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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기본계획 수립 초읽기…산업계 감축 목표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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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기본계획 수립 초읽기…산업계 감축 목표치는?

환경단체, 온실가스 감축 후퇴 강력 반대



김상협(오른쪽에서 네 번째)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이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30 NDC 산업부문 목표와 관련해 경제단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김상협(오른쪽에서 네 번째)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이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30 NDC 산업부문 목표와 관련해 경제단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조만간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구체적인 이행안을 담은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인 가운데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산업부문 현 NDC 목표는 14.5%로 업계는 감축률이 너무 과도하다며 이번 기본계획 수립에서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21일 녹위, 산자부 등에 따르면 산업계는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2억6050만t 대비 14.5%(3800만t)를 2030년까지 감축해야 한다. 이에 따른 산업부문 2030년 NDC는 2억2260만t이다. NDC 상향 조정 이전의 목표 26.3%의 산업부문 감축률 6.4%(감축량 1570t)에 비해 감축 의무가 2배로 늘어난 셈이다.

2021년 11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영국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종전 목표(26%)보다 14% 상향해 2030 NDC를 2018년 대비 40%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2030 NDC를 달성하려면 우리나라는 매년 4.17%씩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데 이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최대치라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유럽연합(EU) 1.98%, 미국·영국 2.81%, 일본 3.56% 등 주요국과 비교해 보아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당시, 정부는 친환경 원료 전환, 철스크랩,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으로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산업계는 국내 산업 구조와 현재 기업의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할 때 비현실적 목표라며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산업계는 실현 불가능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번에 수정하지 않으면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2021년 NDC 확정 당시 산업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는 국내 산업계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14.5% 감축 시 생산액이 270조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총생산(GDP)은 83조5000억원 줄어들고, 일자리는 46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추정했다.

산부도 지난 13일 “이런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현재 관계부처와 지속해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아직 산업부문 감축률 목표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는 “추가 기술개발 지원, 설비투자 지원, 연료비 지원, 세제 지원, 탄소차액 계약제도 마련 등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자부가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산업연구원에 의뢰한 연구 용역의 결과에 따르면 국내 산업부문이 2030년까지 달성 가능한 온실가스 감축 규모는 2018년 국내 온실가스배출량 2억 6050만t의 5%인 1300만t 정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와 공식 의견서를 탄녹위와 환경부에 제출하고 온실가스 감축 계획 조정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린피스,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산업부가 제출한 기본계획 초안에 산업부문 감축 목표를 14.5%에서 5%로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며 “산업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오염자 부담의 원칙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단체가 연도·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 후퇴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산업계가 요구하는 목표치를 얼마나 수용할지가 이번 기본계획 수립의 최대 관심사다.

오는 22일 탄녹위는 기본계획 수립에 앞서 공청회를 열고 분야별 의견을 수렴, 구체적인 이행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탄소중립 기본법에 따르면 법 시행 후 1년 이내인 오는 25일까지 기본계획을 확정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음 달이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탄녹위는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공청회 개최를 이틀 앞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 온실가스 감축 기본계획 초안조차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형식에 그치지 않고 온실가스 감축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기본계획 초안을 최소한 공청회 1주일 전에는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탄녹위가 공청회 개최 5일 전까지 기본계획에 관한 의견 제출을 공지하고도 마감일인 지난 17일까지 초안을 공개하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탄녹위 사무처 관계자는 “기본계획 초안은 공청회 전날이나 당일 오전 공개할 예정”이라며 “법정시한을 넘기더라도 의견수렴을 충분하게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10개 부문별, 연도별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담길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국내 산업계와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크다. 어떤 계획안이 나오더라도 이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할 전망이다.


남상인 글로벌이코노믹 선임기자 baunam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