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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동박 시장'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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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동박 시장' 활짝

SK넥실리스-일진머티리얼즈, 시장 점유율 총 35% 차지
2024년 해외 생산공장 속속 완공… 유럽 찍고 북미 진출

동박은 전기차 배터리의 음극재에 들어가는 얇은 구리 막이다. 사진은 SKC넥실리스에서 생산 중인 동박. 사진=SKC이미지 확대보기
동박은 전기차 배터리의 음극재에 들어가는 얇은 구리 막이다. 사진은 SKC넥실리스에서 생산 중인 동박. 사진=SKC
동박이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급부상했다. 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라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들의 몸값도 올랐다. 동박은 배터리 4대 소재(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중 하나인 음극재에 들어가는 얇은 구리막으로, 집전체 역할을 한다. 배터리에서 전류가 흐르는 통로가 되는 셈. 얇을수록 배터리의 용량 대비 무게를 가볍게 하고, 넓고 길수록 수요처에서 요구하는 물리적 특성을 충족시킬 수 있다. 기술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다는 얘기다.

경쟁력은 한국 기업이 월등히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은 얇으면서 일정한 두께를 유지하는 동시에 대량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국내 업체의 기술력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이를 방증하는 것은 시장 점유율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21년 기준으로 SK넥실리스(22%)와 일진머티리얼즈(13%)가 각각 1위, 4위를 기록하며 총 35%의 점유율을 차지했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해당 조사 결과는 동박 시장의 달라진 지형을 보여준다. 10여년 전만 해도 일본 업체들이 선두를 달렸기 때문. '잘나가던' 니폰 덴카이(5%)와 후루카와(2%)는 현재 중국과 대만 업체에도 밀렸다. 왓슨(중국·19%), 창춘(대만·18%), 자위안커지(중국·9%), 눠더구펀(중국·7%) 등이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성장하면서 자국의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사실상 한국과 중국의 경쟁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주도권은 한국 업체들이 쥐고 있다는데 이견이 없다. SK넥실리스와 일진머티리얼즈 등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동박은 중국의 저가 제품과 달리 품질 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특히 SK넥실리스는 경쟁사보다 최소 5년 앞서는 기술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3년 전에 4㎛(마이크로미터) 동박을 폭 1.4m, 길이 30㎞로 양산하는 데 성공한 것. 세계 최초다.

국내 업체들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 배터리 제조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공격적인 사업 투자를 예고한데 이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 추진에 나서면서 동박 시장의 전망을 밝혔다. LFP 배터리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최소 5% 이상 동박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배터리 3사는 NCM 생산에 주력할 계획이었으나,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저가 시장 공략에 견제 차원으로 LFP 개발·생산의 필요성을 느꼈다.
전기차에는 배터리 용량에 따라 차이 나지만, 대당 15~20㎏의 동박이 필요하다. 사진은 일진머티리얼즈에서 생산 중인 동박. 사진=일진머티리얼즈이미지 확대보기
전기차에는 배터리 용량에 따라 차이 나지만, 대당 15~20㎏의 동박이 필요하다. 사진은 일진머티리얼즈에서 생산 중인 동박. 사진=일진머티리얼즈

전기차 시장 확대와 함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LFP 개발·생산은 동박의 수요 증가를 알리는 신호다. 수요 대응을 위한 SK넥실리스, 일진머티리얼즈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SK넥실리스는 글로벌 생산 기지 확대를 통해 연간 5만t인 동박 생산량을 오는 2025년까지 25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6공장이 순차적으로 가동했고, 말레이시아와 폴란드 내 생산 공장이 착공한 상태다. 뿐만 아니다. 올해 안에 미국 내 부지를 확보한 뒤 새 공장 건립에 나설 계획이다. 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는 지난 10일 SKC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동박사업을 글로벌로 확장하고 있다. 인건비와 물류비 등은 현재보다 개선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폴란드 공장은 북미,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전기차 배터리 시장으로 불리는 유럽의 동박 생산거점이 된다. SK넥실리스의 주요 고객사 중 한 곳인 LG에너지솔루션도 폴란드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결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두고 수요처의 요구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양산 시점은 2024년 하반기가 목표다. 이보다 앞서 말레이시아 공장이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 공장이 완공되면 하반기부터 동박 생산에 들어간다.

순수 동박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는 스페인을 유럽의 생산거점으로 삼았다. 당초 헝가리를 거점지로 낙점했으나, 이곳엔 가공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동박을 자르는 후공정(슬리팅) 작업이 헝가리에서 이뤄지는 것. 이로써 해외 납품 일정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란 게 일진머티리얼즈의 기대다. 2024년 스페인(2만5000t) 공장이 완공되면 일진머티리얼즈의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연간 생산량은 한국 1만5000t, 말레이시아 9만t을 포함해 총 13만t까지 증가한다.

북미 진출도 검토 중이다. 이르면 올해 북미 지역 내 동박 생산거점을 확정하고 신규 투자 계획을 공개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이차전지 소재 분야의 '글로벌 톱티어' 회사로 성장시키겠다"는 게 양점식 사장의 각오다.

SK넥실리스와 일진머티리얼즈를 제치고 북미 진출에 한발 앞선 곳은 솔루스첨단소재다. 캐나다 퀘백주에 생산공장 부지를 확보해 오는 7월 착공을 앞뒀다. 건설비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총 2408억원) 성공 소식은 지난 11일 공시를 통해 알렸다. 이 자금으로 2024년까지 공장을 완공해 1만7000t의 동박을 양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 가능성도 열려있다. 앞서 솔루스첨단소재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완성차 업체 테슬라에 배터리 제조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동박을 납품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소미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nk254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