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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크레디트스위스 위기 봉합됐지만 불확실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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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크레디트스위스 위기 봉합됐지만 불확실성 '여전'

유럽 증권시장 초토화
증시 약세장 랠리 지속
결국 경기침체로 갈 것

크레디트 스위스(CS) 본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크레디트 스위스(CS) 본사. 사진=로이터
지난 19일 스위스 1·2위 은행인 UBS와 크레디트 스위스(CS) 간 인수합병이 발표됐다. CS의 주식 22.48주당 UBS 주식 1주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합병이 진행됐다.

그러나 시장 불안은 끝나지 않았다. 우선 UBS와 CS 간 인수합병 과정에서 신종자본증권인 AT1(코코본드) 채권 문제가 불거졌다. 인수합병 도중 CS가 발행했던 AT1 채권을 전액 상각 처리하기로 했다.
문제는 지금까지 AT1 채권이 주식보다 선순위 자산으로 여겨졌다는 점이다. AT1 채권은 유럽에서만 2750억 달러(약 360조원) 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번 AT1 채권 전액을 '0'으로 만든 결정으로 유럽 은행들의 채권 시장이 뒤집어질 수 있다. JP모건은 지금까지 대다수 은행의 AT1 금리가 연 8~10%였는데 앞으로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합병으로 앞으로 은행권의 자금 조달 비용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걸프 투자자들의 CS 관련 손실


2022년 CS는 주요 걸프 은행과 사우디 국립은행(SNB), 카타르 투자청(QIA), 사우디 올라얀 그룹과 같은 국부 펀드를 포함한 아랍권 투자자들로부터 약 40억 달러(약 5조2344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20일 CS의 최대 주주였던 SNB는 이번 CS의 강제 인수합병으로 투자금의 약 80%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SNB는 지난해 11월 15억 달러(약 1조9617억원)를 투자해 CS 지분 9.9%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 조건에 따라 UBS는 CS 주주들에게 주당 0.76프랑을 지급하게 되었으며, SNB는 고작 4개월 만에 금액으로 따지면 10억 달러(약 1조3079억원) 이상의 손해를 보게 되었다.

CS의 2대 주주인 QIA 또한 CS의 지분 6.8%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인수합병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다만 지난주부터 시작된 급속한 CS의 매각은 부분적으로 SNB의 잘못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5일 SNB 회장 암마르 알쿠다이리는 인터뷰에서 "여러 이유로 CS 지분을 절대로 늘릴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이러한 발언은 투자자들의 공황을 유발해 CS의 매도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QIA는 CS와 관련한 또 다른 문제가 있다. QIA는 CS가 2034년까지 임대 계약을 맺은 캐벗 스퀘어 1을 직접 소유하고 있으며, 런던 동부 금융지구의 나머지 대부분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임대주인 카나리아 워프 그룹의 지분 절반을 소유하고 있다.

이 지역의 공실률은 약 15%로, 만약 CS가 캐벗 스퀘어 1에서 나간다면 공실률이 17%까지 올라가는 등 부동산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위스의 불공평한 '스위스 예외주의'


UBS와 CS의 강제적인 인수합병은 또한 스위스가 투자자들에게 안전한 투자처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스위스는 은행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주말 동안 긴급 입법을 통해 UBS와 CS의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스위스 정부는 공개 시장의 두 가지 주요 측면인 경쟁법과 주주 권리 무효화에 관여했고, 이후 AT1 채권 보유자는 170억 달러 상당의 채권 가치가 증발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AT1 채권은 은행의 보통주 1종 자본 비율이 7% 미만으로 떨어지면 자산 가치가 자동으로 '0'으로 상각되고 AT1 채권이 보통주로 전환돼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는 신종 자본 증권이다.

그러나 스위스의 UBS와 CS가 발행한 AT1 채권은 유럽에서 '유일'하게 AT1 채권이 주식으로의 전환이 아닌 완전한 소멸을 허용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이번에 밝혀졌다. 즉, 이번 AT1채권 소멸 사태는 스위스의 예외조항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비록 조항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고 할지라도 스위스 예외주의의 이 극명한 예는 채권 보유자가 주주보다 우선한다는 일반적인 규칙에서 벗어난 것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제이콥 키르케고르 선임 연구원은 "이 사건으로 인해 많은 소송이 제기될 것이며, 이는 스위스 당국의 변덕스럽고 이기적인 행동을 부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로펌도 채권 손실과 주주 권리 무효화 문제와 관련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은행 위기는 봉합됐지만…은행발 경기침체 가능성 여전히 높아


은행권 위기는 이번 CS 인수합병으로 봉합되는 듯 보이지만 월가에서는 지속적인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결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JP모건은 이날 트레이딩 노트를 통해 "증시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어려워졌다"며 "잠시 오른다고 해도 약세장 랠리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 수석전략가는 "지속 불가능한 투기 분위기 및 긴축 정책이 계속되면서 '민스키 모멘트'가 임박했다"고 전망했다. 민스키 모멘트는 경기 호황이 끝나고 부채 누적과 투기가 임계점을 지나면서 자산이 갑자기 붕괴하고 경제 위기가 닥치는 시기를 말한다.

특히 미국에서 중소형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은행권에서 경쟁적인 대출 축소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없어도 금리를 25~50bp 인상하는 영향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연초부터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하겠다고 한 상황이며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상황인데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지 못한다면 이조차 올리지 못할 정도로 금융 환경이 악화했다는 것을 연준이 시인하는 꼴이 된다. 그렇다고 금리를 인상하자니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주가가 하루 동안 47% 급락하는 등 아직 금융권이 불안정하고 대출 환경이 악화되는 등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어 결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