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데냐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도 그리 가기 쉬운 섬이 아니다. 로마의 중앙역인 테르미니(Termini) 역에서 한 시간 반 동안 기차를 타고 시비타베키아(Civitavecchia) 항구로 가서 또 7시간 동안 배를 타야만 갈 수 있다.
전 세계에서 남자로서 가장 오래 살아 기네스북에 오른 사람인 안토니오 토드(Antonio Todde)도 이곳 블루존의 자그마한 마을 티아나(Tiana)에서 1889년에 태어났다. 그는 2002년에 11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가정도 장수가정이다. 그녀의 여동생은 100세, 다른 여동생은 97세, 그의 아버지는 90세, 어머니는 99세까지 살았다고 한다.
사르데냐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도시의 인구가 유입될 기회가 적고 사르데냐인들도 그 동안 씨족사회를 이루며 살아왔다. 이곳에서 나이가 많은 여성들의 체격이 독특하다. 작은 키에 엉덩이가 큰데 검은 주름치마를 입고 있으며 어깨에는 검은 털실로 짠 숄을 걸치고 있다. 작은 사람들이 오래 산다는 말에 실감이 간다. 여성들은 잘 웃지 않고 무뚝뚝하며 강인해 보인다. 웃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낯선 외국 사람인 내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 보지만 자신의 속마음을 내보이지 않으려는 듯이 살며시 미소를 지을 뿐 말이 없다. 이곳은 모계 중심 사회라고 한다.
여성들이 바닷가에 근접해 있는 산속에서 척박한 땅을 일구며 어려운 생활을 꾸려가다 보니 그들을 더 강인하게 만든 것 같다. 마을의 조그마한 술집을 들여다보니 나이 많은 남자들이 한가로이 와인을 마시며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여성들은 억척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반면에 남성들의 삶은 무척 낙천적으로 보인다. 남성들의 낙천적인 생활 방식이 이곳 남성들을 장수하게 만드는 요인이 아닐까? 사르데냐는 남성들이 살기에 좋은 곳으로 보인다.
블루존의 한 마을인 우르젤레이를 찾았다. 마을의 인구는 1000명에 불과하지만 90세 이상 노인 10여명이 살고 있다. 내가 방문한 노인은 남성으로 98세인 포투나토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아고스티노’라는 아들, 손주들과 함께 살고 있다. 할아버지는 아침에는 우유와 삶은 계란으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점심과 저녁에는 파스타와 치즈, 채소로 간단하게 식사를 한다고 한다. 지금도 일요일이면 성당에 나가 예배를 드린다는 할아버지의 건강 비결은 소식(小食), 안정적인 가정생활, 종교적인 신앙심이 장수의 비결로 보인다.
사르데냐 사람들에겐 이들 사람만이 먹을 수 있는 독특한 음식이 있다. 사르데냐 섬에서도 산이 많은 블루존에서는 염소를 많이 키운다. 이곳 사람들은 돼지고기나 쇠고기보다는 염소고기를 더 많이 먹는다. 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염소들이 산의 이곳저곳을 오르내리는 모습이 쉽게 눈에 뜨인다.
이곳 사르데냐인들은 아침에는 신선한 과일과 통밀빵으로 식사를 한다. 점심과 저녁에는 파스타나 통밀빵을 주식으로 하고 양배추, 시금치, 케일, 브로콜리 등 신선한 야채와 올리브오일을 매일 먹는다. 생선으로 단백질을 보충하고 마늘과 양파를 양념으로 사용한다. 보통 점심이나 저녁 식사에는 한두 잔의 레드와인을 마시는 등 지중해식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이 장수의 비결로 보인다.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