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미국은 지상 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격납고에 보관하고 있고, 항상 발사 준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핵전쟁이 발발하면 승자 없이 모두가 공멸하는 상호확증파괴(MAD) 전략의 핵심 토대이다.
미국은 러시아는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양국 간에 유일하게 남은 핵전력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뉴스타트) 연장 협상을 해왔다. 뉴스타트는 지난 1991년 미국과 옛 소련이 맺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스타트)의 후신이다. 지난 2010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서명으로 체결됐고, 지난해 2월 5일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28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핵전력을 강화 준비 태세로 돌입시켰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보도문을 통해 쇼이구 장관이 군 최고 통수권자인 푸틴 대통령에게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전략미사일군과 북해함대, 태평양함대 등의 당직팀과 장거리비행단(전략폭격기 비행단) 지휘부가 강화 전투 준비 태세로 돌입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3대 핵전력(Nuclear Triad)으로 불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거리 폭격기를 운용하는 부대 모두가 함께 비상 태세에 들어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와 핵전쟁 가능성을 일축했다. 러시아가 핵 위협을 하면 미국도 핵 위협으로 맞서는 게 일반적이나 바이든 대통령은 핵 긴장을 완화하는 선택을 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인들이 핵전쟁에 대해 우려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No)”라고 잘라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앞서 유럽연합(EU) 등 주요 동맹국 정상들과 전화로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늘 동맹국 및 파트너국가들과 러시아의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러시아가 긴장 완화 조처를 하지 않으면 가혹한 대가를 부과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해 “우리가 핵 경보 수준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면서 “핵전쟁은 일어날 수 없고, 전 세계 가 이같은 위협을 줄이기 위해 조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도 러시아의 핵무기 운용부대의 경계 태세 강화에 대해 “그것은 긴장을 고조시키는 만큼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미국의 전략적 억지 태세와 미국 본토 및 미국의 파트너 국가를 지킬 역량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곧 러시아의 핵 위협에 미국이 핵으로 맞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