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김종대의 스틸스토리] 세계 철강 부문의 탈탄소화와 중국의 중요한 역할

공유
1

[김종대의 스틸스토리] 세계 철강 부문의 탈탄소화와 중국의 중요한 역할

철강산업의 탈탄소화에서 중국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이미지 확대보기
철강산업의 탈탄소화에서 중국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세계 철강 산업을 녹색화 하는데 가장 앞장 서야 할 국가는 어디일까?
이 질문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국가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세계 최고의 철강 생산국이라는 점과 화석연료로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고로)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라는 점에서 환경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견제를 받는 국가이기도하다.

사실 중국의 철강 공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지구 기후에 대단히 중요하다. 전체적인 탄소 배출량으로 판단한다면 철강 산업은 발전 산업 다음으로 탄소 배출량이 많은 산업이다.

철강 산업은 전 세계의 연간 총 탄소 배출량 중 약 17%를 차지한다. 그 탄소배출량 중 중국의 배출량은 두 번째로 큰 규모이다. 중국은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반면에 탄소 배출량도 60%가 넘는다.

최근 중국당국은 단호한 정책을 내놨다. 철강 부문의 탈 탄소화를 위해 일련의 양적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이 조치들은 전 세계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는 것과 일치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

중국과 글로벌 철강업체들이 직면한 탄소 중립을 이루려는 도전 규모는 상당하다. 기후변화 싱크탱크 E3G와 태평양 노스웨스트 국립연구소의 최근 보고서는 철강 탈탄소화를 위해 온도를 1.5도 이하로 낮추려는 과정에서 막대한 영향을 주는 지역을 밝혀냈다. 이 보고서는 2030년까지 중국 철강 산업에서 배출 되는 탄소의 양을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 이유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하지만 중국은 2025년까지 철강 부문의 탄소 최고 배출량 목표를 낮추겠다고 선언했다가 다시 2030년으로 연기하는 정책을 표명했다.
기후학자들은 더 빠른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중국 철강 부문의 탄소 절감에 대한 노력은 수요 측면의 접근 방식에서부터 청정 기술로의 전환 가속화와 국제적인 이니셔티브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좁혀진다.

정책은 올바른 방향이지만 시행 너무 느려


온도를 1.5도 이내로 낮추려는 지구촌의 노력을 위해 중국의 철강 부문은 2030년으로 못 박은 탄소 배출량 감소 방침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약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에는 탄소 배출을 99%까지 감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2030년 이전까지 중국의 탄소 배출량을 정점에 도달시키겠다는 지침은 턱없이 부족하다. 중국 전체 철강 생산량의 17%를 차지하는 바오우스틸과 HBIS, 바오터우스틸이 야심찬 목표치를 내놓은 것과 대조적인 일이다.

중국은 2025년 이전에 배출량의 정점을 찍고, 2030년까지 배출량을 크게 줄이며, 2050년까지 순제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철강협회(CISA)도 지난해 초 2025년까지 정점을 찍고 2030년까지 배출량을 30% 감축하자는 초안을 지지했다.

중국 철강업계의 이러한 신호는 더 빠른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 정부는 철강 재활용과 원자재 사용의 효율성 개선과 같은 수요 측면의 영향력(leverage)을 포함하여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 도구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며, 중국 정부는 ‘net zero ready’ 기술로 기존 철강 용량을 대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요 측면 레버의 잠재력 최대한 활용


수요 측면의 레버(lever)는 중국의 철강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기후변화 보고서는 철강 재활용의 확대와 함께 일련의 재료 효율성 채택 과정에서 2020년과 비교했을 때 2050년에는 철강 부문의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발견되고 있다.

재료 효율성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중국의 철강 산업은 철광석을 원료로 사용하여 탄소 배출이 많은 고로생산방식 대신, 철 스크랩을 재활용하는 전기 아크로(EAF) 생산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다.

기후변화 보고서의 모델링에 따르면 고로제철 방식 대신 전기로(EAF) 제강법을 채택하게 된다면 용광로에 의한 1차적인 철강 생산보다 약 85% 적은 탄소배출량을 보이게 된다. 만약 중국이 고철 기반의 전기로(EAF) 제강 생산방법을 56%로 늘리게 된다면 오는 2050년에는 2020년도의 수준을 기준으로 할 때 중국 철강 부문의 탄소 배출을 39%까지 줄일 수 있게 된다.

중국의 ‘탈탄소'를 위해 필요한 개혁


재료의 효율성을 개선한다면 2050년에는 전 세계 철강 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21%까지 줄일 수 있게 된다. 여기에는 철강 집약적 제품과 건물의 수명 연장, 최적화된 설계와 사용 후 재활용 등과 같은 조치가 포함된다. 중국에서는 재료 효율 개선만으로도 생산 수준을 낮출 수 있고, 2050년에는 강철 생산량을 19% 줄일 수 있다.

