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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2만 페이지 만화책 '원피스'…"왜 읽을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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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2만 페이지 만화책 '원피스'…"왜 읽을 수 없지?"

2만1450페이지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만화책 '원피스'.이미지 확대보기
2만1450페이지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만화책 '원피스'.
원피스(One Piece) 만화시리즈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책이면서도 물리적으로 읽기가 어렵다는 단점을 가졌다. 이 책의 분량은 무려 2만1450페이지에 달한다. 이 만화책이 어떻게 상품으로 존재하는지, 또 지적소유권은 어떻게 되는지 흥미를 돋운다.

너무나도 긴 만화책은 단일권이며 실제 판매되고 있다. 현존하는 책 중 가장 긴 책으로 광고되고 있는 이 책은 조각품에 더 가깝다고 출판사는 홍보하고 있다.
이 책의 가격은 1900유로(약 263만 원)다. 그러나 1997년부터 일본 잡지 쇼넨 점프에 매주 연재되고 있는 원피스(ONE PIECE)의 작가이자 예술가인 오다 에이이치로가 쓴 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재편성 한 책이라는 점에서 갖가지 오해가 있다.

이 작품은 원피스(ONE PIECE)라는 제목의 한정판을 예술가 일란 마누아흐(Ilan Manouach)가 디자인해 작품으로 대신 판매되고 있다.

일란 마누아흐는 현재 쿤스텐센트럼부루이트(Kunstencentruum Vooruit)에 거주하는 예술가이다. 일란마누아흐는 도서 출판 오나시스 퍼블리케이션의 전략 컨설턴트이다. 그는 대학에서 물류가 만화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공부했다.

이 책의 프랑스 출판사 JBE에 따르면, 마누아흐는 원피스의 일본 디지털 판을 인쇄하고 그것을 함께 묶었으며, 이 만화를 책이 아닌 ‘조각 재료’로 취급했다. 저작권 때문일 수도 있다.

JBE의 대변인은 가디언에 "원피스는 책의 모양을 한 읽을 수 없는 조각품(페이지 번호와 척추 너비로 지금까지 가장 큰)은 만화의 온라인 보급 생태계를 구체화한다"고 말한다. 이 책이 무엇으로 분류되든 간에, 원피스는 확실히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그만큼의 시장이 있는 것 같다. 9월 7일 발매된 지 며칠 만에 50권이 판매됐다.

출판사는 "마누아흐의 작품은 이용 가능한 온라인 콘텐츠의 확산과 만화 산업의 만연한 디지털화 때문에 생겨났다"고 설명한다. 일란 마누아흐의 원피스는 디지털 만화의 형식적 가능성에 대한 질적 검토에서 '빅데이터로서의 만화'에 대한 정량적 재평가를 원한다. 디지털 만화에 대한 이해로 전환해 줄 것을 제안하고 있는 셈이다.
JBE는 만화를 "듀얼 오브젝트"로 묘사했다. 독자를 위한 ‘사용 가치’와 수집가를 위한 ‘교환 가치’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읽을 수 없는 책을 만들면서, 마누아흐는 분명히 만화가 상품과 문학 둘 다로서 존재하는 방식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것은 만화 산업 자체가 이미 받아들인 이론이다. CGC라는 한 회사는 고객의 만화를 채점하고 보호용 플라스틱으로 포장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다 에이이치로가 원피스의 제작에 관여하거나 상담한 적이 있는지, 그리고 저작권에 대한 고려 사항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대중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해 출판사 측은 "이 작품은 마누아흐가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읽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보급을 소스 자료로 사용하는 조각가로서 만화의 생태계를 둘러싼 작업에 관한 것"이라고 대답하고 있다.

책을 읽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가 있을 수 없다고 출판사는 믿고 있다.

오다 만화의 일본 출판사인 슈에이샤의 국제 저작권 담당 직원인 게이타 무라노는 그의 회사가 JBE 책에 대해 상담받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그는 "당신이 언급한 제품은 공식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허락하지 않는다. 원피스를 출판하는 프랑스에 있는 우리의 라이선스는 출판사 그린낫(Glénat)이다"고 강하게 표현했다.

오다 에이이치로가 원피스의 출판으로 인해 어떠한 로열티도 받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의 만화 시리즈는 이미 약 2억 달러의 순자산으로 추정되는 등 그를 역대 가장 부유한 만화 작가로 만들었다. 그의 원작인 만화 ‘원피스’는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으며, 현재까지 416만부 이상이 인쇄됐다.

예술계가 만화계로부터 많은 돈을 번 것은 원피스의 판매가 처음이 아니다. 팝 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그의 기념비적인 캔버스를 기존 만화에서 직접 복사한 것으로 경력을 쌓았다.

DC의 올아메리칸 맨 오브 워의 패널이 전년도보다 올라간 반면, 10년 전 마지막으로 4480만 달러에 팔린 슬리핑 걸은 걸스 로망스 105호에 실린 또 다른 DC 코믹의 삽화를 바탕으로 했다.


김진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