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재계 ‘충격파’ 던진 ‘카카오·우아한형제’ 창업자의 ‘기부 신화’

공유
0

재계 ‘충격파’ 던진 ‘카카오·우아한형제’ 창업자의 ‘기부 신화’

'김범수·김봉진' 연이은 투명한 기부 선언…‘폐쇄적’인 재계와는 결 달라
규모 5조5000억 원, 집행도 구체화…선언적 기부 탈피한 ‘실천적 기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왼쪽), 김봉진 우아한형제 의장과 아내 설보미씨.T사진=카카오, 우아한형제]이미지 확대보기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왼쪽), 김봉진 우아한형제 의장과 아내 설보미씨.T사진=카카오, 우아한형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 이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의 ‘재산 사회 환원’이 재계 안팎으로 신선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추정되는 기부 액수만 5조5000억 원이다. 나이 20세를 일컫는 ‘약관(弱冠)도 되지 않은 카카오와 우아한형제들의 자발적 형식의 기부는 50년이 지난 100년 앞두고 있는 주요 대기업 총수의 기부와는 결이 다르다. 이른바 ‘흙수저’에서 ‘금수저’로 금의환향한 김범수·김봉진 의장의 기부 행보는 기존 대기업의 ‘세습경영’과 ‘부의 대물림’ 흐름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카카오 김범수 이어 ‘우아한형제’ 김봉진도 5000억 원 사회 환원


지난 18일 국내 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적 기부클럽인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의 219번째 기부자로 등록한 김 의장은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이다.

더기빙플레지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가 2010년 설립한 자선단체다. 10억 달러(한화 1조원)가 넘는 자산을 보유해야 가입 대상이 되고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해야 한다. 여기에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등이 회원으로 올라 있다.

김봉진 의장의 재산은 배달의민족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하면서 받은 DH 주식 가치 등을 포함해 1조 원대로 추정되며, 5000억 원가량을 기부할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앞서 지난 8일에는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도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장의 재산은 10조 원대로 추정되며 기부 규모는 5조 가 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이들은 ‘실천적 기부’로 의지를 분명히하고 있다. 그간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선언적 기부와 자금 흐름의 폐쇄성과는 분명 차이를 보인다. 김범수 의장은 오는 25일 임직원들과의 간담회를 열고 기부 아이디어 등 방향성을 의논한다는 계획이다. 김봉진 의장은 더기빙플레지와 기부 서약을 마친 상태다.

◇ 파격적 기부 규모, 내용도 ‘투명화’…지배력 강화 창구로 전락한 대기업 ‘공익재단’


‘김범수·김봉진’ 의장의 자발적 재산 환원은 기존 대기업 총수와는 큰 차이다. 주요 대기업도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지만 그간 대기업의 재산 기부는 ‘총수 리스크’로 촉발된 여론 무마용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기부금 집행도 대기업내 마련된 재단을 통해 이뤄져 기부 내역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물론 대기업과 총수들이 거액을 사회단체에 기부한 사례도 있었지만 ‘재산 절반’을 떼어 공개적이고 투명화에 나선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대기업내 공익법인이 공익활동 내역과 정관 및 이사 구성에 대해선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또한 공익법인이 세금을 내지않고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한 창구로 활용된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결국 지난 2017년 12월 문재인 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이던 김상조 전 위원장이 재벌 지배구조 개혁의 첫 신호탄으로 공익법인 실태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듬해 7월 공정위가 165곳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들이 사실상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나 경영권 승계 등에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공익재단은 공익을 수행한다는 명목으로 상속·증여세 등을 면제받고 있다. 현행 대기업의 공익법인이 특정 기업의 주식을 5%(성실공익법인 10%)내에서 보유할 경우 상속·증여세를 내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공익법인이 본래 취지인 공익 활동보다 총수일가 계열사 주식을 기부받아 장기 보유하거나 계열사 주식을 매수하는 등 경영권 강화 역할을 대리하고 있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주요 대기업들도 사회적 역할을 위한 다앙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김범수·김봉진 의장의 재산 기부 선언은 재계의 사회적 역할에 또다른 숙제를 안겼다”고 말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