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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행에 불어닥친 신용 불안…도이체방크 주가 5개월 만에 최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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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행에 불어닥친 신용 불안…도이체방크 주가 5개월 만에 최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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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하락한 도이체방크. 사진=로이터

유럽과 미국 증시에서 신용 불안에 따른 은행주에 대한 매도 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24일(현지 시간) 유럽 시장에서 도이체방크의 주가가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스위스 금융 대기업 UBS의 크레디트스위스그룹 구제금융 인수 이후에도 금융시스템 불안 확산과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전날보다 0.796유로(9%) 하락한 8.54유로에 마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회사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을 반영한 신용부도스왑(CDS) 5년물 금리는 2.2%를 웃돌며 지난 22일 1.42%에서 상승해 201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은행주로 구성된 스톡스600 은행지수는 4% 하락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의 경영 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2월 말 대비 20% 하락했고, 24일에는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과 영국 스탠다드차타드가 6%, 독일 코메르츠방크가 5% 하락했다.

미국 증시에서도 은행주들의 불안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데, 24일 경영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의 주가는 1% 넘게 하락했다.

은행 주가가 하락세를 멈추지 않는 것은 투자자들이 신용 불안이 더 커질까봐 겁을 먹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몇 주 안에 부동산과 자동차 금융 시장을 포함해 뒷받침이 부족한 신용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국 모건스탠리의 그레이엄 세커 주식전략가는 지적한다.

골드만삭스의 릴리아 페이타빈 시장전략가도 "통화 긴축이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투자자들은 (경기변동에 영향을 덜 받는) 방어주에 비중을 높여야 한다"며 위험회피를 촉구하고 있다.

스톡스600 은행 지수는 지난 2월 약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은행 실적 개선을 기대하며 투자자들이 보유량을 늘렸기 때문에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기 쉬운 상황도 있다.

유럽 당국은 고객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는 24일 도이체방크에 대해 "매우 수익성이 높은 은행이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의 2022년 12월 결산은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이전에는 경영 불안도 있었지만,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수익구조가 개선됐다.

현재 은행업에 대한 불안감은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측면이 크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SVB 파산 이후에도 금리인상을 지속하기로 결정했고, 24일 발표된 미국과 유로존의 3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도 개선세를 이어가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추가 긴축에 대한 경계감으로 투자자들은 은행주 보유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 구제금융 인수를 둘러싼 당국의 대응도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발행하는 자본성 채권인 AT1 채권을 무가치하게 만든 여파로 다른 은행들이 발행하는 AT1 채권의 수익률도 향후 손실 발생 우려로 인해 상승했다. 리파이낸싱 시 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져 은행 실적을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한 UBS 주가도 4% 하락했다. 미 법무부가 러시아 재벌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양사를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거액의 벌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