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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여객기 화물기 개조는 '신(神)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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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여객기 화물기 개조는 '신(神)의 한 수'

화물 여객기로 창사 이래 최장 직항 거리 기록
올 1분기 영업익 1245억 '흑자'…화물 운송 효과
올해 여객 수요 회복 기대… 재무구조 개선

화물이 대한항공 화물기에서 내려지고 있다. 사진=대한항공이미지 확대보기
화물이 대한항공 화물기에서 내려지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조원태 회장이 이끄는 대한항공이 최근 항공화물 사업을 대폭 강화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언택트(Untact:비대면) 문화'로 재택에서 즐기는 소비 형태가 증가해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속히 발달해 이에 따른 제품 운송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를 마음껏 펼치는 이른바 '보복 소비'까지 겹쳐 항공 운송 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돼 전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수 조 원대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항공화물 시장은 초호황을 맞았다.

코로나19 진단키트와 방역용품 등 관련 물품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도 대규모 수송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딸기 등 농산물 수출도 급증세다. 지난달 딸기 수출이 4900만 달러(약 547억5700만 원)로 지난해 5월에 비해 24.7% 증가했다.

이처럼 딸기 수출이 늘어난 데는 대한항공이 항공화물 전용기를 운항한 점이 큰 영향을 줬다.

대한항공은 화물전용기, 개조화물기(화물 운송을 위해 좌석을 떼어낸 여객기),카고시트백(화물 운송을 위해 좌석 위에 특수장비를 설치한 여객기) 등 세 가지 방식으로 화물을 운송하고 있다.
수출전용기는 지난해 12월 11일 첫 출항을 시작으로 다섯 달 동안 주 4회씩 총 88회 운항했다. 싱가포르에 수출되는 딸기의 91.2%를 비행기로 실어날랐다. 싱가포르 딸기 수출물량은 총 1050.6t으로 전용기로 실어나른 물량이 958.7t이었다. 한 번 비행기가 뜰 때마다 딸기 10.89t이 수출된 셈이다.

화물 여객기로 창사 이래 최장 직항 거리 기록


대한항공은 코로나19에 따른 여객 수요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여객기 좌석을 제거한 항공기로 화물을 수송하고 있다. 업계에선 대한항공이 발빠른 항공물류 사업 확대로 코로나19 위기를 빠르게 극복 할 수 있었다며 '신(神)의 한수'로 평가한다.

대한항공의 화물 전용 여객기는 지난 12일 1969년 창사 이래 최장 거리 직항 운항 기록를 세우기도 했다.

12일 오후 9시 14분 인천공항을 출발한 화물 전세기 KE8047편이 14시간 42분 동안 1만3405km를 직항으로 비행해 미국 마이애미 공항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대한항공의 최장 거리 직항 운항 기록은 인천발 애틀랜타 노선으로 거리는 1만2547km, 비행시간은 13시간 50분이었다.

이번 인천발 마이애미행 직항 노선에는 화물 전용 여객기 보잉 777-300ER이 투입돼 코로나19 진단키트 등이 수송됐다. 승객 좌석 제거로 줄어든 항공기 중량과 높은 연료 효율성, 긴급 수송이 필요한 코로나 진단키트가 맞물리면서 이번 직항 운항이 이뤄지게 됐다고 한다.

대한항공은 '남미 노선의 허브' 마이애미에 정기편 화물기를 주간 6회 운항하고 있다. 정기편 화물기는 급유와 승무원 교체를 위해 중간 기착지인 앵커리지를 경유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부터 유휴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해 운용하고 있다. B777 10대, A330 6대 등 16대 여객기에 승객 좌석을 떼어내 화물기로 사용하고 있다. B777 2대는 승객 좌석에 화물을 탑재할 수 있는 장치(CSB:Cargo Seat Bag)를 장착했다.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여객기에 화물만 싣는 ‘화물 전용 여객기’ 운항 횟수는 총 8300회에 이른다.

◇ 올 1분기 영업익 1245억 '흑자'…화물 운송 효과


이와 같은 사업다각화에 힘입어 대한항공은 올 1분기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했다.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직후 발 빠르게 화물사업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대한항공 영업이익은 1016억원(연결 재무제표 기준)에 이른다. 지난해 1년치 영업이익 1089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1분기 화물사업 매출은 1조353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벨리(belly:여객기 하부 화물칸)수송을 이용한 항공화물 공급은 줄어들었으나,화물기 가동률을 높이고 화물전용 여객기 운항과 좌석장탈 여객기 투입 등으로 공급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접종 확대에 따른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항공화물 수요도 증가 추세다.

올해 여객 수요 회복 기대… 재무구조 개선


대한항공의 화물사업은 앞으로도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8.0% 늘어난 2조400억원, 영업이익은 46.1% 증가한 1610억원을 예상한다”며 “여객 회복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화물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20% 이상 성장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방 연구원은 “대한항공이 3~4년 간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양사의 강점인 미주와 중국노선 연계로 네트워크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화물 부문의 규모의 경제 효과도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도 대한항공의 올해 전체 매출액을 지난해 보다 2.32%(1770억 원) 늘어난 7조7830억 원이 될 것이라고 점쳤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7.88%(5100억 원) 증가한 6190억 원을 기대했다.

양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노선 합리화, 티켓 가격 정상화 등으로 과거에 경험 못했던 깜짝 실적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한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amsa091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