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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의 말글산책] '강냉이'와 '옥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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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의 말글산책] '강냉이'와 '옥수수'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경 기자] 지난 주말 강원도를 다녀왔습니다. 지나는 길옆으로는 온통 옥수수밭이었습니다. 과연 강원도 하면 옥수수를 떠올릴 만하다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지난 8월 초에는 홍천찰옥수수 축제가 열리기도 했답니다.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1960년대에는 경제가 어려워서인지 급식으로 학교에서 강냉이죽을 많이 먹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강냉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습니다. 강냉이를 비표준어로 알고 있는 듯합니다. '강냉이'도 엄연히 ‘옥수수’와 같은 표준어입니다.
‘강냉이’나 ‘옥수수’라고 이름이 붙여진 데에는 유래가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조선은 명나라에 원군을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이여송이 이끄는 명나라 군대가 평양에 도착해 진을 쳤습니다. 이때 들어온 명나라 군사 중에는 중국 양쯔강 이남에서 차출된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들이 군량으로 가져온 촉서(蜀黍, 중국 발음 ‘수수’)가 민간에 퍼지면서 우리나라에도 전해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양쯔강 이남인 ‘강남’에서 들여온 것이라 해서 '남' 발음이 '냉'으로 바뀐(강남콩이 강낭콩으로 바뀌듯이) ‘강냉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옥수수’란 말의 유래도 재미있습니다. 볏과의 한해살이풀인 수수는 알갱이가 작습니다. 그 수수와 알갱이가 비슷하지만 모양은 옥(玉)처럼 반들반들하고 윤기가 난다고 해 ‘옥 같은 수수’라는 의미에서 '옥수수'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이처럼 ‘강냉이’는 그것이 들어온 지역에서 유래한 말이고, ‘옥수수’는 생김새를 따라 지어진 말입니다.

그런데 옥수수를 튀긴 것을 일컬을 때도 강냉이라고 합니다.
튀긴 옥수수가 강냉이인데, 강냉이가 튀긴다는 의미로 쓰여 ‘옥수수 강냉이’ ‘쌀 강냉이’ ‘떡 강냉이’라고도 하나 이들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이들은 ‘옥수수 뻥튀기’나 ‘옥수수 튀밥’, ‘쌀 뻥튀기’나 ‘쌀 튀밥’, ‘떡 뻥튀기’나 ‘떡 튀밥’이라고 해야 합니다.

여기에 쓰인 ‘뻥튀기’와 ‘튀밥’ 역시 표준어입니다. ‘뻥튀기’는 쌀, 감자, 옥수수 따위를 불에 단 틀에 넣어 밀폐하고 가열하여 튀겨 낸 막과자로, 튀겨져 나올 때 '뻥' 하는 소리가 나는 데서 붙인 이름입니다. 또 “어떤 사실이나 물건 따위를 과장하여 크게 부풀리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뻥튀기'라고도 합니다. ‘튀밥’은 볶아 튀긴 것으로, 유밀과(油蜜菓)에 붙이기도 합니다.

이재경 기자 bubmu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