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은 그동안 건설과 환경부문을 중심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여 왔지만, 건설·환경·방송·물류·레저 등이 섞인 복합기업구조 형태를 보이면서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 기업 개요
◇ ‘관급공사 강자’에서 ‘디벨로퍼’로 우뚝
태영건설은 올해 토목·건축 부문 시공능력 평가순위 13위의 종합건설업체로, 지난 1973년 11월 태영개발㈜이라는 상수도공사 전문업체로 이름을 알린 이후 관급공사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왔다.
1980년대엔 주택, 건축, 택지개발사업, 도로공사 등 다양한 건설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간 끝에 1989년 기업공개를 단행했다.
1990년대부터는 대규모 택지개발과 아파트 건설은 물론 상하수도와 도로, 지하철 건설, 환경사업, 레저사업 등 사업 다각화에 주력하면서 중견건설사로 발돋움했다. 2002년 아파트 전문 브랜드 ‘데시앙(desian)’을 선보이고, 경기 수원시 세류동, 대구 수성동, 부산 문현동·연산동, 전북 전주 에코시티, 서울 창전동·장안동 등에 ‘데시앙’ 아파트를 공급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2017년 이전까지 태영건설 매출액의 80% 이상은 공공공사가 차지하고 있었지만, 관급공사 원가율이 90% 이상까지 치솟으면서 수익성은 바닥권이었다.
고심 끝에 태영건설은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민관협력투자개발(PPP)사업을 비롯한 자체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규모 복합단지, 도시개발사업, 산업단지, 상업·업무시설 개발사업을 이끌어내며‘디벨로퍼’의 면모를 과시했다. 총 사업비 1조 3000억 원 규모 광명역세권개발사업을 비롯해 창원 중동 유니시티, 어반브릭스, 전주 에코시티 등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는데 성공했다.
이같은 탄탄한 개발사업 경험과 재무 안정성을 바탕으로 태영건설은 지난해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 3사로부터 ‘A0’등급으로 상향조정받는 성과를 거뒀다.
태영건설은 수(水)처리 관련 환경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04년 물 관련 사업에 뛰어든 이후 자회사 TSK코퍼레이션을 통해 수처리, 폐기물처리, 폐기물에너지, 토양·지하수 정화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TSK코퍼레이션은 지난 20년간 정수장 54곳 이상을 시공하는 등 국내 최다 상·하수 처리시설 시공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TSK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6553억 원, 영업이익 1147억 원을 실적을 올렸는데, 매출은 전년대비 29.4%, 영업이익은 41% 증가한 수치다. 최근에는 베트남 빈증성에서 현지 최대 환경기업 비와세(BIWASE)와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베트남 환경시장 진출을 위한 고삐를 당기고 있다.
◇ 지주사 TY홀딩스 출범…지배구조 개편은 ‘진통’ 예상
태영건설은 지난 1일 지주회사 TY홀딩스와 사업회사 태영건설의 분할을 완료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분할방법은 기존 회사 주주가 지분율에 따라 분할 신설회사의 주식을 나눠 갖는 인적분할이며, 분할비율은 태영건설 51%, TY홀딩스 49%다.
과거에는 태영건설이 건설업을 비롯해 환경, 방송, 물류, 레저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구조였지만, 이번 지주사 체제전환을 통해 ▲SBS미디어홀딩스(방송 부문) ▲TSK코퍼레이션(환경 부문) ▲블루원(레저 부문)을 지주사 TY홀딩스에 편입시켰다. 태영건설은 ‘에코시티’, ‘네오시티’ 등 건설부문 계열사를 거느린다.
