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명퇴 대상이 ‘만 45세 이상’이라고 했다. ‘만 45세’라면 담당 분야의 ‘노하우’가 많이 쌓인 나이가 아닐 수 없다. 이를테면 ‘숙달된 조교’인 셈이다.
두산중공업은 세계 최고의 원자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탈원전’으로 원전산업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이들의 ‘노하우’가 사장된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학의 원자력학과에 진학하려는 젊은이도 크게 줄어든 현실이라 더욱 그렇다.
‘코로나 19’ 때문에 껄끄럽기는 하지만, 퇴직자들이 해외취업을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들이 해외로 나가면 그냥 나가는 게 아니다. ‘노하우’도 함께 유출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원전 선진국’에서 졸지에 ‘원전 후진국’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벌써부터 우리 조선업계와 반도체는 물론이고 항공기 조종사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인력을 ‘모셔가고’ 있다. 빼낸 인력은 그대로 ‘중국의 노하우’로 둔갑하고 있다.
‘원전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두산중공업의 퇴직자에게도 손을 뻗칠 것이다. 급여를 3∼5배나 더 준다는데 거절하기는 누구라도 힘들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실업자 노릇을 하느니 차라리 중국에서 일하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두산중공업의 명예퇴직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때문이 아니라 경영 여건상 어쩔 수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랬으니 만약의 경우 두산중공업 퇴직자가 해외로 나가더라도 개별 기업의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해외로 떠난 기업을 다시 불러들이는 소위 ‘유턴’ 정책은 공허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만난 ‘코로나 19 경제계 간담회’에서 “소재‧부품‧장비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다변화와 국산화가 필요하다”며 “해외에 진출한 국내기업을 다시 유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었다.
그러나 돌아오겠다는 기업은 ‘별로’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도 해외로 나갔던 기업을 많이 되돌아오도록 하고 있는데 우리는 미미한 실정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