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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온길] 국내 최초 민간 정유사의 시작 '현대오일뱅크'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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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온길] 국내 최초 민간 정유사의 시작 '현대오일뱅크' (下)

현대오일뱅크 창립 59주년
IMF로 인해 외국자본에 지분 넘어가...2010년 11년만에 되찾아
정유사업과 더불어 블루수소, 친환경 소재 등 미래 신사업 집중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정문. 사진=현대오일뱅크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정문. 사진=현대오일뱅크
위기는 바로 찾아왔다. 1998년 IMF 외환위기로 인한 자금난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현대그룹은 5대 핵심업종에 주력하고 79개 계열사 중 53개사를 계열 분리·합작·합병을 통해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 일환으로 현대정유는 지분 50%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영석유투자회사 IPIC에 5억달러 규모의 외자유치를 성사시켰다. 현대정유가 현대중공업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된 것이다.

그럼에도 현대정유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정몽혁 회장의 후임자 임명된 서영태 대표이사는 사명을 현재의 현대오일뱅크로 바꾸며 변화를 시도했다. 2003년에는 국내 정유사 최초로 육로를 통해 북한으로 직접 유류를 수송했다.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이후에도 대북 관련 사업을 계속 이어갔다. 2004에는 2100억원을 들여 하루 6만배럴의 초저유황 경유탈황시설과 하루 2만배럴의 휘발유탈황시설, 시간당 4만5000㎥ 생산 규모의 수소제조공정을 건설했다.
하지만 외국자본에 경영권이 넘어간 현대오일뱅크는 다른 경쟁 업체대비 큰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매출액도 다른 경쟁사 대비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2008년 기준 GS칼텍스의 매출액은 34조4242억원이었지만, 현대오일뱅크는 14조8347억원이었다.

현대오일뱅크가 다시 현대중공업그룹 품에 안긴 것은 2010년이었다. 외국자본에 지분이 넘어간지 11년 만의 일이었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의 지분을 다시 가져오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2006년 1억8000만달러의 배당금을 받아간 IPIC는 2007년부터 이익이 발생함에도 배당금을 받아가지 않았다. 이에 현대 측은 "IPIC가 의도적으로 현대 측의 경영 참여 및 배당권리를 훼손한"며 2008년 3월 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 중재신청을 했다. ICC는 2009년 11월 IPIC의 계약위반을 인정했고 IPIC가 지분 70%를 현대중공업에 모두 넘겨야 한다고 판정했다.

IPIC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지만, 결국 2010년 8월 IPIC는 법적 절차를 포기하고 현대중공업에 현대오일뱅크의 지분을 모두 매각한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3%를 확보하면서 경영권을 가져왔다. 아산 정주영 회장의 유산을 되찾은 것이다.

2010년 8월 12일 현대중공업에서 33년간 근무한 권오갑 사장이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대산본사를 찾았다. 사진=현대오일뱅크
2010년 8월 12일 현대중공업에서 33년간 근무한 권오갑 사장이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대산본사를 찾았다. 사진=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의 초대 사장은 현대중공업 부사장인 권오갑 사장으로 임명됐다. 그가 현대오일뱅크에 오자마자 한 것은 전국에 있는 2500개 주유소에 일제히 현수막을 걸어 현대오일뱅크가 현대중공업 가족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었다. 또 직원들 간의 소통, 조직문화 개선에도 집중했다. 배우자 현대중공업 견학, 등산, 체육대회, 월급봉투, 해병대 체험 행군 등 임직원들의 소속감을 높이고 기(氣)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현대오일뱅크는 신사업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원유정제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탈피해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뻗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롯데케미칼과 현대케미칼을 설립, 대산공장에서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설비(HPC)를 구축한 것과 대산공장 내 친환경 건축 소재 공장 가동도 이를 위함이다. 이외에도 블루수소, 친환경 소재, 화이트 바이오 등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해 수익 구조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50주년 비전 선포식에서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기존 정유·석유화학 사업에서 닦은 기반을 활용해 친환경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우리 그룹의 에너지 사업은 앞으로 계속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강조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