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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새끼’ 두산重 원전기술, 미국서 백조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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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새끼’ 두산重 원전기술, 미국서 백조로 부활

두산중공업, 미국서 소형원전모듈로 우뚝...전 세계 400조 원 규모 시장 진출 발판 마련

미국 원전업체 뉴스케일이 설계하고 두산중공업이 제작하는 소형원전모듈(SMR)이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 사진=뉴스케일 홈페이지
미국 원전업체 뉴스케일이 설계하고 두산중공업이 제작하는 소형원전모듈(SMR)이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 사진=뉴스케일 홈페이지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국내에서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아온 두산중공업 원전기술이 미국에서 화려한 백조로 부활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그동안 탈원전 정책 여파로 극심한 원전 수주 가뭄을 겪었다. 그러나 미국 원전 설계업체 뉴스케일(NuScale Power LLC)이 세계 최고 원전 설비 기술을 가진 두산중공업을 눈여겨 봤고 지난해 두 회사는 소형원전모듈(SMR)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협업을 이어왔다.
이런 가운데 두산중공업은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뉴스케일의 소형모듈원전(SMR) 모델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 심사를 최종 통과했다고 최근 밝혔다.

소형모듈원전 모델이 미국 NRC 설계인증 심사를 모두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미국, 캐나다, 체코, 요르단 등 세계 시장에서 원전 관련 사업을 본격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두산중공업은 전했다. 두산중공업은 뉴스케일사를 통해 최소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주요 기자재를 공급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또한 이번 미국 심사 통과를 계기로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체코, 요르단 등 세계 원전시장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줄곧 찬밥 신세였던 두산중공업이 원전 기술을 기반으로 한 SMR 개발에 성공해 전 세계 400조 원 규모의 SMR 시장을 노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 경쟁업체보다 한발 빠른 두산중공업·뉴스캐일 동맹


SMR은 기존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500~1000MW 급 원자로를 축소해 300MW 이하 소형원자로모듈을 제작하는 기술을 뜻한다. 국내에는 인구가 밀집돼 있어 SMR의 의미가 크지 않지만 미국은 대다수 도시가 인구 10만명 규모로 이뤄져 있어 SMR이 지역 전력공급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과 뉴스케일의 협업은 지난해 5월 SMR 개발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뉴스케일은 원전 설계 전문 회사지만 원전 설계기술이 있다고 해서 제조기술이 뛰어나진 않다”며 “이에 따라 뉴스케일이 뛰어난 원전 제조기술을 갖춘 두산중공업에 협력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과 뉴스케일은 MOU를 체결한 후 1년 3개월 만인 지난 8월 말 NRC로부터 SMR 설계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두산중공업과 뉴스케일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SMR 사업을 본격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두산중공업·뉴스케일의 SMR은 미국 전력업체 UAMPS의 아이다호주(州) SMR 프로젝트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에는 60MW 급 SMR 12기가 공급되며 2023년부터 건설에 들어가 2029년 본격적인 상업운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런 행보는 경쟁업체 GEH(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와 일본 히타치 합작사)보다 앞선 것이다.

GEH는 두산중공업·뉴스케일이 SMR 설계인증을 취득하기 전인 지난해 12월 NRC로부터 설계인증 심사를 요청했지만 최근까지도 SMR 설계인증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 400조 원 규모 SMR 시장 진출...탈원전 정책으로 "남 좋은 일만 시키나" 지적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SMR 100기가 건설되고 400조 원 규모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중공업·뉴스케일 동맹의 SMR시장 진출은 당분간 미국 등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업계가 해외에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다"면서 "두산중공업에 앞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3447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330MW급 소형 원자로 SMART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두산중공업이 미국업체와 손을 잡은 것은 원전건설 능력이 없는 미국이 지금은 두산중공업을 필요로 하지만 향후 기술 노하우를 갖추면 한국 기업을 찾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정책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이 갖고 있는 세계 최고 기술을 해외로 이전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남지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ini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