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로봇자동화 설비 구축…품질 제고‧공기 단축‧원가 절감 기대
삼성엔지니어링 배관제작, 현대건설·삼성물산 천장 드릴·용접 로봇 선보여
삼성엔지니어링 배관제작, 현대건설·삼성물산 천장 드릴·용접 로봇 선보여

자동인식과 자율주행 능력을 갖춘 로봇이 작업장에서 드릴로 천장 타공작업이나 특수페인트 뿜칠(분무)을 하거나, 건축물에 설치될 배관 제품을 자르고 용접하는 등 ‘로봇 자동화’를 서두르는 건설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로봇을 활용한 스마트건설의 등장은 고위험 작업을 로봇이 전담해 현장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신속‧정확한 작업으로 시공비용 절감과 공기 단축 등 효율성을 늘리기 위한 건설사들의 요구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로봇을 활용한 첫 배관 생산에 성공하면서 스마트 로봇자동화 설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3일 스마트 배관제작공장(Smart Piping Shop)의 시제품 출하식을 갖고 로봇 배관 생산을 소개한 삼성엔지니어링은 앞서 지난해 12월 현대로보틱스와 배관과 철골 제작자동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올해 5월 배관제작 자동화 설비 개발을 완료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용 빈도가 높은 직경 4∼12인치 탄소강 배관 스풀의 '절삭-개선-용접' 공정 자동화에 성공했다”면서 “배관 스풀 용접의 핵심공정을 자동화한 세계최초 사례”라고 소개했다. 배관 스풀은 여러 개의 배관 조각을 연결해 놓은 것으로, 제작된 스풀은 건설현장에서 설치·용접을 거쳐 배관으로 연결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시스템 구축으로 ▲품질 제고 ▲공기 단축 ▲원가 절감의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건설은 지난 22일 경기도 성남 현대중공업 글로벌R&D센터에서 건설로보틱스 기술 시연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현대건설 기술연구원과 현대로보틱스 스마트건설 전문가, 로봇산업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한 시연회에서 현대건설은 건설현장에 투입될 현장순찰·무인시공 등 무인로봇의 성능을 실증했다.
현장순찰 로봇은 건설 현장 주변을 자율주행하면서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원격으로 현장 상황에 대응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무인시공 로봇은 근로자가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리프트에 올라가 해오던 천장 드릴 타공작업을 수행했다.
이날 무인시공 로봇은 상단에 부착된 AI 비전(객체 자동인식)을 통해 작업 지점을 찾고 자율주행 기반으로 지정된 작업을 원격으로 수행했다.
현대건설은 앞으로 도료·용접·조적 등 작업으로 로봇 작업의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물산도 건설현장의 대표 고위험작업으로 분류되는 ‘내화뿜칠’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국내 최초로 현장에 적용했다.
내화뿜칠은 건물의 철골 기둥과 보에 내화재를 덧칠해 높은 열에 견딜 수 있게 하는 필수작업이다. 이 작업은 근로자가 유독성 물질에 노출될 수 있고 높은 곳에서 작업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 위험성이 높은 작업으로 분류된다.
삼성물산이 자체 개발한 이번 기술은 고소작업대 상부에 내화재 분사를 위한 로봇팔을 적용하고 하부에는 원료 혼합기와 저장설비를 일체화한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삼성물산은 건설현장의 여러 고위험 작업을 로봇이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철근콘크리트 기둥에 구멍을 뚫는 '드릴링 로봇'을 비롯해 360도를 회전하면서 자동으로 배관용접이 가능한 '자동용접 로봇' 등 다양한 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실제 현장에 적용을 앞두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 기조와 내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비용과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로봇 활용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비용 등 문제로 중소건설사나 전문건설사는 로봇 활용에 진입 장벽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로봇 등 스마트건설 기술 도입 촉진을 위해 건설기업의 업종이나 규모 등의 여건을 고려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