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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스토리] 美서부 개척한 푸에블로 제철소 소유권은 러시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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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의 스틸스토리] 美서부 개척한 푸에블로 제철소 소유권은 러시아에?

에브라즈 노스 아메리카의 푸에블로 철강 공장.이미지 확대보기
에브라즈 노스 아메리카의 푸에블로 철강 공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미국 내에서 가동 중인 러시아 소유의 철강기업은 과연 운영상 차질은 없을까? 이곳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삶의 터전을 잃지는 않을까? 글로벌이코노믹은 지난 3월 16일자에 게재된 ‘러시아가 소유한 미국 푸에블로제철소 어떻게 성공했나?’라는 기사에 이어 ‘미 서부 개척한 푸에블로제철소 소유권은 러시아와 관련 있다’’는 내용을 두 번째로 게재한다. [편집자 주]

친환경 제철소로 거듭난 푸에블로제철소


미국 콜로라도 푸에블로의 낮은 지대에서 가동 중인 푸에블로제철소는 철강 공장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밝은 장소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철강제품들은 한때 미국 서부를 가로지르는 철도 건설에 사용되었다.

콜로라도 주에서 가장 큰 민간 철강메이커인 푸에블로제철소는 현재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이 철강공장은 세계 최초로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태양열로 대체했다. 친환경 철강공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탈탄소에 여념이 없는 철강기업들에게 푸에블로제철소의 친환경 설비는 벤치마킹하기 좋은 대상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푸에블로제철소의 철강 노동자들과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는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려운 불쾌한 현실을 마주하면서 갖가지 고민과 씨름하고 있다.

푸에블로제철소 근무자들이 가장 불쾌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사실은 러시아 탱크를 건설하기 위해 철강을 공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에브라즈의 최대 주주가 바로 푸에블로제철소의 소유주 아브라모비치라는 점이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어서 푸에블로제철소의 미래가 불안한 상황이다.

푸에블로제철소의 최대 주주는 아브라모비치


푸에블로제철소의 역사를 뒤져보면 왜 근무자들이 겁을 먹고 있는지 잘 알게 한다. 푸에블로제철소는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푸에블로제철소는 러시아 주요 철강기업인 에브라즈가 2007년에 사들였고, 에브라즈의 최대 주주는 지난달 영국과 유럽연합, 캐나다로부터 제재를 받은 러시아의 철강왕 로만 아브라모비치이다.

아브라모비치는 영국정부의 제재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영국정부는 그가 콜로라도에 있는 푸에블로제철소의 모기업인 에브라즈를 통제하고 있으며, 전차 생산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철강을 러시아군에 공급하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
 이 소식은 푸에블로제철소 근무자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에브라즈는 푸에블로제철소와 오리건제철소 그리고 캐나다에도 여러 개의 철강 공장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영국정부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에브라즈가 러시아 군대에 철강재를 공급한 사실이 없다고 강력하게 대응한 것은 아마도 대주주인 아브라모비치와 거리를 두려고 한 것으로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 회사의 주식 가치는 런던 증권거래소에서 영업정지가 되기 전(연초 기준)보다 90%나 떨어졌고, 이사회 구성원들은 전원 사임했다.

에브라즈는 지난 달 제재와 관련된 채권 지급 지연으로 채무를 이행하지 못했다. 에브라즈의 북미법인과 직원들은 미국에서 생산된 철강이 러시아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은 냉정했다.

에브라즈의 북미 사업장은 모기업에 돈을 보내지 않고, 수익은 미국과 캐나다 사업장에 재투자한다는 게 임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모기업은 아브라모비치와 소수의 러시아 과두 정치인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 사실만으로도 푸에블로제철소의 근무자들은 의혹의 눈을 더 크게 떴을 것이다.

푸틴과 밀접한 아브라모비치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유로국가와 동맹국들이 아브라모비치를 제재하는 데 미국이따르지 않은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푸틴과 밀접한 인물이 여전히 푸에블로제철소와 북미 제철소의 최대 주주라는 사실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 의료물자를 보낼 자금을 모은 비영리단체 소속의 마리나 두브로바는 "과두정치인들 사이에는 깨끗한 돈은 없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설령 푸에블로제철소의 지분을 반쪽이나, 심지어 10분의 1만 소유한다고 해도 아브라모비치는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푸에블로제철소의 임직원들은 일상적인 업무에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일부 근로자들은 만약 더 많은 제재가 시행된다면 향후에는 공장에 어떤 식으로 바뀔 것인가에 대해 큰 걱정하고 있다.

 푸에블로제철소에서 14년을 근무한 리케 루케로라는 근로자는 "불확실성은 정말 무섭다. 전쟁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고 근심어린 걱정을 내밀고 있다.

에브라즈 상황은 러시아가 서방에 투자한 것들에 대해 어떤 복잡한 제재를 받을 것인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이다.

