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연준은 이번에 긴축 통화 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지 결정한다. AP통신·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 시간) 연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이번에 금리를 동결해야 할 이유가 쌓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글로벌 금융 혼란보다는 인플레이션 통제를 우선시하면 이번에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글로벌 금융 시장의 안정이 인플레이션보다 더 시급한 현안이라고 연준이 판단하면 일단 금리를 동결하게 된다. 연준이 지난해 3월부터 4.5%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려 SVB와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하는 데 일조했고, 추가로 금리를 올리면 미국과 다른 나라에서 파산하는 은행이 속출할 위험성이 그만큼 커진다.
월가는 대체로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한다. 로이터통신이 82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6명이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 다수의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3월 회의에 이어 5월 2, 3일에 개최하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0.15%포인트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20일 오후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76%, 동결 가능성이 24%가량으로 나타났다. 불과 하루 전에는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 62%, 동결 가능성 38%로 집계됐다.
로이터는 “문제는 고물가·고금리 사태 장기화로 미국과 다른 나라의 금융 시스템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고금리로 인한 은행의 스트레스가 감춰져 있다가 이번에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지난해 중반부터 미국 은행에서 예치금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금리 연쇄 인상으로 은행의 자산이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SVB 파산으로 지방 은행과 중소 은행의 건전성에 의문이 제기됐고, 현재 이들 은행에서 뱅크런(무더기 예금 인출 사태)이 진행되고 있다. 예금주들은 이들 은행에서 돈을 빼 ‘규모가 너무 커서 망할 수 없는’ 소위 ‘대마불사(大馬不死)’ 대형 은행으로 달려가고 있다.
연준은 대마불사 은행이 아닌 지역 은행이나 중소 규모 은행이 뱅크런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몰리지 않도록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AP통신에 따르면 연준이 지난 16일까지 민간 은행에 공급한 유동성 규모가 3000억 달러(약 392조55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연준이 대출해준 1110억 달러를 크게 넘어서는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이다.
미국의 시중 은행들은 연준의 대출기구인 할인창구(discount window)와 지난 12일 신설된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 Bank Term Funding Program)을 통해 긴급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연준은 SVB와 시그니처은행 파산 후 BTFP를 새롭게 개설해 금융기관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BTFP는 은행과 저축은행, 신용조합, 기타 적격 예금기관에 최장 1년간 대출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연준은 또한 일반 은행에 대한 감독권을 통해 대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대형 사모펀드 아폴로(Apollo)의 토르스텐 스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NYT에 “연준이 대출 규제 강화로 1.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은행이 대출을 줄이면 개인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줄어 경기 둔화를 촉진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경기 침체 진입에 가속도가 붙는다. 연준은 또 캐나다, 영국, 일본, 스위스 중앙은행, 유럽중앙은행(ECB)과 달러 스와프를 대폭 확대해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긴급 합의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