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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원통형이 대세...한중일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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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원통형이 대세...한중일 각축전

삼성SDI에서 개발 중인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사진=삼성SDI
삼성SDI에서 개발 중인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사진=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원통형이 대세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원통형 배터리는 각형보다 공간 효율성과 에너지 밀도가 높고, 파우치형보다는 가격이 저렴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이 같은 장점은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망 위기를 겪으면서 더욱 부각됐다. 여기에 완성차 업체들이 바람을 불어넣었다. 전기차 플랫폼에 원통형을 선택하면서 점유율 상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K-배터리 기업들로선 호재다. 원통형 배터리 생산 능력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는데 국내 업계의 기대가 실려 있다. 문제는 중국의 시장 진출이다.
7일 업계는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이 지난달 BMW와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본격적으로 원통형 배터리 양산 체제를 갖출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일종의 신호탄이다. 그간 각형의 저가 배터리 양산에 주력해온 중국 업체들이 CATL을 필두로 배터리 형태 다변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CATL 29.6% △BYD(중국) 15.9% △LG에너지솔루션 12.8% △파나소닉(일본) 11.9% △SK온 8.2% △삼성SDI 4.7% 순이다.

중국이 CATL과 BYD로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지만 생산 체제 변화가 불가피하다. 포화 상태에 이른 자국 시장에서 더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데다 세계 전기차 1위 업체 테슬라를 비롯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자체 개발에 나서면서 수요층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는 게 중요해졌다.

이런 가운데 그간 각형 배터리를 써오던 BMW가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키로 하고 CATL을 낙점함에 따라 원통형을 둘러싼 배터리 경쟁은 확전되는 양상이다. 원통형 배터리를 테슬라에 공급해 온 파나소닉은 최근 기존 제품보다 지름과 길이를 키운 '4680'(지름 46mm, 길이 80mm) 원통형 배터리의 양산을 앞두고 테슬라에 샘플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업체도 대형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 중인데, 발빠르게 대응한 것은 삼성SDI다. 파나소닉과 마찬가지로 지름을 46㎜로 늘린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나섰다. 높이는 아직 미정이나, 기존에 양산해온 2170규격(지름 21㎜, 높이 70㎜)과 1865규격(지름 18㎜, 높이 65㎜)보다 크게 제작해 에너지 용량을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 5배, 출력 6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업계는 예상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원통형 배터리 생산 능력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충북 오창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를 단행하는 한편 미국 애리조나주에 2024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신규 공장은 원통형 배터리 전용으로, 북미시장 공략에 나선 국내 배터리 업체 가운데 첫 도전으로 알려졌다.
SK온은 후발주자의 한계를 직면하게 됐다. 장비 구매 등에 따른 비용 부담, 10여년 넘게 배터리를 연구해온 경쟁사들과 기술 격차 등을 고려해 원통형을 건너뛰고 파우치형으로 직행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각각 파우치형, 각형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면서도 기본적으로 원통형을 생산해왔다. SK온으로선 전략적인 선택이었으나 도리어 배터리 경쟁에서 발목을 잡힐 판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미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nk254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