인적분할로 태영건설은 지주회사 구조를 이루면서 안정된 경영 활동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지주회사체제를 통해 사업부문별 특성에 적합한 의사 결정과 책임경영 체계를 확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면서 “경영 전문성과 투명성이 증대되고, 각 사업 부문별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TY홀딩스 주가에 환경사업 중심인 TSK코퍼레이션의 가치가 본격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최근 폐기물처리업체들은 높은 영업이익률을 내세워 가파른 실적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신서정 SK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은 인적분할 이후 기업가치의 재평가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며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은 숨어 있던 태영건설의 가치를 시장이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지주회사 변경에 따른 계열사 지분 문제는 과제로 안게 됐다. 태영그룹의 여러 사업 부문 중 방송 부문은 TY홀딩스-SBS미디어홀딩스-SBS-SBS M&C 외 9개사로 구성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체제에서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TY홀딩스의 손자회사 SBS는 증손회사 SBS M&C(방송광고 판매대행사)의 지분을 100% 소유해야 하지만 방송광고판매대행법(방송법) 상에서는 SBS가 SBS M&C를 40% 초과 소유하지 못한다.
공정거래법과 방송법이 서로 상충하는 것인데, 앞서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이 문제를 들어 해결 방안을 오는 11월 말까지 제출하라며 조건부 승인을 내줬다.
아울러 자산 규모 10조 원이 넘는 기업은 지상파 방송사 지분의 10%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는데, 태영그룹은 이른 시일 내 10조 원의 자산을 이룰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태영그룹의 SBS 매각설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TY홀딩스 관계자는 “이슈(SBS 매각)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로 현재로선 명확히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투자지표
◇ 안정성 ‘보통’, 수익성·성장성 ‘우수’…건설 부문 독자생존은 ‘과제’
태영건설의 지난해 말(이하 별도기준) 실적 기준으로 재무비율을 살펴보면, 먼저 기업 안정성의 기준인 유동비율은 ‘보통’ 수준이다.
태영건설에 따르면, 기업의 지불능력을 판단하는 지표인 유동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28.4%이다.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수치인 유동비율은 통상 200% 이상으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채총액을 총자본으로 나눈 부채비율도 최근 5년 간 상승 추세에 있지만, 200%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2016년 113.7%에서 ▲2017년 128.3% ▲2018년 151.2% ▲2019년 179.1%로 10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200% 아래이면 재무 안정성이 ‘보통’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성장성 지표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모습이다. 태영건설의 연간 매출액은 2016년 9846억 원에서 2017년 1조 4909억 원으로 크게 늘어난 이후 ▲2018년 1조 9960억 원 ▲2019년 2조 1757억 원을 올리며 2조 원대를 돌파했다. 영업이익도 2016년 582억 원에서 지난해 2711억 원으로 365% 가량 급증했다.
이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총 자산도 2016년 1조 5576억 원에서 지난해 2조 8497억 원으로 몸집을 거의 2배 가깝게(+82.9%) 불렸다. 전년대비 총자산 증가율은 2016년 2.39%에서 ▲2017년 20.24% ▲2018년 21.85% ▲2019년 24.88%로 20%대를 견조하게 이어가고 있다.
수익성 지표도 ‘양호’한 수준이다. 순이익률은 2016년 0.88%에서 2017년 3.96%, 2018년 6.71%, 지난해 5.29%로 상승했다. 영업이익률도 2016년 5.91%에서 2017년 14.27%, 2018년 13.78%, 지난해 12.46%로 두 자릿수를 고수하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에서 태영건설은 2016년 3.78 한자릿 수에서 2017년 13.63로 두자릿 수로 뛰어오른 뒤 2018년 15.28, 2019년 13.49로 3년 연속 두 자릿수로 행진하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비영업)으로 나눈 수치로, 기업이 한 해에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 비해 얼마나 많은 지를 나타낸다. 통상 1.5 이상이면 영업이익으로 벌어 이자의 빚을 갚을 수 있다.
이처럼 모든 지표에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태영건설이지만 9월 인적분할 단행으로 주력업종인 건설업에서 당분간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앞으로 건설 부문의 경영 실적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동안 태영건설이 TSK코퍼레이션의 성장 효과 등을 누려왔다는 일각의 평가가 있었던 만큼 인적분할을 계기로 본업인 건설업만으로 자력경영 평가를 받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지주사 TY홀딩스가 존속회사인 태영건설의 부채는 가져가지 않고 5000여억 원의 자산만 빼내가기 때문에 태영건설의 부채비율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올들어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여파로 주택 경기가 하락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태영건설이 건설업만으로도 분할 전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