제재 전문가들은 "북미의 제철소들은 미국에서 16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기 때문에 실직 사태를 피하기 위해 아브라모비치에 대한 제재에 더욱 신중할 것"이라고 지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회사가 미국에 있는 러시아 엘리트들에게 지불하는 돈은 전형적인 사치품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미국 산업의 역사적인 아이콘에 도달하기도 한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러시아 과두 정치가들이 초대형 저택에서 살고 있으며, 슈퍼 요트와 페라리, 그리고 마세라티 같은 고급 예술품에 돈을 투자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투자한 외국인에 관한 책의 저자 케이시 미셸은 "모든 과두정치에 필요한 돈을 위해 활짝 열려 있는 중요한 산업들은 널려있다"고 말한다.

미국 서부를 건설한 푸에블로제철소의 철강재


금속은 화씨 약 3000도로 가열하여 강철 쇳물을 만든 다음 압연과정을 통해 레일, 와이어 로드, 철근 또는 파이프로 만들어진다. 콜로라도의 제철소들은 1881년 미시시피강 서쪽에 있는 최초의 철강공장으로 설립된 이래 이런저런 형태로 변화해 왔다.  

콜로라도에서 가장 큰 개인 고용주로 성장한 에브라즈 제철소가 소유하고 있는 이 공장은 전 세계의 노동자들을 끌어들였다. 한때는 40개의 언어가 제철소와 광산에서 사용될 정도였다. 이런 현상은 지역 주변에 뻗어있는 철도를 통해 미국 서부를 가로질러 이주속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이 강철은 정말로 미국 서부를 건설했다, 닉 그라디사르라는 인물은 푸에블로 시장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그 공장에서 일했고 대학 시절 해마다 여름이 되면 이 공장에서 일했다고 전한다. 그의 말을 빌면 "옛날에는 푸에블로(Pueblo)의 경영성과에 따라 철강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한다.

콜로라도는 1980년대에 철강 가격이 폭락하자 부정적인 면들을 경험했다. 수 천 명의 공장 근로자들이 몇 년 동안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이후, 푸에블로제철소는 파산했고, 오리건주에 본사를 둔 한 회사에 의해 인수되었다. 에브라즈는 2007년에 푸에블로의 모기업을 23억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러시아에서 미국에 투자한 최대 규모의 액수였다.

에브라즈의 2021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에브라즈 직원의 5%가 북미에 있었다. 이 회사의 매출 중 약 16%는 북미 철강 사업에서 나왔다. 대부분의 다른 공장들은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 있었다.  

지난 2월 현재, 에브라즈의 주식지분을 보면 최소 2개국에 시민권을 갖고 있는 첼시 축구팀의 글로벌 트레이드 오너인 아브라모비치가 29%에 달하는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제재청은 아브라모비치가 그의 동료들과 함께 공개적으로 거래되는 회사를 효과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4개의 다른 러시아 과두정치인들이 회사의 또 다른 지분 38%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익성 좋은 에브라즈 주주들에게 15억 달러 배분


에브라즈는 아브라모비치와 다른 과두 정치인들에게 수익성이 좋은 투자였다. 2021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에브라즈 이익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15억 달러 이상을 배당금으로 지불하는 데 사용되었다. 그 중 3분의2는 러시아 5대 주주들에게 돌아갔다.

에브라즈는 연례 보고서에서 북미 사업부의 수익이 크게 증가한 수치를 인용하며 2021년 에브라즈의 재무 실적에 따라 후한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고 썼다.

아브라모비치는 셸 기업들과 헤지펀드들의 복잡한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에 숨겨진 수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에 보도했다. 그러나 에브라즈에 대한 아브라모비치의 지분은 콜로라도 스키타운에 소재한 두 개의 저택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름으로 되어 있다.

푸에블로제철소는 현재 직원 수가 절정기에 비해 훨씬 적지만, 여전히 북미에서 사용되는 모든 철강의 약 절반을 생산하고 있다. 지금은 푸에블로 도시에서 가장 큰 고용주로 불리지는 않지만, 여전히 이 지역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블루칼라의 일자리 원천이 되고 있다.

제프 쇼 푸에블로 경제개발공사 사장의 말에 의하면 푸에블로 주민들 중 거의 모든 이들이 푸에블로제철소에서 일하는 가족이 있다고 한다.

러시아의 전쟁이 푸에블로제철소에 미치는 영향

푸에블로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브라즈에 속한 푸에블로제철소를 러시아 소유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현지인들은 에브라즈라고 부르는 대신, 여전히 푸에블로제철소나 콜로라도제철소 또는 그냥 ‘The Mill’(제강소)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지난 몇 주 동안 소유권은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이 공장의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두 개의 연합된 철강노동조합 중 하나인 척 페르코 회장은 침공 이후 며칠 동안 수 십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것은 영국과 EU 정부가 아브라모비치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이후 잠재적인 영향에 대해 질문했기 때문이다.

