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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에콰도르 장수마을 빌카밤바의 장수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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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에콰도르 장수마을 빌카밤바의 장수밥상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누구나 나이가 먹으면 늙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꿈과 욕망이다. 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마을에서 100년 이상 살아가는 노인들의 식생활을 직접 돌아보고 각박한 현실 속에서 각종 질병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생명 연장의 건강한 밥상’을 소개하고 싶었다. 처음 찾아간 곳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마을인 빌카밤바(Vilcabamba)였다.

빌카밤바는 남미 대륙의 북서쪽에 위치한 에콰도르에 있다. 빌카는 인디언 말로는 ‘신성한’이라는 뜻이며 밤바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1969년 에콰도르의 심장 전문 의사인 살바도르는 빌카밤바에 사는 주민 338명의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골다공증, 심장질환, 암, 당뇨, 류머티즘과 같은 퇴행성 질환 및 치매 등 질환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그렇다면 빌카밤바 사람들이 의료혜택도 없는 산골 마을에서 질병도 없이 이렇게 오래 사는 비결은 무엇일까?
빌카밤바에서 최고령자인 아고스틴 할아버지의 나이는 106세. 내가 방문했을 때 할아버지는 밭 사이를 직접 걸어 나와 문을 열어주었다. 그는 건강하고 활동적이며 친절하고 다정다감했다. 그에게 건강의 비결을 물었다. 그러자 그는 “모든 일을 즐기며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의 말처럼 그는 혼자 텃밭을 가꾸고 텃밭에서 나오는 신선한 채소를 직접 요리해서 먹고 마당에 있는 레몬, 오렌지, 아보카도 등 과일나무 등에서 과일을 따 먹는다고 했다. 내가 빌카밤바에 머무는 며칠 동안 아침 일찍 여러 차례 할아버지 집을 둘러보았다. 그때마다 할아버지는 어김없이 텃밭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오후에는 길에 나가 지나가는 친구들과 악수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여러 차례 목격했다. 비록 혼자 살고 있지만 마을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가고 있었다.

빌카밤바 사람들이 장수하는 비결로는 영원한 봄의 기후를 들 수 있다. 10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가 우기, 6∼8월이 건기인 온화한 아열대성 기후인 이곳은 1년 내내 온도가 18∼28도 정도로 일정하다. 내가 이곳을 방문했던 당시는 1월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낮에는 반바지를 입고 다니고 있었다. 온화한 기후로 인하여 곡물이나 과일, 채소가 농약이나 화학비료의 도움 없이도 야생으로 사시사철 잘 자라고 있었다.

빌카밤바 사람들은 옥수수와 통밀빵과 치즈, 삶은 콩과 유카, 고구마, 샐러리, 양배추, 호박 등 채소로 식사를 한다. 또 감자의 원산지로 잘 알려진 안데스 산맥답게 감자도 즐겨 먹는다. 내가 둘러 본 빌카밤바는 가난했다. 동물을 키울 여력이 없어 섭취할 수 있는 동물성 식품도 제한되어 있었다. 그들은 소를 키우지 않고 집집마다 닭이나 염소를 키웠다. 내가 만난 노인들의 대부분은 가공식품을 이용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대부분의 음식을 바로 텃밭에서 수확해서 요리해 먹고 있었다. 그들의 밥상은 초라하고 가난해 보였지만 실은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지역에서 농약 없이 자란 질 좋은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질이 좋은 신선한 음식의 섭취, 이것이 바로 그들의 장수 비결 중 하나인 것이다.

또 하나의 장수 비결이 있다. 그것은 바로 깨끗한 물을 마신다는 것, 뼈가 견고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칼슘과 인의 비율이 중요하고, 마그네슘과 망간 등도 골격의 구성에 중요하다. 빌카밤바의 만당고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깨끗한 물은 미네랄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미네랄의 균형이 이상적이어서 뼈를 튼튼히 하는 데 좋은 물이라는 것이 보고되고 있다.

빌카밤바 사람들이 장수하는 비결은 한 마디로 느긋하게 살아가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달아 놓은 그물침대에 누워 있으니 편안했다. 깨끗한 공기와 물이 있었고 과일, 감자, 해산물 등 훌륭한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가난하지만 건강하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 그동안 바쁘게 살아온 나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았다. 그들의 모습에서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인생을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