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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전통 음식이 만든 장수마을, 그루지야의 캅카스(Caucas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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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전통 음식이 만든 장수마을, 그루지야의 캅카스(Caucasus)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그루지야는 스위스와 비슷한 면적에 인구 약 530만명의 작은 나라이다. 그루지야는 우리나라처럼 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지대로 이루어져 있으며 북쪽으로는 흑해에서 카스피해로 이어지는 코카사스 산맥에 4000m가 넘는 수많은 산들이 있다. 그루지야의 수도 트빌리시(Tbilisi)는 터키의 이스탄불 공항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거리에 있다.

음식 역시 그루지야의 독특한 문화이다. 미각을 돋우는 독특한 음식의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러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의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그루지야는 와인의 발상지이며 와인(wine)이라는 단어도 그루지야 언어인 ‘gvino’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이러한 증거로 7000년 전에 만들어진 그루지야인들의 무덤 속에서 포도씨가 나왔다고 한다. 토종 포도의 품종이 500가지가 넘으며 양질의 포도가 생산되어 그루지야산 와인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그루지야에서도 서북부의 압하지아 자치국과 수도 트빌리시의 동북부에 장수인이 많이 살고 있다고 한다. 아자리아라는 작은 마을에서 100세의 수비마니제 할머니집을 찾았다. 할머니의 할머니는 107세까지 살았다고 하니 유전적으로 장수하는 집안이다. 3명의 자녀와 13명의 손자, 24명의 증손자를 두고 있으며 얼마 전 1명의 고손자를 보았으며 가족들이 모두 할머니와 함께 살거나 근처에 살고 있었다. 할머니는 집에서 만든 마츠오니(Matzoni)와 같은 요구르트와 채소, 감귤류를 즐겨 먹으며 고기는 가끔 먹는다고 했다. 얼마 전 트빌리시 대학의 장수연구팀이 나와서 측정한 할머니의 혈압은 135/85로 젊은 사람들과 같은 혈압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가느다란 몸매를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강인해 보였다. 할머니는 평생 동안 병원에 간 적이 없으며 주사를 맞아 본 적이 없어 주사를 어떻게 맞는지 모른다고 했다.

유전학적으로 캅카스 장수인들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 라지하르 교수는 “그루지야 사람들이 오래 사는 이유는 유전적 요인이 큽니다. 장수에는 유전적 요인이 80%, 나머지 20%는 환경적 요인이 좌우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캅카스 사람들은 축복 받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셈이죠”라며 유전적 요인을 강조했다.

캅카스 사람들이 ‘신이 내린 선물’로 여기는 또 다른 발효식품은 ‘마츠오니’이다. 마츠오니는 염소, 양, 소의 우유를 발효시킨 음료로 이곳 사람들의 주요 동물성 단백질 및 칼슘의 공급원이다. 캅카스 지역에서는 어느 가정에서나 이렇게 매일 마츠오니를 만들어 하루 1∼2잔씩 마신다고 한다. 맛을 보니 약간 신맛이 났으나 아주 맛이 있었다. “장이 튼튼해야 오래 산다”는 말이 있다. 캅카스 사람들을 보며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겨온 이 말의 중요성을 새삼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또한 캅카스인들의 식탁에는 샐러드가 빠지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오이, 토마토, 양파, 파, 마늘 등을 많이 먹으며 간식으로 과일도 많이 먹는다. 여름에는 살구, 체리, 복숭아, 가을에는 사과, 배, 감 등을 먹는다. 겨울에는 과일 주스와 건조시킨 과일과 견과류를 먹는다고 한다.

캅카스는 장수마을로서의 환경 요건을 모두 갖춘 곳이다. 국토의 대부분이 산으로 이루어져 있어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었고 공기도 맑았다. 마을에서는 ‘카즈베크’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맑은 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었다. 날씨 또한 온화하여 여름철에도 날씨가 서늘하다. 특히 캅카스인들은 버스를 타거나 복잡한 곳에서 살지 않고 도시와는 고립되어 살아왔다. 그들은 산속에서 거의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야만 했고 먹고 살기 위해서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자신의 밭에 나가 일을 해야만 했다. 이곳 사람들은 밭에 나가 일을 못하게 되면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노인들은 여가를 즐기며 살며 큰 근심거리가 없는 것 같았다.

식사를 즐겁게 하며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으며 아침에는 와인을 한 잔씩 마신다고 했다. 캅카스 장수노인들은 암에 걸리는 사람이 거의 없고 혈압도 정상이라고 했다. 안경을 쓴 노인들도 거의 없었으며 청력도 정상이라고 했다. 노인들 중에는 살찐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가족 간의 유대 관계 역시 장수의 비결 중 하나였다. 자녀들은 부모를 존경하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했다. 그 덕분에 노인들은 스트레스 없이 밝고 긍정적인 삶을 살아왔고 이를 통해 큰 자부심을 얻고 있었다. 이러한 요소들이 캅카스를 세계 3대 장수마을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