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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글로벌 금융 쇼크 확산...'2008년 금융 위기' 다시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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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글로벌 금융 쇼크 확산...'2008년 금융 위기' 다시오나

위기 확산 전개 양상은 비슷하나 본질과 금융 시스템 달라

위기 맞은 크레디트스위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위기 맞은 크레디트스위스. 사진=로이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 시장 불안이 지난 2008년 당시의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연 사태로 비화할지 글로벌 경제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사태 파장이 2008년 당시처럼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게 월가의 분석이다. 현재 미국과 스위스 등에서 전개되고 있는 양상도 2008년 금융위기 초기와 유사하다고 로이터 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에서 SVB와 시그니처 은행이 파산하자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즉각 개입해 예금자 보호에 나서는 등 사태 확산을 막았다. 미국의 JP모건 체이스를 비롯한 11개 대형은행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퍼스트리퍼브릭 은행에 긴급 자금 수혈을 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300억 달러를 긴급 투입해 크레디트스위스의 붕괴를 막았다.
미국과 스위스의 중앙은행과 민간 은행이 조기 진화에 나섰으나 지난 2008년 당시처럼 아직 불길이 완전히 잡힌 게 절대 아니라고 로이터가 지적했다. 미국의 예금주들은 지역 은행이나 중소 규모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를 비롯한 소위 ‘대마불사’ 은행으로 옮기고 있다. 이들 대형은행이 규모가 너무 커서 파산하면 경제적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워 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 은행이나 중소 은행 주가가 급락하고, 뱅크런 사태가 속출하면서 미국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다. 예금주들이 지역 은행이나 중소 은행에서 계속에서 예금을 찾아가면 이들 은행 중 상당수가 결국 파산의 운명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규제 당국은 이제 지역 은행이나 중소 은행이 현재의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을지 긴급 점검에 나섰다. 이들 은행이 살아남으려면 예금주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줘야 하기에 자금 조달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 앞으로 3개월, 6개월의 시간이 흐르면 미국의 금융계 판도가 현재와는 현저하게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지난 2008년 당시처럼 연준을 비롯한 감독 기관의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SVB가 지난 5년간 급성장하는 과정을 금융 당국이 지켜보면서도 그 위험성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금융 전문가와 의회, 전직 당국자들실리콘밸리의 기술기업을 고객으로 삼아 급속도로 성장한 SVB가 최소 수개월 전부터 위기 조짐을 보였기규제 당국이 좀 더 일찍 개입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준은 SVB의 감독과 규제에 관한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했고, 5월 1일까지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미국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재정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도입해 은행 규제를 강화한 '도드-프랭크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의회가 2018년 더 엄격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는 은행의 자산 규모 기준을 500억 달러 이상에서 2500억달러 이상으로 완화한 게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SVB의 자산 규모는 2017년 말 512억달러로, 규제 완화가 없었다면 더 엄격한 감독을 받는 대상이 됐을 수 있다. SVB는 자산 규모가 2017년 말 512억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2200억 달러로 4배가량 급성장했다.

그렇지만, 2023년 금융 불안 사태는 2008년 당시와 본질적인 측면에서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SVB, 시그니처 은행의 파산 원인, 당국의 대처, 금융 시스템 전반의 환경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몰락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이 도화선이 됐다. SVB는 미국 장기국채라는 초우량 안전자산에 투자했으나 급격한 금리 인상의 충격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가 고객의 대규모 예금 인출로 이어지며 파산에 이르렀다. SVB가 투자한 채권은 만기 시 전액 상환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2008년 위험성이 큰 주택담보대출과 연계된 신용 수단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미 정부가 이번에 취한 조처는 예금보험 대상에서 제외된 은행 고객을 보호하고 다른 은행들의 뱅크런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 2008년에는 구제금융이나 공적자금 지원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조 바이든 정부는 이번에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008년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훨씬 더 견고하고, 건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은행의 중요한 현금 모금 수단인 예금의 안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미국 의회에서 야당인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어 이번 사태를 수습한 뒤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로이터가 지적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