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는 형태에 따라 원통형, 파우치형 그리고 각형으로 분류된다. LG엔솔(원통형·파우치형)과 삼성SDI(원통형·각형)는 원통형을 포함해 두 가지 이상의 배터리를 생산해온 반면 후발주자인 SK온은 원통형을 건너뛰고 파우치형 생산으로 직행했다. 원통형이 가장 기본이지만, 그만큼 다른 경쟁사들이 오랜 시간 투자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SK온으로선 선택과 집중을 택한 셈이다.
SNE리서치는 "각형 1강 구도에 시장이 잠식당하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이대로 지속된다면 시장은 중국 업체에 내줄 수밖에 없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CATL, 그 뒤를 빠르게 쫒아오는 BYD에서 각형으로 제작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을 상당 부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배터리사들의 각형 개발은 완성차 업체의 수요는 물론 중국 경쟁사 견제를 위한 대응 전략이다.
각형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외부 충격에 강하고 내구성이 좋다. 프리미엄 자동차 회사들이 각형을 선호하는 이유도 바로 안정성이다. 문제는 원통형보다 비싼 값이다. 하지만 수요에 따른 기술개발로 향후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기대에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여기서 한발 앞선 국내 업체는 삼성SDI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다.
국내 배터리 1위 업체인 LG엔솔은 각형 개발을 고려 중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리어 SK온이 기존 생산품인 파우치형의 기술 기반으로 각형 개발에 먼저 뛰어들었다. 현재 양산 단계 직전인 B샘플을 마친 상태로, 올해 12월부터 각형 배터리 양산에 대비한 파일럿 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SK온의 각형 개발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주요 고객사인 폭스바겐그룹에서 2030년까지 각형 배터리 비율을 80%까지 높이겠다고 공표한 가운데 SK온을 포함한 배터리 공급사들에게 각형 개발을 요청해서다. SK온은 포드와 설립한 합작사 블루오벌SK를 통해 내년 상반기 출시될 포드 전기차에 각형 배터리를 공급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삼성SDI는 각형과 함께 원통형 배터리의 생산량을 늘려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각형이 대세이긴 하지만 원통형도 포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원통 특성상 공간 활용도가 낮고 수명이 짧은 단점이 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생산에 용이하다. 각형 배터리가 상용화되기까지 기존 형태인 원통형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시장을 둘로 갈랐다.
소미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nk254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