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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공장 빨아들이지만…칩스법 앞길 곳곳에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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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공장 빨아들이지만…칩스법 앞길 곳곳에 암초

까다로운 보조금 지원 조건, 생산단가 상승‧인력난 등 칩스법에 놓인 난제 수두룩

미국이 칩스법으로 반도체 제조업체를 지원하지만 까다로운 보조금 지원 조건, 생산 단가 상승, 인력난 등 난제도 수두룩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칩스법으로 반도체 제조업체를 지원하지만 까다로운 보조금 지원 조건, 생산 단가 상승, 인력난 등 난제도 수두룩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미국이 ‘반도체 지원 및 과학 법’(칩스법)을 통해 미국 반도체 산업의 화려한 부활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내건 파격적인 정부 보조금과 세액 공제의 호재를 노리고,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과 해외 주요 반도체 기업이 경쟁적으로 대미(對美)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성공할지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정부가 내건 정부 지원금과 세액 공제 제공 조건이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주춤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단가가 아시아 등에 비해 2~3배 높아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단기간 내에 반도체 생산 중심국으로 발돋움하기에는 반도체 전문 인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현실이다. 유럽과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미국을 견제하려고 독자적으로 반도체 산업 지원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뉴욕타임스(NYT)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으론 아시아의 반도체 생산력을 대체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칩스법 시행으로 글로벌 반도체 점유율을 1~2%포인트 늘리는 데 그칠 것이라는 게 이들 기관의 평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미국이 자국 반도체 생산을 늘리기보다 동맹국과의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전략을 추진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직면할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반도체 생산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든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설비 비용, 인건비, 운영비 등이 모두 아시아 국가에 비해 턱없이 많이 든다.

CNBC는 최근 “미국이 540억 달러를 투입하는 칩스법으로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려 하지만, 이 법으로 반도체를 싼 가격에 만들 수가 없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생산된 반도체 칩을 사용해 스마트폰을 만들면 스마트폰 가격이 엄청나게 뛸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반도체 칩이 사용되는 다른 모든 전자제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이 매체는 강조했다.

비즈니스 모바일 서비스 업체인 소셜 모바일의 로버트 모르코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단가가 40%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CNBC는 미국산 반도체 칩을 장착한 아이폰은 개당 100달러가량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애플은 생산 단가가 이렇게 올라가면 미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반도체 칩을 공급받으려 할 것이라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가 40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한 데 대해 회사 내부에서 무모한 투자라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TSMC는 지난달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이 대만에 비해 4배 더 많이 든다고 밝혔다. 인건비, 허가 비용, 규정 준수, 인플레이션 등이 그 원인이라고 TSMC가 설명했다.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원자재, 장비, 핵심 부품 운송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미국에서 반도체 전문 인력을 충원하는 것도 난제로 떠올랐다. 비즈니스 위크는 “미국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미국을 반도체 중심 국가로 변모시키려 하지만, 이런 꿈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기가 어렵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산업 전반에 걸쳐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반도체 생산 근로자와 같은 기술 인력을 단기간에 충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기술 통제를 위한 전방위 공세에 나서고 있으나 한국을 비롯한 핵심 동맹국의 참여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달 27일 반도체 핵심 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와 일본의 중국에 대한 수출통제 동참을 끌어내는 데 일단 성공했다. 미국은 또한 한국, 일본, 대만 4개국 간 반도체 협의체인 ‘칩4 동맹’을 결성해 중국을 포위하려고 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