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한때 전 세계 조선업을 호령한 절대강자 였지만 21세기 들어 한국 조선업계에 밀리기 시작했고 2010년대 이후에는 중국 조선업계에도 자리를 내주는 초라한 신세가 됐다.
◇일본선박, 최근 1년 간 국제무대에서 체면 구겨
일본내 일부 언론은 이 선박이 파나마 선적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일본 선박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잘못된 해석이다.
선사는 보유하고 있는 선박을 제 3국가에 등록 할 수 있다. 이를 흔히 '편의치적(Flag of convenience)'이라고 한다.
편의치적은 선주가 세금을 줄이고 값 싼 외국인 선원을 승선시키기 위해 소유한 선박을 자국에 등록하지 않고 제3국으로 등록하는 것을 말한다. 주요 편의치적국으로는 파나마, 리베리아, 싱가포르, 필리핀, 바하마 등이다.
결국 선사가 파나마 등 외국에 선박을 등록하면 절세 외에 각종 엄격한 법규 등을 피하며 인건비 절감, 선박금융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선사 등이 편의치적 제도를 활용한다.
크림슨폴라리스호는 강한 바람에 밀려 암초와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선박이 바람에 밀려 이 같은 사고를 냈다면 이는 일본 선박 건조 능력과 선박 운용 능력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일본산 선박의 사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만선사 에버그린(Evergreen) 소속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는 지난 3월 오작동으로 수에즈 운하 가운데를 막아 ‘운하 길막’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당시 문제가 됐던 에버 기븐호 역시 일본 조선사 이마바리조선(Imabari Shipbuilding)이 건조한 선박이다.
에버그린 측은 “사고 선박이 바람에 밀려 제대로 조정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마바리조선은 “선박 운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 에버그린 측 실수“라고 항변했다.
사고 선박을 둘러싼 양측 공방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일본 조선업체의 선박 건조 능력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은 분명하다.
◇日 조선사, 전세계 고객 대상으로 한 '진검승부' 적은 탓
통상 조선업계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선박 건조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중국은 이에 못 미친다고 여긴다.
중국은 주로 낮은 인건비로 신(新)조선(새 선박)을 만들지만 한국은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 정확하고 빠른 건조기간 등을 앞세워 다량의 고부가가치 선박을 수주하고 있다.
이는 미국 등 북미선사와 유럽선사가 굳이 선박 제조 가격이 비싼 일본 조선사에 신조선을 발주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업체 클락슨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한 달 간 전세계에서 발주된 선박 물량 401만CGT(100척) 가운데 한국은 181만CGT(24척), 중국은177만CGT(49척)를 수주해 업계 1, 2위를 차지했다.
이에 반해 일본은 40만 CGT(21척)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이는 신조선 건조 기술을 활용할 사례가 충분치 않다는 말이다. 일본 조선사 건조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건조 사례가 많지 않다면 건조 기술력은 쇠퇴하기 마련이다.
이뿐 아니라 일본 조선사가 수주한 물량은 대부분 자국 선사 발주 물량이 대부분이다. 즉 유럽선사, 북미 선사 등 글로벌 업체에 선박을 공급하는 것보다 일본 선사에 선박을 공급하는 일이 많다는 얘기다.
자국 발주, 자국 수주시스템은 안정적인 물량확보 방식이기는 하지만 건조 경쟁력 약화라는 문제를 낳는다. 선박 건조에 대한 문제가 발생해도 국내 문제로 국한하기 때문에 사고가 유야무야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계 경쟁력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라며 “중국 조선업계가 낮은 인건비를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한국을 추격하고 있지만 중국은 물론 일본 조선업계는 더 이상 한국의 경쟁자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지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ini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