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의 경제안보 진단] 키신저의 무시무시한 경고…"10년 내 미·중 3차대전 발발"

공유
0

[대기자의 경제안보 진단] 키신저의 무시무시한 경고…"10년 내 미·중 3차대전 발발"

세계 최고의 외교 전략가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 사진=로이터
세계 최고의 외교 전략가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 사진=로이터
마침내 세계 최고의 외교 현자(賢者)로 평가받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경고가 나왔다. 수년 내 미·중 간에 3차 대전이 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으로 인해 3차 세계대전이 5~10년 안에 일어날 수 있다. 인류의 운명은 이들 두 강국이 잘 지내느냐에 달려 있다. 전쟁을 피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키신저의 이 같은 경고는 영국의 시사주간지 ‘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올해 그가 100세를 맞이한 것을 기념해 가진 인터뷰에서 나왔다.

그는 “인류를 파괴할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지금 당장 평화를 위협하는 두 개의 최대 위험은 미국과 중국”이라고 말한 뒤 미·중 갈등이 3차 대전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1차 대전 직전과 비슷한 상황에 있으며 (힘의) 평형을 깨뜨리는 어떤 일이라도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키신저가 보기에 미·중 간 갈등에서 어느 쪽도 “정치적 양보를 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데 있다. 미·중 간 갈등을 5~10년 내 3차 대전으로 비화하게끔 만드는 발화 지점으로 그가 주목하는 곳이 이 대목이다.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도 이익이 충돌하는 현안들을 둘러싼 갈등에서 서로 조금이라도 양보할 생각은 않고 무조건 ‘완전한 승리(a full victory)’를 챙기겠다고 나선다면 그 갈등이 3차 대전으로 터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우려다.

어느 시대든지 패권을 둘러싼 강국들의 경쟁이 대전(大戰)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얼마인지를 판단하는 키신저의 독법은 ‘제한적 승리(a limited victory)’라는 개념에 함축되어 있다. 최대 강국으로서 패권국 지위에 있는 기성 강국이 자국을 상대로 한 신흥 강국의 도전에 맞서 완전한 승리를 목표로 무조건 강압적으로 도전국에 조금의 이익도 배려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할 경우 대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패권국이 도전국에 어느 정도의 이익은 배려함과 동시에 덜 강압적인 방식과 관여를 병행하면서 도전을 중단하도록 유도하면 세계대전은 발발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그의 이론인 것이다.

이 점에서 키신저가 최근 미·중 패권 경쟁을 지켜보면서 사안들마다 이들 강국이 서로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완전한 승리를 거두기 위해 강압적인 수단들을 동원하는 것에 주목한 결과 5~10년 내 3차 대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키신저가 미·중이 가장 위험하게 갈등을 벌이고 있는 현안으로서 대만에 대한 중국의 강제 복속 움직임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대응 전략을 꼽는다. 요컨대 대만 관련 미·중 간 갈등 완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는 “(대만에서) 우크라이나식 전쟁이 일어난다면 대만이 파괴되고 세계 경제가 충격에 빠질 것”이라며 “중국 또한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자제 또한 당부했다. 그는 “미국은 병력 배치에 신중을 기하고 대만 독립을 지원한다는 의심을 사지 않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중 양국 모두 우선 흥분을 가라앉히고 대화를 통해 실무 관계와 신뢰를 점진적으로 쌓으라는 것이다.

키신저는 고령에도 첨단기술이 사회에 가져올 변화와 위협에 대해서도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다. 인공지능(AI)의 빠른 발전 속도 등의 이유에서 볼 때 3차 세계대전을 막을 시한이 5~10년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그는 “군사 역사를 되돌아보면 지리적 한계, 정확성의 한계 등으로 적군을 완파할 능력이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한 뒤 “이제는 (AI 때문에) 그런 한계가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쟁 등에서) 기술의 영향과 관련해 교류를 시작하고 군축을 위한 걸음마를 떼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양국이 핵 군축처럼 AI의 군사 능력에 대한 억지력을 위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키신저의 이 같은 경고가 나온 시점은 공교롭게도 일본 히로시마에서 G7 정상회의가 5월 19일 열리기 직전이었다. 놀라운 것은 이번 G7(선진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성명들과 바이든 미 대통령이 내린 결정 등 모두 키신저의 경고를 뒷받침하는 것들로 평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주요 7개국 정상들은 공동 성명과 별도 성명을 통해 미국이 올해 들어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이에 따라 자유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간 2차 냉전이 개막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는 대중 첨단기술 봉쇄를 위한 동맹 전략인 ‘재세계화(re-globalization)’와 함께 대만 강제 복속과 우크라이나 침공 등 중·러의 지정학적 군사 도발을 견제하기 위한 ‘이중 봉쇄(dual containment)’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들 두 전략 모두 사실상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완전한 승리를 거두기 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점에서 G7 정상회의는 이번 히로시마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재세계화와 이중 봉쇄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통해 미국이 그토록 원하던 ‘경제 나토(NATO)’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한 데 이어 중·러에 맞서 2차 냉전의 자유주의 진영의 총사령부 역할까지 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낳는다.

이 같은 평가는 키신저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제기한 3차 대전 발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미국이 G7 정상회의를 통해 일본, 영국, 프랑스, 나토 회원국들을 앞세워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완전한 승리를 추구하는 전략을 강화하기로 한 만큼 중·러의 반발이 거세짐에 따라 2차 냉전이 자칫 열전(熱戰)으로 비화할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특히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에 대한 F-16 전투기 조종훈련을 승인함으로써 나토의 대우크라이나 F-16 전투기 제공 가능성이 커지면서 러시아에 의한 확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G7 정상들의 중·러에 대한 압박을 ‘이중 봉쇄’로서 선전 포고라고 규정한 뒤 확고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F-16 조종훈련 승인에 대해서는 그루슈코 외무차관이 나서서 “엄청난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키신저는 3차 대전이 대만에 대한 중국의 강제 복속 위협을 둘러싼 미·중 간에 발발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우려하고 있으나 이번 G7 정상회의 결과 우크라이나 동부 지방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계속되는 전쟁이 러시아와 미·나토 간 전쟁으로 비화하는 방식으로 3차 대전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키신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게 된 명분인 나토의 우크라이나로의 확대라는 완전한 승리 전략을 미국과 나토가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가 3차 대전을 경고하고 나선 까닭은 미국과 나토가 나토의 동진(東進) 철회는 고려하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전의 확전을 불사하면서까지 F-16 전투기를 제공할 생각이 있다는 것을 읽었기 때문일 수 있다.


이교관 CNBC KOREA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