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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당국 오락가락 행보에…금융업 신뢰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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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당국 오락가락 행보에…금융업 신뢰 '빨간불'

금융부 정성화 기자
금융부 정성화 기자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은행들이 이자 폭리를 취한다면서 군기를 잡던 당국이 이제는 예금 금리를 올리지 말고 기업 대출은 늘리라고 합니다. 내년이 되면 전혀 다른 주문을 할지도 모르는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당국에 대한 신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 시중은행 관계자에게 '예금 금리 인상을 가급적 피하라'는 금융 당국의 주문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 같은 푸념을 늘어 놓았다.

금융당국의 오락가락한 행보에 시장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 들어 당국의 구두 개입 방향이 계속 바뀌면서 금융권은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은행들의 이자 이익에 대해 문제 삼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서민·자영업자들의 삶은 무너졌는데 은행들이 가만히 앉아 떼돈을 벌었다는 인식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국정 과제로 전체 은행의 예대금리차를 비교 공시하고 공시 주기도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결국 8월 22일 첫 공시가 나왔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상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재빠른 수신 금리 인상을 통해 예대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 자금 조달 시장에 문제가 생기자 금융당국의 요구는 점차 복잡해졌다.

우선 시장에서 안전성이 높은 은행채가 시중자금을 모두 빨아들이자 은행채 발행을 막았고,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 악화로 은행 문을 두드리자 기업 대출 확대를 주문했다. 여기에 대출금리 상승을 우려해 예금 금리 경쟁도 자제하라고 압박했다.

때문에 급격히 오르던 시중 대형 은행 예금 금리는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5%를 넘었던 상품들도 다시 4%대로 내려왔고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지난달 24일 0.25%포인트 올랐지만 은행권 예금 금리에 반영은 더딘 상황이다.

이를 카페에 빗대면 원두 가격의 폭등의 우려가 있으니 시장에서 더 이상 원두는 사지 말고 계속해서 품질 좋은 커피 만들어서 외상으로라도 내어주라는 것과 같다. 심지어 이 악조건 속에서 만든 커피도 비싸게 팔면 안된다.

당국의 초조함도 이해 간다. 레고랜드 사태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또 글로벌 경제의 방향성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발언에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은 인정 할 부분이다.

하지만 정부의 개입으로 시장은 통제될 수 없고 과도한 개입이 전혀 엉뚱한 부작용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28차례에 걸쳐 발표된 부동산 정책은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국 완패하고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해치는 수많은 부작용만 낳았다.

당국이 아무런 대책 없이 시장에서 손을 떼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처럼 금융당국의 권고가 사실상 지침으로 받아들여지는 금융산업 환경에서는 당국의 메시지가 더욱 무겁고 명확해야 한다.

당국의 오락가락한 주문은 금융시장의 혼란만 야기시키고 최종적으로는 기업과 가계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이 뻔하기 때문이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