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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미·중 패권경쟁에 반사이익 얻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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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미·중 패권경쟁에 반사이익 얻나

美 '장비 수출 제한조치' 후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 중국 위주 공급망 변경 추진 중

반도체 메모리 제품. 사진=셔터스톡이미지 확대보기
반도체 메모리 제품. 사진=셔터스톡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0월 미 상무부가 '반도체 등 첨단 IT기기 관련 장비 수출 제한 조치'를 결정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매출을 줄이는 동시에 미주지역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사업보고서를 통해 중국에서 13조21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5조601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던 전분기와 비교하면 15.3%가 줄어든 규모다. SK하이닉스 역시 3분기 중국 매출액이 2조7533억원에 그치면서 전분기(4조2063억원) 대비 34.5%가 감소했다.
특히 전체 매출액 대비 중국 매출액을 살펴보면 눈에 띄게 줄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전체 매출액 대비 중국 매출 비중은 각각 9.6% 25.1%로, 2분기 대비 3.8% 5.4% 감소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주지역 매출 비중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3분기 미주지역 매출액이 17조142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1.5%가 감소했지만, 분기 전체 매출액에서는 늘어났다. SK하이닉스 역시 3분기 6조1677억원의 매출액을 미주지역에서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13.0% 미주지역 매출액이 감소했지만, 전체매출액 대비 미주지역 매출비중은 더 높아졌다.

두 기업들이 중국 매출 비중을 낮추고 미주지역 매출 비중을 높이는 것은 미·중 간 패권경쟁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 상무부가 지난 10월 7일 발표한 '반도체 등 첨단IT기기 관련 장비 수출 제한 조치'가 결정적인 배경으로 지목된다.

미 상무부의 수출제한 조치 규정을 살펴보면 반도체 제조국가의 여부와 관계없이 최첨단 반도체 제조장비와 미국 기술로 만든 특정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할 수 없다는 게 이번 정책의 핵심이다. 반도체와 관련한 원천특허를 미국 기업들이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중국으로의 반도체 관련 장비 수출을 막는 조치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미 상무부의 수출제한 조치 발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로 인해 혼란을 겪기도 했다. 중국 시안(삼성전자)과 우시·다렌(SK하이닉스)지역의 공장들에 최신 공정장비들을 공급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당시 노수빈 SK하이닉스 최고마케팅 책임자는 이와 관련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 상무부의 수출 제한 조치로 인해) 비상대책으로 팹 매각, 장비 매각 등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두 기업은 미 상무부와의 협의를 통해 해당 규정을 '1년 간 유예' 받았다.

국내 반도체업계에서는 미 정부의 '대 중국 수출제한 조치'가 반도체산업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은 총 1280억달러 규모인데, 이중 중국 40%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시안과 우시·다렌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지목됐다. 두 기업의 중국 내 공장 생산량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중국 시안공장에서 생산되는 낸드플레시메모리는 삼성전자 전체 생산량의 약 40%를 달하며, D랩을 만드는 우시공장 역시 SK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량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 상무부의 강력한 '수출제한 조치'가 오히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계 반도체 기업들의 미주지역 수출길도 막히게 되면서 국내 반도체기업들이 이에 대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서다. 중국계 반도체기업들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던 기업들과, 중국 내 생산공장을 운영했던 주요 기업들이 수출제한 조치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새로운 대안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애플이 중국 공급망을 배제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새로운 공급망에 추가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애플이 중국 YMTC로부터 공급받아왔던 3D 낸드플래시메모리 대신에 삼성전자를 고민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애플은 과거 삼성전자로부터 D램을 공급받았으며, 낸드플래시메모리의 경우 일본 키옥시아와 SK하이닉스가 공급한 바 있다.

게다가 미 상무부는 내년 초 중국 관련 반도체 기업 30여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릴 것이란 관측이 미국 현지매체들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해당 중국 반도체기업들은 미주지역 뿐 아니라 유럽 및 아시아 기업들과의 거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 상무부의 중국 기업 블랙리스트 등재가 추진되면 중국산 반도체를 납품받아 미주시장에 수출해왔던 기업들이 결국 중국 기업들로부터 납품받으면 안되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며 "새로운 부품 공급처를 찾아야 하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장 매력적인 대안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