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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정의선 2대 이은 특별한 ‘러시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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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정의선 2대 이은 특별한 ‘러시아 사랑’

현대차, 폐쇄된 GM 러시아 공장 인수 신청서 제출
2대 걸친 현대차의 러시아 향한 남다른 애정 ‘눈길’
철저한 현지화·남다른 뚝심으로 ‘초석’ 놓은 정몽구
정의선은 투자 ‘랠리’… 코로나19 터지자 ‘내 일처럼’

현대자동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쏠라리스'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현대차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자동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쏠라리스'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가 2015년 폐쇄된 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 러시아 공장 인수를 신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정몽구(82) 현대차그룹 회장과 아들 정의선(50) 수석부회장 간 2대에 걸친 ‘러시아 사랑’이 눈길을 끈다.

현대차 러시아생산법인(HMMR)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시(市)에 있는 GM 공장을 인수하기 위해 현지 당국에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너도나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와중에 나온 투자 결정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이 공장은 GM이 2008년 3억 달러(약 3600억 원)를 들여 설립한 곳이다. GM은 2014년 러시아 경제 위기로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자 이듬해 공장을 폐쇄했다. 러시아 GM 공장의 연간 생산 규모는 10만 대 정도다.

현대차는 지난해 GM 공장을 인수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그러나 1년 만에 인수 신청서를 접수한 점에 비춰볼 때 현대차가 꽤 오랫동안 러시아에 대한 추가 투자를 검토해 온 것으로 풀이된다.

◇ 철저한 현지화·남다른 뚝심으로 ‘초석’ 놓은 정몽구


러시아는 1억 5000만 명에 달하는 거대 인구와 넓은 영토를 보유하며 새로운 경제 대국으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구소련 시절부터 있던 토종 자동차 업체 ‘아브토바즈 라다’ 말고는 이렇다 할 자동차 회사가 없어 ‘블루오션’으로 통했다.

정 회장은 2008년 3월 이명박 대통령 러시아 순방을 수행한 뒤 귀국한 자리에서 “러시아에 공장을 짓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2010년 3월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직접 챙기기도 했다. 현대차는 2011년 1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준공하고 생산에 돌입했다. 이곳은 현대 솔라리스(엑센트)와 기아 리오(프라이드) 등이 만든다.
공장 가동 첫해 현대·기아차는 합산 시장 점유율 11.9%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정 회장의 러시아 현대차 전략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활용하고 위기에는 기지를 발휘해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는 작지만 실용적인 차를 선호하는 러시아인 취향에 맞춰 소형 세단 ‘쏠라리스’를 투입했다. 쏠라리스는 유난히 춥고 긴 러시아 겨울에도 버틸 수 있도록 배터리와 워셔액 용량이 다른 나라에서 판매되는 동급 차량과 비교해 2배가량 크다. 쏠라리스 시험 주행 과정에서 현대차 직원들이 시베리아를 여러 차례 횡단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솔라리스는 2016년 아브토바즈 ‘그란타’(8만 7726대)보다 많은 9만 380대가 팔리며 러시아 ‘국민차’ 반열에 올랐다.

2015년 러시아 경제위기로 2012년 연간 300만 대에 육박하던 자동차 수요가 160만 대 수준으로 반 토막 나자 현대차는 오히려 신차 개발을 위해 1600억 원을 투입했다. 한편으로는 판매량 감소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여 그해 시장 점유율을 20.3%로 끌어 올렸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아브토바즈 라다(16.8%)를 제치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정 회장은 2016년 러시아를 다시 방문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 생산시설을 점검하며 “기회는 다시 온다”라는 말을 남겼다.

◇ 정의선은 투자 ‘랠리’… 코로나19 터지자 ‘내 일처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한 후에도 현대차는 러시아에 투자를 지속하는 등 고삐를 단단히 죄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5월 '러시아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스콜코보 혁신센터’와 차량 공유 스타트업 법인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스콜코보 혁신센터 내에 ‘현대 모빌리티 랩(연구소)’을 세워 언제든 원하는 시간만큼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러시아에 진출한 자동차 회사 중 현대차가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올해 4월 러시아를 엄습하자 현대차는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방역 지원에 나섰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솔라리스 18대를 기증해 의료진이 이동 진료를 다니거나 환자를 이송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는 또 모스크바 택시회사와 계약을 맺고 현지 의료진이 2~3개월간 택시를 탈 수 있는 이용권을 쾌척했다. 지역 자원봉사단체에는 식료품과 생필품 등 배송에 쓰라며 쏠라리스와 크레타 렌터카 100대를 그냥 내줬다.

7월에는 현대차 엔진을 생산하는 현대위아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신규 공장에 첫 삽을 떴다. 신규 공장은 1.6리터 가솔린 엔진을 연간 24만 대 생산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현대위아 엔진공장이 2021년 완공되면 수백 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현대차는 완성차 공장 근로자(2300여 명)를 포함해 계열사와 협력사까지 8000여 명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다.

한편 현대차는 GM 공장 인수로 연간 생산능력을 30만 대 이상으로 높일 전망이다. 러시아 시장분석기관 전문가는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려면 생산 현지화가 중요하다”라며 “코로나19 이후 자동차 시장 회복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