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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순환경제’ 바람타고 쑥쑥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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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순환경제’ 바람타고 쑥쑥 큰다

전기차 수욕 급증‧원재료 경쟁에 시장 확대
국낵선 2025년부터 연평균 33% 성장 예상

북미 최대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라이-사이클의 재활용 라인. 해당 업체에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지분을 투자했다. 사진=라이-사이클이미지 확대보기
북미 최대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라이-사이클의 재활용 라인. 해당 업체에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지분을 투자했다. 사진=라이-사이클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기에서 시작해 자동차 등 운송수단과 발전소 등 전력 단지 등에 불고 있는 전동화 흐름에 맞춰, 폐배터리를 활용한 순환 경제산업도 활기를 띄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의 교체 주기는 최소 7년이다. 늦어도 10년 내에 교체해야 에너지밀도 감소에 따른 운행 차질을 피해갈 수 있다. 따라서 2018년도부터 전기차 배터리가 본격적으로 활용된 국내 시장에선 폐배터리(사용 후 배터리) 발생 시점을 2025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폐배터리 시장의 규모와 비례한다. 여기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트렌드, 원자재 가격 폭등세가 지속되면서 경제성도 확보했다. 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사용'하거나, 폐배터리에서 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로 설명했다.

재사용 방식은 배터리 모듈 및 셀을 해체하는 과정이 없어 안전하고 추가 비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이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안전기준과 표준 합의 전이라 상용화까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재활용 방식은 이미 상용화됐다. 배터리 내 코발트, 리튬 등을 추출해 다시 배터리 제조에 활용하거나 타 산업에 판매가 가능해 원료 가격 변동 영향이 큰 국내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사실상 순환경제의 정점이다. 재사용 배터리도 종국엔 재활용을 거쳐야 하기 때문. 원재료 비용 절감과 함께 수급 안정성을 높인다.

구체적인 수치는 삼정KPMG에서 지난달 21일 발간한 보고서 '배터리 순환경제,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의 부상과 기업의 대응 전략'에서 살펴볼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30년 3364기가와트(GWh)까지 증가하면서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도 2025년부터 연평균 33% 성장해 2040년 573억달러(약 68조원)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선두 기업은 성일하이텍이다. 2008년부터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시작한 국내 1세대 기업으로, 금속 고순도 추출을 강점으로 내세울 만큼 기술 확보에 앞서 있다. 생산 기지는 전북 군산이다. 이곳 공장에서 해외 법인이 수거한 폐배터리를 습식공정으로 후처리한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1470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코스닥 상장을 위해 심사 일정을 밟고 있다.

전북 군산에 위치한 성일하이텍.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8월 19일 이곳을 방문해 희소금속 생산 주요시설을 둘러봤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이미지 확대보기
전북 군산에 위치한 성일하이텍.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8월 19일 이곳을 방문해 희소금속 생산 주요시설을 둘러봤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이지트로닉스와 코스모화학도 주목할 만한 폐배터리 관련 기업이다. 두 기업 모두 신기술로 폐배터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키웠다. 이지트로닉스는 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산업에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현대자동차와 실증사업을 진행했다. 2024년 이후 양산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코스모화학은 자회사(코스모신소재)와 함께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 소재인 전구체를 국산화하며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했다.

코스모화학이 전구체 원료인 니켈과 코발트를 추출하면 코스모신소재가 열처리 과정을 거쳐 전구체와 양극재를 만든다. 이후 다 쓴 배터리는 다시 코스모화학으로 돌아간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양극재 밸류체인을 내재화한 것이다. 이산화티타늄을 생산하는 국내 유일 기업에서 이차전지 전문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한 코스모화학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시설투자금 300억원, 원재료 구입자금 115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배터리3사는 후발주자로 등장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직접 재활용 사업에 뛰어든 반면 LG 계열사와 삼성SDI는 관련 업체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사업 추진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온을 통해 배터리 사업을 진행 중이다. 경쟁력은 자체 기술에서 나온다. 폐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 형태로 리튬을 추출하는 등 관련 특허만 50건 이상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적 투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데모 플랜트의 기계적 준공을 마친 뒤 이달부터 부분 시험 가동에 돌입했다. 아울러 미국, 유럽, 중국 등에 폐배터리 재활용 상업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총 600억원을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 '라이-사이클(Li-Cycle)'에 투자해 지분(2.6%)을 확보,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재사용에 관심이 많다. 오창공장에 설치한 '전기차용 충전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스템'이 일례다. 향후 테스트를 거쳐 폐배터리 재사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피엠그로우에 지분을 투자해 사업 확대를 모색해왔다. 폐배터리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전기버스 배터리를 재활용한 ESS 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기업인 성일하이텍과도 협업 중이다.

정부도 정책 마련으로 시장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폐배터리 사업 활성화를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나라는 노후 전기차에 대한 법률은 존재하지만 폐배터리에 대한 구체적인 법안은 없다. 때문에 정부는 이번 용역 결과에 따라 폐배터리의 재사용·재활용 서비스를 비롯해 '이동형 충전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소미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nk254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