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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성인병 유발하는 '배부른 영양실조'를 예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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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성인병 유발하는 '배부른 영양실조'를 예방하자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우리 민족은 수천 년 동안 채식을 주로 해왔다. 삼국시대에 불교가 전파된 후로 우리 조상들은 주로 채식을 해오다 보니 우리의 장기는 채식에 맞춰 변화되고 발달되어 왔다. 채소나 곡물을 통째로 먹으면 장내의 유익한 세균들이 껍질에 들어있는 식이섬유를 분해하여 유익한 지방산을 생산하고 장내의 유해한 세균을 잘 자라지 못하게 하기도 하고 간에서 콜레스테롤의 합성을 저해하기도 한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대변이 빨리빨리 배출되어 대변의 냄새가 적게 난다. 노폐물이 대장 속에 오래 머물게 되면 대장에서 유해한 세균에 의해서 독성물질을 만들어내고 독성 물질은 대장암이나 직장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이 예전에는 걸리지 않았던 대장암에 많이 걸리는 이유도 이러한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적게 먹기 때문이다.
불과 몇 십 년 전부터 서구의 음식이 들어오면서부터 패스트푸드가 유행하고 채식 위주의 우리의 전통음식이 많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이에 따라 배부른 영양실조에 걸리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처럼 먹을 것이 많은 시대에 영양실조가 있을까 싶겠지만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영양실조에 걸려있다. 단지 없어서 못 먹던 과거와 다르다면 과거에는 모든 영양이 결핍되어 있는 거라면 현재는 한쪽으로 편중된 영양섭취로 인하여 다른 쪽 영양의 결핍에서 오는 이른바 ‘배부른 영양실조’에 걸려 있는 것이다.

비만, 암, 당뇨, 심장질환 등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배부른 영양실조에 걸리는 이유는 칼로리의 섭취가 많은 데 반해 이를 분해시키는 데 필요한 비타민, 무기질, 섬유질, 생리활성물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부른 영양실조를 예방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생리활성물질이 풍부한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먹어 부족한 영양소를 공급해 주어 영양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촌인 히말라야의 훈자 지방 사람들은 가공식품은 거의 먹지 않고 거의 모두 신선한 것을 먹는다. 그들은 밀, 보리, 메밀, 수수 등을 도정하지 않고 통째로 거친 가루를 만든다. 거칠게 부순 가루를 반죽한 후 납작하게 하여 불에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구워 먹는 것이 이곳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짜파티(Chapatti)’이다.

남미의 빌카밤바에서 내가 만난 노인들의 대부분은 가공식품을 이용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대부분의 음식을 바로 텃밭에서 수확해서 요리하여 먹고 있었다. 그들의 밥상은 초라하고 가난해 보였지만 실은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장소에서 농약의 도움 없이 자란 질 좋은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질이 좋은 신선한 음식의 섭취, 이것이 바로 그들의 장수 비결 중 하나인 것이다.

일본의 오키나와 사람들은 일본 본토에 비해 과일과 채소를 1.5배 이상 먹는다. 녹황색채소에는 식이섬유, 엽록소와 같은 생리활성 물질, 비타민 A와 C와 같은 항산화물질이 풍부하다. 오키나와 마을 사람들이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하여 삶은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육류 소비량은 1인당 하루 평균 40g 정도이며 콩류, 채소, 과일, 해조류의 소비량은 400g에 달한다. 이곳 사람들은 육류보다는 콩, 과일, 채소, 해조류, 생선을 많이 먹고 있었다. 그들은 100세가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암, 심장질환,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이 거의 없다고 한다.

우리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마을 사람들의 식생활을 본받아 배부른 영양실조를 예방한다면 100세까지 건강하게 장수할 것이다.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