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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의 경제안보 진단] G7 정상회의의 '경제 나토화'와 '북·중·러 3중 핵위협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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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의 경제안보 진단] G7 정상회의의 '경제 나토화'와 '북·중·러 3중 핵위협 고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 둘째)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 히로시마에서 G7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 둘째)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 히로시마에서 G7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공동 성명과 별도 성명을 통해 미국의 대중 첨단기술 봉쇄 전략 동맹인 ‘재세계화’와 중·러에 대한 ‘이중 봉쇄’ 전폭 지지

# G7 정상회의, 미국이 대중 패권 경쟁 차원에서 필요로 해온 ‘경제 나토’로서의 새로운 역할을 선보인 데 이어 2차 냉전의 ‘자유주의 진영의 총사령부’로 변신했다는 평가
# G7 정상회의, ‘핵 군축에 관한 히로시마 비전’이라는 제하의 공동 성명을 통해 북한에 핵보유국 지위 인정 않겠다는 입장 확인하고 추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자제 촉구

# 윤석열 대통령, 5월 21일 기시다 총리와 부부 동반으로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 공동 참배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와 반년 만에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위협에 대한 공조와 인도·태평양 전략 등 3국 협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강화한다는 데 합의

# 윤 대통령,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4·26 한·미 정상회담 때 한 대러 봉쇄 참여 약속의 이행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 협의

# 그러나 G7의 경제 나토화에 대해 중·러가 거세게 반발하고 북한도 히로시마 비전에 두려움을 갖기는 어려워서 중·러·북 3중 핵위협이 오히려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에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 준비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는 평가 가능

지난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선진 주요 7개국) 정상회의의 성과를 종합하면 G7 정상회의의 ‘경제 나토(NATO)화’가 완성된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번 정상회의는 미·중 간 2차 냉전이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에 개최된 만큼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위한 2대 전략으로 추진 중인 대중 첨단기술 봉쇄를 위한 동맹 전략인 ‘재세계화(re-globalization)’와 중국과 러시아의 지정학적 군사 도발들을 동시에 견제하기 위한 ‘이중 봉쇄(dual containment)’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재세계화와 이중 봉쇄에 대한 주요 7개국 정상들의 지지는 공동 성명, 별도 성명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의 탈(脫)중국화를 위한 외교협의체 신설 등을 통해 확인된다.

재세계화에 대한 지지는 별도 성명에 담겼다. 별도 성명은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으면서도 그 대상이 중국임을 알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중국의 경제적 위압에 대해 선진 7개국 모두 공동 대응을 하겠다는 정상들의 다짐을 담고 있다. 첨단기술들에 대한 중국의 봉쇄를 위해 동맹들을 하나로 묶어 신경제질서를 구축하겠다는 미국의 재세계화 전략에 대해 확고한 지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와 함께 별도 성명에는 태양광 패널 세계 시장 1위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패널용 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한 연계를 강화하고,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의 필수 소재인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를 완화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정상들은 첨단기술 분야 핵심 광물에 대한 높은 중국 의존도로는 고조되는 경제안보 리스크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상들이 이 같은 별도 성명을 통해 경제적인 취약성을 이용해 자원을 무기화하고 무역과 투자를 제한함으로써 각국의 외교와 국내 정책을 손상시키는 중국의 경제적 위압이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자제를 촉구했다.

별도 성명은 또 대중 전략의 일환으로서 ‘글로벌 사우스’로 불리는 남반구의 신흥 개도국들에 대한 지원 강화 방안도 담았다. 중국은 최근 10년간 아프리카, 태평양 도서국, 중남미에 대한 지원에 힘쓰면서 이들 국가에 군사기지를 마련하는 등 우군 확보에 노력해 왔다.

정상회의는 또 중국의 첨단기술 패권 확보 저지를 위한 미국의 동맹 전략인 재세계화의 성공을 위해 글로벌 공급망의 탈(脫)중국화 강화를 목표로 한 선진 주요 7개국의 외교당국 간 새로운 협의체를 신설하는 데 합의했다.

이중 봉쇄에 대한 G7 정상들의 지지는 공동 성명에 중·러를 겨냥해 “규범에 근거한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를 견지하고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음으로써 반영했다.

