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위생법 2조(정의)에 의하면, ‘식중독’이란 식품 섭취로 인하여 유해한 미생물 또는 유독물질에 의하여 발생하는 감염성 또는 독소형 질환을 말한다. 그렇다면 분명 식품위생법의 정의에 꼭 들어맞는 식중독이다. 동법 4조(위해식품 등의 판매 등 금지)에서는 유독·유해물질이 들어 있거나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에 오염된 것을 팔거나 팔기 위해 조리·운반 등을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이를 위반하면 94조(벌칙)에 의거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신혼부부는 동법 4조와 94조에 적용되는가?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바지 음식을 돈벌이로 파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면 식중독에 걸린 일가친척들은 어느 법에 하소연할 수 있을까? 형법에? 우리나라 형법 20조에는 사회상규(社會常規)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벌하지 않는 정당행위(正當行爲)로 규정하고 있다. 이바지 음식을 싸들고 신랑 부모와 일가친척을 찾은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다.
답답한 마음에 다른 법조항을 뒤져본다. 형법 21조에는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정당방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릎을 친다. 그렇다. 일가친척들은 정당방위를 위해 이바지 음식을 먹지 않았어야 했다. “기름진 음식은 소화가 안 돼” 또는 “지금 배가 아파서 죽을 먹어야 해”라고 말하면서 아예 손사래를 쳤어야 했던 것이다.
그것이 식중독에 걸리지 않고 나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정당방위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바지 음식에 식중독 균이 들어있다는 표시가 있는가? 겉으로 멀쩡한 음식을 거부하는 것이 정당방위인가? 신혼부부도 화를 낼 테니 정당방위는커녕 정당행위도 되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누군가 책임은 져야 하는 상황이다. 일가친척의 치료비는 누가 댔을까? 아마도 사고 수습 차원에서 신랑 부모님이 치료비를 댔을 것이고 신혼부부 대신 머리를 조아렸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식중독은 “얘들이 뭘 몰라서…”라고 변명할 수 없는 일이다. 엄정히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경우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증식속도가 빠른 장염 비브리오균은 2시간만 지나도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여름철이라는 점을 감안해 차라리 시댁이 있는 지방도시에서 이바지 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어떤 식으로든 주의했으면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의 이바지 음식은 돈 받고 판 것이 아니다. 비슷한 일이 돈 받고 파는 음식점에서 생긴다면? 두 말할 나위 없이 식품위생법에 저촉되어 처벌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법에 의해 처벌 받는다고 모든 일이 오케이일까? 만약 식중독에 걸린 사람이 고3수험생인데 수능을 아예 못 봤다면? 시험은 치렀지만 좋지 않은 성적을 받았다면? 만약 식중독에 걸린 사람이 허약한 사람이었는데 식중독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어 입원했다면? 이렇게 세상 일이란 처벌로 모든 것이 끝나는 법이 없다. 이 모든 것의 핵심에는 부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그러니 제발 주의하자. 설마가 사람 잡는다. 아니 식중독이 사람 잡는다.
김석신 가톨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