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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끝나지 않은 금융 혼란...최후의 승자는 초대형 은행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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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끝나지 않은 금융 혼란...최후의 승자는 초대형 은행들인가

중소 은행 합병 통해 몸집 불리기…초대형으로 쏠림 현상 가속화 예상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 체이스 뉴욕 본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 체이스 뉴욕 본사. 사진=로이터
미국과 유럽에서 금융 혼란 사태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 지역 은행이나 중소 은행의 주가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을 계기로 예금주들이 중소 은행에서 예금을 대량으로 찾아가 대형 은행으로 옮기고 있다. 미국과 글로벌 금융계에서 은행에 대한 불신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의 혼란 사태가 어떻게 종결되든 ‘너무 규모가 커서 망할 수 없는’ 소위 ‘대마불사’ 은행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후 파이낸스는 26일(현지시간) “월가의 최고 강자들은 금융 혼란 사태로 큰 상처를 입지 않았고, 궁극적으로 더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고객들이 안전을 고려해 망할 수 없는 은행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는 6대 은행을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로 지정했다.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웰스파고,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이 SIFI이다.

1일부터 24일까지 미국 주식시장에서 주요 은행주를 모아놓은 KBW 나스닥 은행 지수는 28.3% 하락했다. 미국 중소형 지역 은행 주식을 주로 편입한 아이셰어즈(iShare) 미국 지역 은행 상장지수펀드는 31.84% 떨어졌다.

위기설에 휩싸인 실리콘밸리의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주가 지난 1일 122.5달러에서 24일 12.36달러로 89.91% 폭락했다. 트레이크시티에 본사를 둔 자이언스뱅코프(-43.99%), 댈러스의 코메리카(-42.84%) 등 미국 지역 은행들 역시 낙폭이 컸다.

지난 1개월 사이에 팩웨스트는 59.9%, 웨스턴 얼라이언스는 51.3%가 빠졌다.

대형 은행들의 주가도 10% 넘게 하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20.5%, 씨티그룹-16.29%, 모건스탠리는 -12.72%를 기록했다.

미국인들이 중소 은행에 예치했던 수백 조 원의 예금을 더 안전하거나 수익률이 높은 금융기관으로 옮기고 있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에 따르면 최근 2주 동안 5500억달러(약 716조원)가 작은 지역 단위 은행에서 대형 은행과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이동했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는 SVB 붕괴 이후 2주 동안 주로 저위험 증권에 투자하는 뮤추얼 펀드의 일종인 MMF에 거의 2400억달러가 유입됐을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에서 SVB 시그니처은행이 붕괴한 1주일 사이에 은행권 예금 984억 달러(약 128조 원)가 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에 따르면 지난 15일을 기준으로 1주일 사이에 은행권 예금이 172조 5000억 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그 전주에 비해 984억 달러가 줄어든 것으로 지난 1년 사이에 최대 주간 인출 규모이다.

특히 SVB 파산을 계기로 지역 은행이나 중소 은행에서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5일을 기준으로 1주일 동안 중소 규모 은행에서 예금이 1200억 달러가 줄었으나 25개 대형 은행 예금은 670억 달러가 늘었다. 9~15일까지의 1주일은 SVB와 시그니처은행이 붕괴했던 시기다.

CNBC는 25일 “중소 은행에서 JP모건체이스와 같은 대형 은행으로 예금 이동이 최근 들어 둔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BC는 “지난 16일을 기점으로 중소 은행 예금 인출 사태가 진정되는 경향이 나타났으나 현재 상황이 유동적이어서 언제든 다시 예금 대량 인출이 재개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야후 파이낸스는 미국의 은행권이 최근 금융 혼란 사태로 인해 또 한 번 중대한 전환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은행이나 중소 은행이 앞으로 계속해서 문을 닫거나 인수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울 것이라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그 사이에 초대형 은행은 지금보다 더 자산 규모가 늘어나게 된다.

야후 파이낸스는 지난 30여 년 사이에 미국에서 지역 은행이나 중소 은행이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지급을 보증하는 상업 은행 숫자가 1990년대 초에는 1만 개에 달했으나 현재 4700개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