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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 무너지듯"…정부 규제·내수 악화로 흔들리는 텐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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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 무너지듯"…정부 규제·내수 악화로 흔들리는 텐센트

상장 후 최초로 분기 매출 하락…8년만에 인력 감축까지

중국 국제 무역 박람회(CIFTIS)에 마련된 텐센트 부스의 모습. 사진=뉴시스·AP통신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국제 무역 박람회(CIFTIS)에 마련된 텐센트 부스의 모습. 사진=뉴시스·AP통신
중국 IT 공룡 텐센트가 IPO(기업공개) 후 최초로 매출 하락세를 보였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 기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내수 시장 침체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업계 일각에선 '텐센트가 몰락하고 있다'는 비관론마저 나오고 있다.

텐센트는 18일 올 2분기 잠정 실적으로 매출 1340억위안(약 26조원), 영업이익 300억위안(약 7조원), 당기순이익 192조원(약 3조722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분기 대비 매출 3%, 영업이익 43.7%, 순이익 55.3% 감소, 직전분기 대비 매출 1.1%, 영업이익 19.2%, 순이익 19%가 감소한 수치다.

28개 투자분석가들의 텐센트 2분기 실적 추산치는 매출 1356억위안, 순이익 250억위안이었다. 실제 실적은 추산치에 미치지 못한 '어닝 쇼크'였다. 영업이익면은 올 1분기에 지난해 1분기 대비 33.9% 감소세를 보인 데 이어 2분기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텐센트의 2022년 2분기 실적 발표 자료. 사진=텐센트이미지 확대보기
텐센트의 2022년 2분기 실적 발표 자료. 사진=텐센트

실적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광고 사업이다.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한 186억위안(약 3조606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3월 말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재확산으로 상하이 등 주요 도시들이 잇달아 봉쇄됨에 따라 내수 시장이 악화됨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게임·콘텐츠·소셜 미디어 등 텐센트의 핵심 사업 분야를 일컫는 '비디오 어카운트 서비스(VAS)' 매출은 717억위안(약 1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핀테크·비즈니스 분야는 422억위안(약 8조18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성장했다.

마화텅 텐센트 대표이사는 "광고 사업은 중국의 경제활동과 직결되는 사업으로경제가 회복되면 자연히 수익성도 증가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어려운 수익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적극적인 기업 구조 재편, R&D(연구 개발)을 통한 혁신 등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기업 구조 개편은 인력 감축으로 이어졌다. 홍콩 매체 남화조보에 따르면 2분기 기준 텐센트의 글로벌 임직원 수는 11만715명으로, 3개월동안 5496명(4.7%)가 회사를 그만뒀다. 텐센트가 한 분기에 걸쳐 인력을 감축한 것은 2014년 이후 8년만에 있는 일이다.

텐센트의 비용 절감 노력은 단순한 인력 감축에서 끝나지 않고 있다. 8월 들어 텐센트는 사내 식당에서 무료 과일 등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계약직 근로자를 위한 무료 아침·저녁 식사 서비스도 중단됐다. 하반기 도입될 새로운 성과 시스템의 주 목적이 비용 절감이라는 설도 제기됐다.

마화텅 텐센트 대표이사. 사진=뉴시스·AP통신이미지 확대보기
마화텅 텐센트 대표이사. 사진=뉴시스·AP통신

한 업계 관계자는 텐센트를 '만리장성'에 빗댔다. 그는 "정부의 실책과 국가의 혼란이 만리장성 관리 부실로 이어졌고, 그렇게 유명무실해진 장성을 이민족들은 싸우지도 않고 넘나들었다"며 "텐센트가 흔들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중국 정부"라고 말했다.

CNBC와 로이터 등 외신들 역시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정부 규제가 텐센트의 실적 악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텐센트는 지난해부터 반독점 벌금 부과, 개인방송 플랫폼 후야·도위 합병 금지 처분, 음원 독점 라이선스 계약 종료 명령 등 다방면에서 정부 규제를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3차례 온라인 게임 출판심사번호(판호) 발표에서 단 한 번도 텐센트 게임을 포함하지 않았다. 텐센트의 핵심 사업 분야로 꼽히는 게임 분야의 올 2분기 매출은 425억위안(약 8조24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하락했다. 게임 사업에 있어 내수 시장의 비중은 85.1%다.

텐센트 등을 타깃으로 한 중국의 규제 기조는 오래 전부터 지속돼왔다. 최소 2017년부터 "온라인 게임은 청소년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라고 비판해왔으며, 지난해에는 텐센트 대표작 '왕자영요'를 두고 '정신적 아편'이라고 지적했다. 또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이용 시간을 주 3시간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셧다운제가 시행됐다.

'위게임' 이미지. 사진=텐센트이미지 확대보기
'위게임' 이미지. 사진=텐센트

지속적인 규제 기조 속에 텐센트는 상당수의 게임 관련 사업을 정리해야 했다. 지난해 12월 고전 캐주얼 게임 'QQ탕'의 서비스 중단을 발표했으며, 올해 들어선 e스포츠 개인방송 플랫폼 '텐센트 e게임(펭귄 e스포츠)', 모바일 게임 플랫폼 '위게임' 등도 서비스를 종료했다.

업계 일각에선 텐센트의 이러한 서비스 중단 행렬이 게임사와 파트너십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텐센트가 지난해 말부터 서비스를 중단한 게임 중에는 에픽게임즈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코퍼레이션 '로블록스'의 중국 서비스 버전 등 유명 해외 게임들도 상당수 포함돼있다.

국내 게임계 역시 이러한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표적으로 넥슨이 올 3월 국내에 출시한 '던전 앤 파이터 모바일'은 당초 텐센트와 협의해 2020년 8월 출시될 전망이었다. 그러나 출시가 무기한 연기된 후 아직도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텐센트는 중국 정부 입장에선 여러 곳의 IT 기업 중 하나일 뿐이며, 중국 시장 진출 파트너라는 관점에선 '썩은 동아줄'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보다 큰 틀에서 중국 게임 시장을 바라보며 지속적인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