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리뷰]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 낡은 용 그림에 눈동자를 더하다

공유
0

[리뷰]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 낡은 용 그림에 눈동자를 더하다

원작 재현도·추가된 콘텐츠 모두 '호평'
2013년 이후 명맥 끊겼던 IP 부활 기대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판의 주인공 아이작 클라크의 모습. 사진=데드 스페이스 게임 화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판의 주인공 아이작 클라크의 모습. 사진=데드 스페이스 게임 화면 캡처
당나라대의 역사서 '역대명화기'에는 남북조시대 양나라의 화백 장승요가 용을 그릴 때,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려넣자 용이 살아나 하늘로 날아올랐다는 설화가 기록돼있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한 사자성어 '화룡점정'은 어떤 일의 장대한 마무리나 하이라이트를 일컫는 관용구로 쓰인다.

일렉트로닉 아츠(EA)가 지난달 27일 출시한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판은 화룡점정이란 말이 어울리는 게임이다. 15년전 고전 명작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물론, 10년 가까이 명맥이 끊겼던 '데드 스페이스' IP 자체가 새로이 날아오르는 것을 기대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이 게임의 원작 '데드 스페이스'는 EA의 자회사 비서럴 게임즈가 지난 2008년 10월 선보인 SF 호러 액션 게임이다. 상대적으로 매니악한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총 20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한 히트작으로 게이머들에게 '호러 액션' 고전 명작으로 꼽힌다.

EA는 이후 데드 스페이스의 후속작, 모바일 외전작을 선보였으며 만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IP 사업이 전개됐다. 2013년 '데드 스페이스 3' 출시 후 비서럴 게임즈가 폐쇄돼 시리즈 전체의 행방이 불투명해졌으나, 10년만에 1편의 리메이크작으로 명맥이 이어지게 됐다.

본 기자는 이 게임과 원작 데드 스페이스 3부작을 스팀 PC판으로 플레이했다. 본 게임은 물론 원작 시리즈에 대한 내용까지 리뷰에 담은 만큼 스포일러(내용 유출)을 피하고 싶은 이들에게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

사진=데드 스페이스 게임 화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데드 스페이스 게임 화면 캡처

게임의 큰 흐름은 원작과 동일하다. 선형적으로 스토리를 따라가며 괴생명체 '네크로모프'들과 교전하고 얻은 아이템과 돈으로 자신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적의 사지를 절단하거나 누런색 약점을 공격하는 것이 중요한 전투 방식이며 가스통 등 폭발성 물체도 활용할 수 있다.

리메이크 작의 핵심인 원작 재현도 면에선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인체를 기괴하게 비튼 바디호러,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잔혹한 액션은 여전하다. 데드 스페이스 1편만의 특징이었던 광기 어린 행위와 연출을 통한 심리적 공포감 유발 역시 제대로 재현됐다.

그래픽 역시 훌륭하다. 15년이 지난 지금으로선 다소 투박한 면이 있었던 원작의 그래픽을 상당히 깔끔하게 다듬었다. 여기에 살과 뼈를 따로 모델링한 이른바 '필링(껍질깎기)' 연출 등이 새롭게 더해져 한층 다채로운 볼거리가 완성됐다.

전투 외 콘텐츠 면에선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무중력 공간의 변화가 눈에 띈다. 원작은 한 뱡향으로 점프하는 형태로만 운신이 가능해 '무중력'의 느낌을 전달했지만 편의성 면에선 문제가 있었다. 본작은 데드 스페이스 2 이후처럼 보다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도록 변화를 줬다.

전투 요소 면에서도 변경 점이 있다. '데드 스페이스 2' 이후처럼 스테이시스 모듈을 활용, 적의 시체에서 날카로운 부분을 뜯어내 적에게 던질 수 있다. 무기의 종류는 총 7개로 원작과 비슷하나 다양한 스페셜 업그레이드가 추가돼 보다 다채로운 활용이 가능해졌다.

