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수첩] 중대재해법 개정 논란, 해법은

공유
0

[기자수첩] 중대재해법 개정 논란, 해법은

소미연 기자
소미연 기자
중대재해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수술대에 오른다. 시행 4개월여 만이다. 그간 법안의 모호성을 이유로 보완 필요성을 요구해온 경영계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실제 윤석열 정부는 경영계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법'이라며 중대재해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데다, 새 정부의 국정 과제를 설계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처벌 조항 완화를 중심으로 법안 개정을 검토했다. 개정 시기는 올해 하반기로 잠정 결론이 났다.

정부의 의지는 1기 내각 차관 인선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윤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은 중대재해법이 시행되기 전 산업안전보건본부 본부장을 맡아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그의 내부 승진은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법안의 문제점을 바로 잡으라는 뜻으로 관가는 해석했다.

그렇다면 경영계에서 말하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15일 대한상공회의소는 5인 이상 기업 93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기업이 무엇을,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고의·중과실 없는 중대재해 면책 규정 신설(71.3%) △근로자 법적 준수 의무 부과(44.5%) △안전보건 확보 의무 구체화(37.1%)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도 △직업성 질병자 기준에 중증도(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경우) 명시 △중대재해 사망자의 범위 설정 △경영책임자의 범위·의무 별도 조문 신설 등을 담은 경영계의 건의서를 오는 16일 관계부처에 제출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쉽게 요약하면, 과도한 처벌 남발을 막고 경영책임자와 대표이사의 업무를 구별해달라는 것이다.

이 같은 경영계의 행보는 법안 시행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이해될 만하다. 하지만 대응안의 방향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경영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중대재해의 예방보다 사후 조치가 강화된 법안이라는데 부인할 순 없지만, 반대로 해석하면 강한 처벌을 예고하지 않고선 노동 현장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는 노동계의 절박한 호소가 담긴 법안이다.

법안의 당초 취지는 산업 현장에서 인명 사고 발생 시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은 법인,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기존보다 무거운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억울한 죽음을 구제하고,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막는데 방점을 찍었다. 물론 안전시스템 강화로 사고를 원천 차단하는 게 시급하고 중요하다. 그래서 기업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기업에서 사고 발생 이후에 벌어질 책임 소재 공방 대신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한 안전·보건 계획을 촘촘하게 만드는데 시간을 더 쏟는다면 노동계의 반발, 더 나아가 산재사망에 따른 오명을 쓰는 일은 없지 않을까. 경영계는 중대재해법에서 현장소장 등 일선 관리자뿐 아니라 기업과 경영책임자에게도 책임을 묻고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산업현장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위험의 외주화'를, 결국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시스템은 투자 없이 이뤄지지 않다는 점을 직격하고 있다는데 인정이 먼저다.


소미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nk254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