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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반도체 제조업체 좋은 시절 끝났다…하락세 대비 재고 조정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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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반도체 제조업체 좋은 시절 끝났다…하락세 대비 재고 조정 돌입

서킷 보드에 꽂힌 반도체 칩.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서킷 보드에 꽂힌 반도체 칩. 사진=로이터

반도체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대규모 주문 증가로 판매량 사상 최대, 주가 사상 최고치 등을 경신하면서, 충분한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쟁탈전까지 벌어졌다. 일부에서는 이런 호황세가 몇 년간은 지속될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도 있지만, 이제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향후 10년 이상 최악의 하락세로 전환될 위기에 대비할 준비 태세가 필요한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고 이코노믹 타임즈 등 외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일부 고객들은 필요한 전자 부품을 구할 수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으나, 이런 수요가 빠르게 증발하면서,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운명이 급전 직하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칩메이커인 엔비디아는 핵심사업에서 연간 40% 이상의 수요 감소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비슷한 상황를 경고하고 있다.

그런 현상은 컴퓨터 시대만큼 오래된 딜레마다. 칩 공장을 짓는 데는 수년이 걸리며, 그들이 가장 필요할 때 항상 주문이 뒤따르지 않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내 생산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5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및 과학법에 서명했을 때 반도체 주기의 배신을 볼 수 있었다. 그 날, 미국 최대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마이크론이 투자자들에게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머큐리 리서치(Mercury Research)에 따르면 데스크톱 프로세서 출하량은 2분기에 거의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약 1984년 이후 연간 가장 큰 감소폭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 봉쇄에 따른 재택근무 트렌드에 의해 일시 급등한 기기 수요에 따른 고통스런 후속타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의 구매를 줄이고 있고 칩 구매자들은 그 뒤를 따르며, 소위 업계가 재고 조정에 들어가고 있다. 추가하여 세계 경제의 약화로 인해 더 두드러진다면, 반도체 산업은 지난 2019년 침체기 이후 보았던 빠른 반등을 예상하기 힘들 것이다.

씨티그룹의 애널리스트인 크리스토퍼 대니얼리(Christopher Danely)는 소위 '나쁜 침체'로 여겨지는 반도체 업계 하락세가 최소 10년, 아니 20년도 가능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번이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과 일본에 이르기까지 각국 정부가 새로운 공장 건설과 장비에 광범위한 보조금 지급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기업 간의 경쟁이었으나, 지금은 그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국가 간 경쟁이 되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인텔과 같은 회사들은 미국 반도체업체들이 아시아 제조업체들보다 더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칩스 법안 통과에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이제 미국 반도체업체들은 수요가 불안정한 시기에 새로운 제조 용량을 추가로 건설할 준비가 되어 있다.

반도체 장비 산업 협회 SEMI에 따르면 2022년 팹으로 알려진 대규모 공장의 신규 건설 프로젝트가 24건 진행 중이며, 이는 SEMI가 2014년 이후 추적한 평균 20건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2022년 반도체 장비 총지출은 1175억 달러로 2021년 이전 기록보다 15% 증가할 것이다. 또한 2023년에는 그 규모가 1208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도체 제조산업은 막대한 초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점점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대 200억 달러짜리 공장이 뒤떨어진 기술로 낡은 공장으로 바뀌기 전까지 24시간 풀가동하여 몇 년 안에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그러한 막대한 투자 위험성 때문에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수가 5개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삼성전자, TSMC, 인텔 단 세 곳이 반도체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경쟁사들보다 반도체 산업의 경제 구조를 더 잘 이해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구축해 왔다. 적절한 시기에 생산 라인을 추가하고 공급망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치했다.

그러나 아시아 제조업체의 공급망 대안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반도체 생산을 늘리려는 움직임은 그 효율성 제고를 향한 추진력에 방해가 될 수 있다.

피치 등급 분석가 제이슨 폼페이(Jason Pompeii)는 "반도체 업계가 미국과 유럽에 이중 공급망을 효과적으로 구축하고 있다"면서 "이 전환은 특히 지난 수십 년 동안 업계가 누려온 효율성 증가와 비교할 때 짧은 기간 반복적으로 수익성과 현금 흐름의 변동성이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당장 닥친 위험은 경기 침체로 향하는 시기에 생산 능력에 대한 과잉 투자"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장기적 수요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이다. 이들 경영진들은 여전히 2020년 말까지 총 매출 1조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대규모 공장 증축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것이 바로 칩 업계의 이야기다. 번스타인의 라스곤은 "모두가 수요 예측에 정말 서투르다. 너무 강세였다가 그러면 곧 너무 약세다"라며 말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명예기자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