡리스트(Joblist)가 1만 5,000명의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자발적 퇴직자 중 약 25%가량이 퇴직 결정을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그동안 구직자가 우위에 섰던 노동 시장이 다시 고용주 우위 구조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이 진단했다.

미국 구직자의 약 50%가량이 향후 6개월 사이에 고용 시장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퇴직 대열에 합류했다가 다시 구직에 나선 사람의 42%가 기대했던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재취업에 나선 일부 노동자는 그 전 직장에서 형성했던 동료 직원들과의 인간관계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퇴직 대열 합류자 중 건강 관련 업종 종사자들이 퇴직 이후 후회하는 비율이 14%로 다른 직종에 비해 가장 낮았다.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로 심신이 지쳐 퇴직했고, 다시는 일선으로 복귀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비어있는 일자리가 늘어나고, 퇴사자가 증가하면 기업은 그만큼 구인난에 시달리게 된다. 미국 기업들은 직원 채용과 유지를 위해 직원 봉급을 올려주고 있고, 기업의 인건비 증가는 상품과 서비스 요금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압박한다.

자발적 퇴직자들 상당수가 코로나19 대유행이 퇴조했음에도 단순히 일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가게에 나가 물건을 사지 않고, 외식도 하지 않는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장기 사회적 거리두기’(long social distancing)라고 부른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상처가 깊은 이들 중에는 여성, 고졸 이하의 저학력자, 저임금 근로자가 많다.

자발적 퇴직 이후 일자리 복귀를 단념한 사람들이 많으면 노동 인구 감소로 인해 이것이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노동력이 감소하면 미국의 생산성이 떨어진다. 또 인력난으로 인해 근로자의 봉급이 올라가면 기업이 인건비 등의 비용 증가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함에 따라 물가가 오른다.
미 센서스국의 조사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직장을 그만둔 사람이 약 600만 명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 등으로 지난해에는 그 숫자가 300만 명가량으로 줄었고, 올해 3월 중순에는 230만 명가량으로 감소했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하려면 노동 참여 인구가 증가해야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정부의 지원금 등으로 가계 저축 액수가 증가했으나 이제 이 돈이 줄어들면 일부 근로자가 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직자가 늘어나야 기업이 봉급 인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임금 상승에 따른 상품 가격 인상을 막을 수 있다. 그렇지만, ‘장기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직장 복귀를 거부한 채 고립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으면 연준이 미국 경제 연착륙에 성공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