은퇴자들은 회사가 계속 존속할 것인지, 연금이 상환 능력이 유지될 것인지 걱정하고 있다. 가족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남편이나 아내가 내일이라도 당장 직장을 가질까요? 라는 의문들이다.

그 이후로 몇 주 동안 푸에블로 제철소의 운영은 실질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지금 푸에블로제철소 근무자들은 우크라이나의 국민들이 우크라이나에서 받는 영향보다 더 걱정이 된다는 점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에브라즈는 푸에블로에서 평소와 같이 영업을 하고 있다. 푸에블로제철소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페리만 에브라즈 북미 수석 부사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켜보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에브라즈와 러시아와의 연관성은 넓은 붓으로 그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페리먼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는 CEO도 있고 이사회도 있다. 우리는 미국 기업이다. 따라서 모든 수입은 북미에 머물 것이며, 시설들에 투자될 것이다."

미국의 제재가 아브라모비치를 겨냥하지 않은 이유


미국 정부는 아브라모비치를 겨냥하여 영국, EU, 캐나다와 같은 제재를 하지 않은 이유를 공개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3월 초 바이든 대통령에게 평화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스크바와 키이우의 비공식 중재자 역할을 해온 아브라모비치를 제재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처음 보도했다.

아브라모비치가 그 이후 협상에서 얼마나 활동적이었는지는 불분명하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아브라모비치가 평화회담에 참여했으며, 그는 지난주 이스탄불에서 열린 양측의 회담에 참석했다고 확인했었다.

이 분야의 소식통들은 미 재무부 관리들이 아브라모비치의 제재 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새로운 제재의 경제적 여파를 제한하기 위해 에브라즈가 소유한 미국 내 공장을 면제하는 것이 골자이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의 대변인은 아브라모비치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가능성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면서, 관련 부서에서는 제재를 미리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재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이 아브라모비치를 제재할 경우 재무부는 미국의 근로자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푸에블로 제철소와 포틀랜드 제철소를 계속 가동할 수 있는 면허를 발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전직 법무부 관리인 찰리 스틸은 만약 1000명의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 제재에 대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제재가 없더라도 영국, EU, 캐나다의 조치는 런던 거래소에서 주식이 정지되는 것과 채권 지급이 거의 없는 것 사이에서 에브라즈의 재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기관들이 러시아와 연계된 회사들과 협력하는 것에 대한 잠재적인 오명을 피하고 싶다고 결정할 경우 제재의 광범위한 영향은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게 된다.  

비록 은행들이 그 회사와 함께 일하는 것이 허용되더라도, 더 이상 가까이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미국의 산업 중심지에 대한 러시아의 투자

많은 미국 주요 기업들이 지난 20년 동안 러시아에서 확장했다. 지금은 관계를 끊고 있지만 에브라즈의 투자는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는 드문 예이다. 

러시아 과두 정치와 관련된 소수의 다른 미국 철강 공장들이 현재에도 미국 내에 있다. 러시아에서 가장 큰 철강 회사 중 하나인 NLMK는 펜실베이니아와 인디애나에 공장을 소유하고 있다. 러시아의 세베르스탈은 크림 침공으로 긴장이 고조되자 2014년에 미시시피와 미시간 주를 포함한 미국 전역의 여러 공장들을 매입했다. 

그밖에 러시아가 미국 제조업에 투자한 다른 제안들은 과거의 제재 때문에 루이지애나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공장 매입 계획 등이 지난 10년 동안 무산되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2019년 러시아 알루미늄 회사 루살(Rusal)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에서 수백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약속하며 켄터키 동부에 알루미늄 공장을 짓기 위해 2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던 일이다.

이 투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 과두정치와 푸틴의 동맹인 올레그 데리파스카가 운영하던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켄터키주 공장 계획은 루살이 퇴보하면서 무너졌고, 공전의 그린필드는 텅 비었다. 주 입법자들은 이 프로젝트에서 1500만 달러의 세금을 회수하려 했다.

어느 모로 보나 에브라즈는 그 반대의 일을 했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새 주인이 노조와의 분쟁으로 수년간의 파업과 노사분규를 초래한 이전의 오리건주 경영진에 비해 훨씬 더 쉽게 일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철강재는 글로벌제품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해야 생존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콜로라도의 철강 공장에 대한 제재여부를 지켜보면서 '어느 지역에서 생산을 하든지 의혹은 절대 남기지 말라'는 말이 교훈처럼 다가온다.

우리 역시 전 세계 곳곳에서 철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콜로라도에 소재한 제철소들의 향후 조치가 어떻게 되느냐는 점이 바로 관전 포인트이다.


김종대 글로벌철강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