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완공된 행화탕은 아현동의 사랑방 역할을 해오던 목욕탕으로 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 찜질방과 고급 스파 시설의 증가, 아현동 일대가 재개발지역으로 선정되면서 행화탕은 폐관한 상태다.
‘행화탕 프로젝트’로 명명된 건축과 예술의 만남은 행화탕이 재개발되기까지 향후 2년간 진행된다. 오는 15일 오후 3시 행화탕 개관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지역 커뮤니티와 예술 프로그램들이 이 공간에 채워진다.
공간의 보수 공사와 정리는 육일삼일일의 기획단원 중 한 명인 이원형(워니스튜디오 대표) 건축가를 중심으로 기획단원들이 직접 진행했다. 기획단은 기존 목욕탕의 구조를 최대한 살리고자 벽과 바닥에 남은 공간 분할의 흔적을 살리고 본격적인 보수공사를 시작, 천장을 제거하여 석까래를 노출시키고 전공간의 물청소 및 전기배선설치, 지붕방수, 화장실보수, 오랜 먼지와 보일러실의 자갈 제거, 화단을 정리하는 등 대대적인 작업을 진행해왔다.
자칫 음침해 보일 수 있는 오래된 목욕탕이 축제 기획자들의 눈에는 예술 프로그램을 채워 넣기에 환상적인 공간으로 보였다고 한다. 죽은 공간에 새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의기투합한 기획단은 자신들의 본업 일정 사이로 틈이 날 때마다 행화탕에 모여 공사와 청소에 참여했다.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한 ‘행화탕’은 공간에 들어가는 작품에 따라 기존의 입구 또한 달라진다. 건물 자체가 작품으로 기능하며 목욕탕의 기억이 기반이 되었을 때 내부에서는 흥미로운 동선들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행화탕에 들어가는 작품은 공간과 상호연관성을 가졌을 때 완성도를 갖추게 된다.
축제행성 서상혁감독과 주왕택감독은 “행화탕프로젝트는 행화탕이 2년 후 재개발 될 것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고 있다. 공간은 없어지고 변할지 몰라도, 문화는 지속될 수 있을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행화탕에는 총 10곳의 내부공간이 정리됐으며 개관식에는 다섯 편의 퍼포먼스와 세 편의 전시가 진행된다.
이번 개관전에는 2개의 전시회와 공연이 함께 열린다. 신용구의 ‘꿈의 조각들을 모으다’와 이원형의 ‘몸의 정원’ 전시회와 상상발전연구소의 공연 ‘수중인간’이 그것이다.
‘꿈의 조각들을 모으다’는 한지로 만든 꽃을 통해 밝음과 어둠, 삶의 순환을 형상화한 작업이다. ‘행화탕’이라는 장소 특성적 공간을 이용한 설치작업이다. 오래된 창고로 올라가는 하늘색 계단, 어두운 건물을 비추는 햇살을 공간의 특징으로 삼아 만들어진 한지 꽃 설치는 복합적인 상징을 통해 삶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또 이원형의 ‘몸의 정원’은 목욕탕 공간의 용도와 동선을 재구성해 ‘예술로 목욕하는’ 공간으로 재생한다. 어둡고 낮은 기계실과 높고 시커먼 보일러실은 스케일과 빛의 차이로 ‘공간’의 존재를 보여준다. 알몸으로 휴식과 안락, 쾌락의 시간을 즐기던 목욕탕이 몸의 정원으로 다시 살아난다.
다양한 예술을 콘텐츠화시키는 상상발전소의 ‘수중인간’ 공연은 원형수조를 이용한 수중퍼포먼스 공연이다. ‘수중인간’은 옛날 뱃사람을 유혹하던 사이렌의 모습을 현대에 융복합 콘텐츠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