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국가 국민들 사이에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미국을 압도적으로 능가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최대 경제강국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싱크탱크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가 최근 펴낸 보고서의 핵심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1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캄보디아, 브루나이, 라오스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아세안·ASEAN) 회원국 국민 1677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설문조사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76.7% “중국 경제적 영향력 압도적”
보고서에 따르면 ‘어느 경제대국이 동남아 지역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큰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6.7%가 중국을 꼽았다. 이는 지난해 조사에서 나타난 응답률 75.9%보다 소폭 증가한 수준이다.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국을 아세안 역내에서 가장 유력한 경제패권국으로 여기는 시각은 지난 2019년부터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월등히 강하다고 보는 시각은 브루나이 국민(84.9%), 캄보디아 국민(84.0%), 라오스 국민(86.4%), 미얀마 국민(83.4%), 싱가포르 국민(81.1%)에서 특히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본 응답자는 9.8%에 그쳐 대조를 이뤘다. 미국을 꼽은 응답은 지난해 조사에서 나타난 6.6%보다 소폭 증가했다. 미국의 영향력이 늘었다고 보는 의견은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에서 특히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중국에 비하면 여전히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64.4% “中 영향력 확대에 우려”
아세안 역내에서 중국의 경제력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인식과 아울러 중국 경제적 패권주의를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4.4%가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밝힌데 비해 그렇지 않다는 의견은 35.6%에 그쳤기 때문이다. 우려하는 여론은 지난해의 68%보다 소폭 감소하고 환영하는 여론은 지난해의 32%보다 소폭 증가했으나 전체적인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전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24.8%가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 33.3%가 ‘거의 기대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보여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58.1%에 달했다. 기대한다는 의견은 26.8%에 그쳤다.
거꾸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환영한다는 의견은 지난해 75.5%에서 올해 68.1%로 줄었고 우려한다는 의견은 24.5%에서 31.9%로 증가했다.
보고서는 “싱가포르, 미얀마, 라오스를 제외하면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는데 대한 우려가 지난해에 비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中 CPTT 가입, 찬반 여론 팽팽
한편, 중국이 지난해 11월 출범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1%는 중국의 CPTPP 가입이 미국과 중국간 무역 갈등을 비롯한 역내의 경제적 불안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시각을 보인 반면 29.9%는 갈등을 오히려 키울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주도로 중국을 견제할 의도로 꾸려진 것으로 알려진 미국·일본·호주·인도의 비공식 안보 협의체로 ‘쿼드(Quad)’가 강화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8.5%가 환영한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반대한다는 입장은 1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영국·호주의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6.4%가 중국의 군사적 패권주의에 대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22.5%는 역내 군사적 갈등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