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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낙천적인 삶을 즐기는 중국의 바마 장수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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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낙천적인 삶을 즐기는 중국의 바마 장수노인들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중국의 바마현은 세계 5대 장수마을의 하나로 베트남 국경에서 그리 멀지 않은 난닝(南寧, Nanning)에서 300㎞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난닝에서 버스를 타고 바마 (Bama)로 향했다. 버스가 달릴수록 점점 문명의 세계와는 멀어지고 원시의 시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지금이야 길이 좋아져서 6시간 반이 걸리지만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걸어서 고개를 넘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바마현의 인구 24만 명 중 100세 이상인 노인은 86명, 90세 이상 노인이 530명. 인구 10만 명 중 100세 이상의 노인이 36명에 해당한다. 바마현이 위치한 광서장족자치구는 농산물이 풍부한 곳이다. 아열대 기후에 속하며 연평균 기온이 17℃에서 23℃ 전후로 온화하다.

바마현에서 최고령자는 109세 황부신 할아버지. 3층 정도의 계단을 올라가고서야 그의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자그마한 키에 모자를 쓴 할아버지가 의자에 앉아 있다가 활짝 웃으면서 우리 일행을 맞아준다. 집은 낡았지만 집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절경이다. 한 폭의 그림과 같은 나지막한 산이 바로 앞에 놓여있다. 그다지 높지도 울창하지도 않은 산. 산에서 불어오는 맑은 공기, 남쪽을 향하고 있어 따스한 기후. 장수하려면 매일 높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절경을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실감나게 한다.
앞을 바라보고 있으니 잠시 내가 어디에 와 있는지 망각한 상태에서 모든 욕심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황부신 할아버지는 아들 셋, 딸 셋을 두었는데 모두 세상을 떠나고 막내아들 황중신(78)과 함께 살고 있다. 할아버지는 109세의 연세임에도 돌보아 줄 사람이 없다. 할아버지는 손수 부엌에서 자기가 먹을 음식을 요리한다. 오히려 몸이 불편한 아들 몫까지 챙겨야 하는 형편이다. 할아버지는 매우 낙천적이다. 천진난만한 인상을 한 황 할아버지는 늘 웃음을 띠며 유쾌한 표정을 짓고 있다. 109세의 나이임에도 아주 정정한 모습이다. 그의 아들은 “아버지가 매일 3층 정도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온 동네를 돌아다니신다”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누워 있으면 일찍 죽는다”고 덧붙인다.

바마현의 103세 황마간 할머니는 조그마한 가게에서 물건을 판다. 그것도 모자라 시간이 나는 대로 옷감 짜는 베틀을 놓고 손수 옷감을 짜서 판다. 가는 실로 옷감을 짜는 일은 섬세한 일로 눈이 좋아야 한다. 안경도 쓰지 않았다. 정말 베를 아직도 짤 수 있느냐면서 베틀에 앉아 천을 짜 봐 달라고 요청하자 할머니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직접 베틀에 앉아 시범을 보인다. “옷감은 한 번 짜서는 안 되고 두 겹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직접 바늘구멍에 실을 끼운다. 할머니는 조금도 쉴 새가 없다. 조금만 시간이 나면 빗자루를 들고 가게 앞의 길거리를 청소한다. 이런 광경을 보니 103세라고 하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가난한 마을이라 팔 물건도 살 물건도 그리 많지 않은 구멍가게를 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103세의 할머니. 자손이 있으련만 스스로 돈을 벌어 생활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바마의 장수촌 사람들은 자급자족한다. 고립되어 있고 주수입원이 없다. 따라서 가공식품을 구입해 먹을 여력이 없다. 사탕수수를 조금 재배하고 감자, 옥수수, 고구마, 콩 등을 재배한다. 중국에서도 가장 가난한 곳 중 하나이다. 그러나 지금은 가난한 마을이 세계적인 장수촌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들의 식사는 칼로리가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것이 특징. 그들의 식생활을 살펴보면 죽 중심의 소식을 한다. 먹을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하루 세 끼 옥수수와 쌀로 죽을 쑤어 먹는다. 죽은 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옥수수와 쌀은 동네의 방앗간에서 부순다. 방앗간이래야 소형분쇄기 한 대가 전부. 부순 옥수수가루를 보니 거칠기 그지없다. 죽에는 소금을 넣지 않는다. 맛이 싱겁고 밋밋하다.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텃밭에는 파란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사시사철 텃밭에서 나오는 채소들이 이곳 사람들의 장수를 돕고 있는 셈이다.

바마현 사람들은 요리하는 데 화마(火麻)기름을 이용한다. 화마는 참깨 모양을 하고 있으나 크기가 참깨보다는 훨씬 굵다. 화마의 기름은 서양의 아마씨기름과 비슷하다. 불포화지방산이 많고 특히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다. 오메가-3 지방산은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작용이 있다. 바마에서는 산차유(山茶油)를 많이 먹는다. 산에는 여기저기 크기가 나지막한 산차나무가 많이 있다. 산차나무는 자연이 준 가장 큰 선물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그 선물은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산에 올라가 열심히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를 주워 모아 기름을 짜야 한다. 가난한 마을이라 워낙 먹을 것이 없어 마을 사람들이 산차나무 열매를 주워 먹었는데 그 기름 자체가 몸에 좋고 산에 떨어져 있는 열매를 주워 모으는 일 자체가 운동이 된 셈이다.

이곳은 노인들이 존경받는다. 노인들은 장남과 함께 산다. 대부분의 자녀들은 같은 마을에 산다. 이곳에서는 백세 노인들도 매일 농사일을 하고 가사를 돌본다. 채소밭에서는 백발노인이 일을 하고 있었다. 허리가 휜 것으로 보아 우리 농촌의 옛 노인을 보는 듯하다. 노인들은 같은 마을에서 대대로 살아오고 있다. 금방 텃밭에서 따온 채소를 먹는다. 즐겁게 식사를 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편안하게 살고 있다. 노인들의 생활은 매우 규칙적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고 오전에는 밭에 나가 일을 한다. 점심식사 후에는 약간 낮잠을 잔다. 곳곳에서 카드놀이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노인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민요를 부르며 즐겁게 지낸다. 바로 이것이 이들이 오래 사는 이유다. 이들은 삶을 즐길 줄 안다. 옆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즐겁고 흥이 난다. 문화시설은 없지만 그들은 즐길 줄 안다. 모두가 아무런 걱정이 없어 보인다. 바로 이런 모습 때문에 이들이 장수하는 것이 아닐까?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