사진=데드 스페이스 스팀 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데드 스페이스 스팀 페이지

원작이나 데드스페이스 2, 3에도 없었던 새로운 요소들도 추가됐다. 대표적으로 '심리스(경계가 없음)' 요소다. 챕터 별로 정해진 공간에서만 움직일 수 있던 원작과 달리 이 게임은 세미 오픈월드 형태로 세계를 구현했다. 원작에는 없던 여러 보조 임무나 목표들도 추가됐다.

모든 괴물들이 고정 배치됐던 원작과 달리, 일부 지역에서 괴물이 나오는 지점이 무작위로 바뀌는 '로그라이크' 요소가 도입됐다. 저장한 부분을 불러올 때마다 새로운 양상이 펼쳐져 스토리 진행 난이도는 다소 올라갔지만 리플레이성은 더욱 높아졌다.

게임의 서사적인 면을 살펴보면 우선 원작에선 기합이나 비명만 내지르던 주인공 '아이작 클라크'가 데드 스페이스 2 이후처럼 다른 이들과 대화하는 등 목소리를 낸다. 게임 중에 탄약이 다 떨어졌을때 아이작이 무기 제조사에게 "이딴 똥(Shit)을 줘서 고맙다"고 일갈하는 등, 재미있는 이스터 에그들도 추가됐다.

원작 내 서사를 매끄럽게 연결하기 위해 연출 면에서 많은 부분이 보강됐다. 원작에선 '음성 기록'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엑스트라 '엘리자베스'의 비중이 조연급으로 크게 늘어났는데 작품 내 주 요소인 '환각'과 결부돼 한층 풍부한 이야기를 선사했다.

피투성이가 된 연인 '니콜'에게 습격당하는 환각을 겪는 원작과 동일한 엔딩 외에도 2회차 플레이에서 수집품 '마커 조각'을 모두 모으면 숨겨진 엔딩이 나온다. 원본 엔딩과 전혀 다른 전개임에도 데드 스페이스 2의 이야기와 위화감 없이 연결되는데 이번 리메이크작에서 가장 감탄했던 부분이 바로 이 숨겨진 엔딩이다.

사진=데드 스페이스 스팀 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데드 스페이스 스팀 페이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게임 속에서도 아쉬운 점이 몇가지 있었다. 대표적으로 타격감이 다소 약해졌다. 원작은 둔탁한 사격음과 강렬한 반동으로 '쏘는 맛'을 제대로 줬다. 리메이크작의 전투는 세밀한 타격을 중심으로 보다 '전문적인 사수'의 느낌에 가까워져 아쉬움을 남겼다.

서사 면에서 추가된 요소들은 대부분 만족스러웠으나 일부 조연들이 맥락 없이 동성애·양성애 성향을 드러내는 장면들이 눈에 밟혔다. 최근 서구권 게임사에서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C)' 담론이 중시된 결과일 것이며, 중심 서사에 큰 영향을 주진 않아 감안할만 하다.

데드 스페이스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좋다. 미국 리뷰 통계 사이트 오픈 크리틱이 99명의 평론가 평점을 종합한 결과 이 게임의 점수는 90점(100점 만점)이었다. 스팀에서도 2일 기준 1만1969명의 이용자 중 90%가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

유럽 매체 메트로는 이 게임에 70점이라는 다소 낮은 점수를 매겼다. 이들은 "호러 액션 게임으로서 독창성을 보여주진 못했고 그래픽 면에서도 더욱 발전할 여지도 있었다"면서도 "성공적인 리메이크작이란 점은 확실하며 후속작을 낼 당위성도 충분히 보여줬다"고 평했다.

호러 액션 게임 팬들은 10년간 명맥이 끊긴 데드 스페이스를 추억, 고전으로 생각해왔다. 이번 리메이크작이 고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또 다른 리메이크작, 나아가 새로운 서사와 완결성을 갖춘 IP로 재탄생하는 것의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