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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올해도 이슈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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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올해도 이슈메이커!

얼라인·KCGI·안다, 은행·오스템·KT&G 상대 '액션' 돌입


2020년2월 KCGI가 '한진그룹 정상화를 주주연합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동 공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정준범 기자 .  이미지 확대보기
2020년2월 KCGI가 '한진그룹 정상화를 주주연합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동 공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정준범 기자 .


지난해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행동주의 펀드들이 올해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적극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영향력이 금융투자업계를 넘어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그 기능과 역할에 대한 찬반도 등장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KCGI, 안다자산운용과 외국계 FLC 등이 주주 환원 우선과 기업가치 제고 등을 내세워 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의 은행주 대상 행동주의다. 얼라인의 경우 지난해 5월 JB금융지주 지분 14.0%를 인수한 데 이어 올들어 은행권에 대출증가 속도를 낮추고 주주환원율을 높이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9일 서울 여의도 IFC에서 간담회를 열고 “한국 금융지주들은 파산 직전 기업 수준의 밸류에이션으로 거래되고 있다. 자본비율을 낮추는 게 아닌, 향후 벌어들이는 이익의 배치를 최적화하자고 제안한다”며 “자본적정성 관리, 대출성장률 관리(위험가중자산)를 전제로 해외 수준의 주주환원율(평균 64%)에 도달할 로드맵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연초 얼라인의 주주행동 이후 은행주들이 한 주간 강세를 보인 점을 예로 들며 “과도한 위험가중자산(RWA) 성장을 합리적 수준으로 조절해야만 해외 은행처럼 자본 확충과 주주환원을 위한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유례없는 은행업 대상 행동주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얼라인이 은행들에 보낸 주주서한의 핵심은 ‘한국의 은행들의 비효율적 자본 배치만 수정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 등의 기준을 맞추면서도 주주환원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주 저평가 원인이 저조한 주주환원에 있는만큼 올해부터 CET1을 지키면서 당기순이익 50%를 주주환원으로 돌리면 주가도 오른다는 논리다.

일단 은행들은 반대 입장이다.

신한지주는 최근 'CET1이 13% 이상을 넘기면 주주환원에 쓰겠다'며 사실상 얼라인의 제안을 거절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얼라인) 서한 내용은 너무 급하고 비현실적이다. 은행은 단순히 대출기관이 아니라 지금처럼 자금시장이 나쁠 때 막힌 혈을 뚫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B금융 관계자도 “얼라인의 서한 중 자본배치의 비효율성이나 낮은 배당성향에 대한 지적은 옳다”면서도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환원으로 돌려주라는 것은 금융당국의 존재를 전제하지 않은, 매우 황당한 얘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게는 이번 제안이 나쁠 것이 없어 보인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은행이 시장에 자금을 대량 유통해줬고 만기 도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도 여전히 남은 상황에서 은행이 주주환원을 확대하면 이것이 당국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는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은 은행지주 해외투자자들과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에 관해서는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금융회사의 자율적 의사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역시 행동주의 펀드 운용사인 KCGI는 9일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했다.

KCGI는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이자 애널리스트 출신 강성부 대표가 2018년 설립해 한진칼 등을 상대로 주주 행동주의 활동을 펼쳐왔다. 최근에는 유한회사 에프리컷홀딩스를 통해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5.58%(83만511주)를 취득했다.

직원의 거액 횡령으로 지난해 줄곧 세간의 관심을 받아온 오스템임플란트는 최근 2020년 사업보고서 및 첨부된 내부회계 관리제도 관련 서류에 중요한 허위기재나 표시가 있었다는 주주들의 집단소송에 직면했다.

지난 6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오스템임플란트 관련해 이 집단소송 신청을 허가한다고 공시하고 ‘주권매매 거래정지’ 공시와 함께 30분간 주식거래를 중단시켰다.

이번 증권관련 집단소송은 법무법인 ‘한누리’가 대리한다. 한누리는 과거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도 KCGI를 대리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조만간 최규옥 회장 등 오스템임플란트 경영진을 만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제안을 전달할 예정이다. ‘경영진 교체’ 등 고강도 대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이 흥국생명 지원을 위해 유상증자를 통한 전환우선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자 흥국생명 지분이 전혀 없는 태광산업이 고가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행위는 부당지원이라고 비판했고 결국 철회시켰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29일까지 공시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투자자 대상 설명회 가부 여부를 공개하고, 오는 1월19일까지 개최할 것을 요청한 상황이다. 태광산업은 아직 답변을 내놓고 있지 않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으로 SM엔터테인먼트 수익이 유출되는 문제를 지적해 얼라인 측 감사를 SM엔터 이사회에 진입시켰고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 조기종료를 이끌었다.

얼라인파트너스의 SM엔터 지분은 겨우 1.1%에 불과했다. 지분율이 아니라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한다’는 명분으로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 오너 일가를 향해서도 3세 편법승계 현황, 비효율적인 부동산 운영 등을 지적하며 주주들의 피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안다자산운용은 9일 KT&G에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가처분 신청 인용시 상법에 근거해 명부에 오른 주주 이름, 주소 등 신상 정보와 보유 주식 수 확인이 가능해진다.

지난해 10월 말 안다자산운용은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KT&G 이사회에 주주 서한을 보내 한국인삼공사(KGC)의 인적 분할 상장, 배당 증대,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게 안다자산운용의 주장이다.

주주명부를 확보하고 일반 주주들로부터 주주권을 위임받아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사항을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FCP 역시 KT&G를 상대로 재차 주주 제안을 보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기업들의 부실 계열사 지원으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나은소액주주모임 윤은선 대표는 “과거에는 ‘기업 사냥꾼’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이제 소액주주를 동등한 한표로 보고 공동목표를 향해 함께가려는 모습”이라며 “회사 자금이 일부 대주주 사익 편취 수단으로 유용되지 않도록 하고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에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대기업 재무 담당 임원은 “아직까지는 행동주의가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언제 과도한 배당요구와 경영 침해, 심지어 경영권 사냥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며 "주주환원은 기업 스스로 향상시켜야 할 가치"라고 말했다.


김종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jk54321@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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