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어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엥(PSA)이 합병하면서 출범한 완성차 회사로 산하에 피아트, 크라이슬러, 푸조, 지프, 마세라티 등 14개 자동차 브랜드를 두고 있다. 생산 규모로 세계 4위를 차지한다. 지난해부턴 전기차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에 도전장을 냈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는 지난해 10월 미국에 연산 23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반년이 지나도록 진전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투자 규모, 합작법인의 사명도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3월에 열린 삼성SDI 정기주주총회에서 취재진과 만난 최윤호 사장이 "현재 부지 선정을 어느 정도 마친 상태로 조만간 공개할 전망"이라고 밝힌 게 전부였다.
때문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은 지지부진한 합작사 설립에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첫날인 지난 20일,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아 "삼성이 우리 상무부와 협력해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할 것으로 알고 있다. 양국의 경제 성장과 에너지 안보,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미 기술동맹의 사례로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협력 관계를 언급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삼성의 대미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업계 일각에선 "합작사 설립 세부 내용이 모두 확정돼 언급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놨다. 뿐만 아니다. 향후 공급망 불안 이슈에서 대중(對中) 연합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양국 산업계의 공통 화두를 재확인했다는데 기대가 모아졌다.
실제 한미의 동맹은 견고해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내수시장 장악과 함께 세계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견제와 한국의 대응이 닮았다. 앞서 우리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중국의 경제 영토 확장을 견제하는 경제협의체로,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빠지면 국익에 피해가 많다"고 윤석열 대통령은 말했다.
소미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nk254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