수요 측면의 잠재적인 영향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는 고로방식의 1차 철강 생산을 억제하고, 재활용을 장려해야한다. 그리고 철강 스크랩의 수집과 분류 개선이 이뤄져야하며, 철강 집약적 자산의 수명 연장을 위한 일치된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 이 분야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견은 재활용 증가 촉진에 진전을 보이면서 2050년의 철 스크랩 사용 목표를 3억 톤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2020년에 사용한 철 스크랩량 보다 4000만 톤이 증가한 규모이다.

저배출 기술로 인프라 구축


중국의 철강 산업을 더 깨끗한 생산 체제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저탄소 기술이 필요하게 된다. 중국 철강의 92%는 현재 제철 공정에서 탄소 배출의 원천이 되는 석탄 기반의 용광로와 염기성 산소 용해로(BF-BOF)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철강 부문은 중국 전체 석탄 사용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석탄 수요 증가의 주요 원천이 되고 있다.

1.5도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까지 중국 철강의 10%만 BF-BOF 장치를 사용하여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용해로에는 탄소 포획과 저장기술이 필요하고, 2050년까지 대부분의 고로 설비는 녹색수소 기반의 직접환원철(DRI) 생산과 고철 기반의 전기 아크로로 대체되어야 한다.

철 스크랩 기반의 전기로(EAF)는 2차 생산과 재활용을 증가시켜 1차 철강 생산의 배출량을 줄이고 수요 증감에도 유연한 체질을 갖추게 된다. 수소 기반의 DRI 생산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에서 파생된 수소를 사용함으로써 탄소가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

지난 1년 동안 중국에서는 수많은 수소 DRI 파일럿이 발표되었다. 기업들은 이르면 2025년에 수소 기반 순제로 강철을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필요한 수준의 배출량 감소를 달성하려면 2050년 이전에 철강 부문의 줄지 않는 석탄을 단계적으로 폐기하고 전기와 수소가 모두 재생 가능한 자원에서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이 2025년까지 전기로(EAF) 철강 생산 비중을 15%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는 1.5도 시나리오와 대체로 일치하지만 아쉬운 것은 이 부문의 장기적인 목표는 없다는 점이다.

세계 유수의 철강업체들은 탈탄소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유수의 철강업체들은 탈탄소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수소 기반 DRI 생산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중국 철강 생산업체 HBIS가 건설한 첫 산업용 수소 기반의 DRI 공장은 올해 장자커우시에 가동될 전망이다.

중국의 지침은 효율이 낮고 에너지 소비가 많은 발전소의 제거를 장려하기 위해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철강 용량 스왑 정책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왑 정책의 일환으로 지방 정부가 승인한 모든 신규 용해로에 대해 동일하거나 추가적인 양의 낡고 비효율적인 용광로를 단계적으로 폐기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조치는 중국 철강 산업이 우선해야 할 시급한 문제이다.

이러한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은 전기로와 수소 DRI로 대폭적인 전환을 가속화해야 할 것이다. 이는 정책 지원과 인센티브를 증가시켜야 하는 과제가 동반되어야 한다. 특히 중국 정부는 철강 생산에서 재활용과 자재의 효율을 높이고, 중국의 현재 생산 기반을 탄소 저 배출기술로 업그레이드하는 탈탄소화 경로에 대한 명확한 정책 지침을 내릴 필요가 있다.

필요한 추진력으로서의 국제 참여


산업 탈탄소화의 다양한 속도는 ‘탄소 누출’을 해결하기 위한 무역 조치의 개발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조만간 EU의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 등 탄소 부담금의 영향과 씨름해야 하는데, 중국 관리들은 CBAM을 보호무역주의 조치로 간주하고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중국에게 국내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예를 들어, 수소 기반의 DRI와 같은 저탄소 기술을 사용하는 중국의 철강 생산자들은 잠재적으로 CBAM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탄소 누출이란?


독일을 필두로 한 ‘국제기후클럽’의 논의도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독일의 제안은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국제 기후 클럽’의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탄소 누출방지와 산업부문의 탈탄소화를 둘러싼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국가 간 정책 마련과 조정을 목표로 한다.

중국은 이러한 논의에 참여하고 세계 무역시스템의 새로운 규칙을 준수하는 대신 탄소배출을 엄격히 감축할 수 있는 더 나은 철강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이익에 부합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 다른 곳에서의 움직임도 있다. 영국과 인도가 청정에너지부 산하 산업 딥 디카본화 이니셔티브(IDDI)를 주도하고 있다. 이는 저탄소 소재에 대한 시장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정부 조달물자를 사용하는 국가들을 조정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중국이 IDDI와 같은 국제적인 이니셔티브에 참여하면 세계 청정 경제표준을 설정하고 미래의 녹색 시장에 대한 접근을 확보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중국 철강 산업이 무역 긴장을 최소화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 내 철강 부문의 탈탄소 노력을 가속화하고 산업 탈탄소화에 대한 국제적인 이니셔티브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김종대 글로벌철강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