G7 정상회의가 이처럼 미국의 대중 패권 2대 전략인 재세계화와 이중 봉쇄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참여를 선언했다는 것은 G7 정상회의가 미국이 대중 경제 봉쇄를 위한 컨트롤타워로서 필요로 해왔던 ‘경제 나토’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G7 정상회의는 ‘경제 나토 본부’로서뿐만 아니라 대만에 대한 강제 복속 위협과 우크라이나 침공 등 중국과 러시아에 의한 지정학적 군사 위협과 도발을 저지하기 위한 ‘이중 봉쇄 본부’도 겸할 수 있음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와의 2차 냉전에서 자유주의 진영의 승리를 책임지는 총사령부가 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평가는 G7 정상회의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청해 확대 정상회의에 참석하게 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지원을 통해 대러 봉쇄를 본격화할 것임을 분명히 한 데 이어 바이든 미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에게 F-16 전투기 조종훈련을 승인함으로써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데서도 확인된다.

G7 정상회의는 또 ‘핵 군축에 관한 G7 정상 히로시마 비전’이라는 제하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정상들은 이 성명을 통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주요 7개국 정상들은 회의 첫날인 19일 발표한 ‘핵 군축에 관한 G7 정상 히로시마 비전’이라는 제하의 공동 성명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은 핵 비확산 없이는 달성될 수 없다”며 “우리는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북한의 핵무기와 기존 핵 프로그램, 기타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포기라는 목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거듭 강조한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이어 “우리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 등 불안정을 야기하거나 도발적인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아래서 핵보유국의 지위를 가질 수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상들은 마지막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한 모든 국가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완전하고 철저하게 이행하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공동성명과는 별도로 발표된 이번 성명은 중·러와 이란을 향해 각각 NPT 의무 준수와 핵무기 개발 확대 중단을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G7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G7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한편 이번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5월 21일 김건희 여사와 함께 기시다 총리 부부와 공동으로 한국인 원폭희생자위령비를 찾아 참배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와 함께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불법적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조와 인도·태평양 전략 등 3국 협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논의했다. 3국 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프놈펜 아세안정상회의 때 열린 이후 6개월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용기 있게 노력한 데 대해 찬사를 보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두 정상을 워싱턴DC로 초대하면서 “여러분의 노력으로 우리 3국의 파트너십과 인도·태평양 전략이 더 강해졌다”고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중 봉쇄에 참여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5월 21일 히로시마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지뢰제거 장비, 긴급후송 차량 등 현재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물품을 신속히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우수한 한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해 우크라이나의 신속한 전후 복구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지속해 나가기로 한다는 데 합의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G7 정상회의가 미국의 재세계화와 이중 봉쇄를 지지하는 공동 성명과 별도 성명 등을 내놓은 데 대해 거세게 반발했다. 중국의 경우 대만 내 독립 세력에 대한 G7의 묵인과 지지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충격을 줄 뿐이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등 경제 무역을 무기화하는 미국이 진정한 협박자라고 비판했다.

러시아의 경우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직접 나서서 G7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를 경고한 것은 중·러에 대한 이중 봉쇄로서 선전 포고라며 확고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어 그루슈코 외무차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에게 F-16전투기 조종훈련을 승인한 것과 관련해 서방이 F-16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경우 엄청난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G7 정상회의가 이처럼 중국과 러시아가 이끄는 권위주의 진영과의 2차 냉전에서 자유주의 진영의 총사령부 역할을 시작함에 따라 앞으로 재세계화와 이중 봉쇄를 중심으로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도 중·러의 경제 지원에 보상하는 차원에서 대남 핵무기 위협과 ICBM 시험 발사 등의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한국은 히로시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역설적으로 자체 핵무장 준비의 필요성이 더 커지는 정세 변화에 직면할 수 있다. G7 정상회의의 경제 나토화는 역내 자유주의 진영 국가들을 상대로 한 중·러의 핵위협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다. 히로시마 비전의 경우 김정은에게 두려움을 느낄 만큼 준엄하게 핵무기를 포기할 것을 요구하지 못하고 있어 북한의 대남 핵위협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점에서 북·중·러에 의한 3중 핵위협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 한국의 자체 핵무장 필요성은 더 커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교관 CNBC KOREA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