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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佛 연금개혁안 진통…전세계 ‘연금생활 기간’ 비교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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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佛 연금개혁안 진통…전세계 ‘연금생활 기간’ 비교해보니

사우디 26년으로 가장 길어…남아共 2년으로 가장 짧아…프랑스 15년, 한국 18년



프랑스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안이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알자리라가 전세계 나라의 ‘은퇴 후 연금으로 사는 기간’을 비교분석했다. 사진=알자지라이미지 확대보기
프랑스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안이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알자리라가 전세계 나라의 ‘은퇴 후 연금으로 사는 기간’을 비교분석했다. 사진=알자지라

프랑스 사회가 정년 문제로 요동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정년을 늘리는 내용의 연금개혁안을 밀어붙이면서 야권이 정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이 애초에 연금개혁안을 제시했을 때부터 벌어진 반대 시위가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 표결 절차를 건너뛰면서까지 강행 처리한 것을 계기로 더욱 격화되는 등 프랑스 사회가 격랑에 휩싸였다.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 진행된 대규모 연금개혁 반대 시위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외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16일(이하 현지시간) 의회 표결 없이 정부가 입법을 강행할 수 있도록 한 프랑스 헌법 49조 3항을 발동했다. 의회 표결을 생략하고 총리 책임 하에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행정부에 특별 권한을 부여한 조항이다.

마크롱이 밀어붙인 문제의 연금개혁안은 근로자의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오는 2030년까지 64세로 2년 연장하는 것이 골자. 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총 근로 기간을 오는 2027년부터 현재보다 1년 늘어난 43년으로 늘리는 대신 최저 연금 수령액을 월 1200유로(약 166만원)로 끌어올리는 내용이 함께 담겼다.
한마디로 나라에서 받을 수 있는 연금을 받는데 필요한 근로 기간을 늘리는 대신 연금 수령액을 올린 셈이다.

그러나 정년을 늘리는 문제와 이와 직결돼 있는 연금 개혁 문제는 프랑스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프랑스를 비롯해 인구 노령화 문제로 향후 연금 재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나라가 한두곳이 아니라서다.

최악의 저출산 및 인구노령화 국가로 꼽히는 한국을 비롯해 인구가 노령화된 국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동권 유력매체 알자지라가 주요 국가들의 정년과 기대수명을 파악해 비교한 결과를 16일(현지시간) 내놨다. 퇴직한 뒤 연금을 받으면서 여생을 즐길 수 있는 기간이 나라마다 어떻게 다른지 들여다본 셈이다.

분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으로 따라 지난 2020년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이뤄졌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현재 기준 실제 정년과 실제 기대수명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프랑스 국민 정년 후 여생 ‘15년’


알자지라가 적용한 정년은 근로자가 22세부터 고용시장에 참여해 정년을 맞은 경우를 가리킨다.

알자지라의 분석에 따르면 일단 프랑스의 경우 정년을 맞은 뒤 평균 기대수명을 다 할 때까지의 기간이 남성을 기준으로 할 경우 15년인 것으로 파악됐다. 프랑스 남성의 기대수명은 79.76세를 적용했다. 프랑스 여성의 경우는 이보다 긴 21년으로 나타났다.

마크롱 정부가 이번 연금개혁안을 통해 정년을 더 늘리려는 이유는 고용 인구를 최대한 유지해 앞으로 국민연금 재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동안 프랑스에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은 정년이 늘어나는 것에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하다. 오히려 정년이 이를수록 좋다는 의견이 다수다. 마크롱 연금개혁안에 대한 반대 시위가 격화되는 근본적인 배경이다.

◇은퇴 후 여생 가장 긴 나라는 ‘사우디’…가장 짧은 국가는 ‘남아共’


편의상 남성을 기준으로 할 경우 전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은퇴 후 여생을 비교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그 기간이 가장 긴 나라는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전체적으로 기대수명이 길어 은퇴 후 연금 생활 기간 역시 남성에 비해 긴 것으로 조사됐다.

사우디 남성 국민의 정년은 47세에 불과하지만 평균 기대수명은 73.11세여서 은퇴 후 여생이 자그마치 26년인 것으로 분석됐다.

은퇴 후 생을 마감할 때 까지, 즉 정년 후 바로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할 때 연금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이 정년 조정 문제로 시끄러운 프랑스보다 11년이나 긴 셈이다. 사우디 여성의 경우는 29년이었다.

여성만을 따질 경우 연금 생활 기간이 가장 긴 나라는 튀르키예로 32년이었고 사우디가 그 뒤를 이었다.

반대로 퇴직 후 여생이 가장 짧은 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인 것으로 조사됐다. 60세에 정년을 맞고 기대수명이 62.2세여서 고작 2년에 불과했다. 다만 남아공 여성의 경우에는 8년이어서 큰 차이가 났다.

이밖에 러시아(7년), 라트비아(7년), 루마니아(7년), 리투아니아(7년), 불가리아(7년), 멕시코(8년), 아르헨티나(9년), 헝가리(9년), 폴란드(10년), 미국(10년)도 은퇴 후 여생이 짧은 국가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옛 소련 체제에 속한 국가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이목을 끈다.

◇한국의 은퇴 후 여생 18년…일본보다 2년 길어


사우디 다음으로 퇴직 후 여생이 긴 국가는 트뤼키예(24년), 이탈리아(19년), 룩셈부르크(19년), 한국(18년), 스위스(17년), 그리스(17년), 슬로베니아(17년), 일본(16년), 코스타리카(16년), 스웨덴(16년), 스페인(16년), 캐나다(15년), 뉴질랜드(15년) 순으로 분석됐다.

한국보다 먼저인구노령화가 진행돼 세계 최장수 국가로 널리 알려진 일본의 은퇴 후 여생 기간이 한국보다 2년 짧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 이목을 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세계적인 저출산 국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으나 일본의 정년이 지난 2013년 65세로 높아진데 비해 한국의 정년은 현재 60세에 머물고 있는 것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이는 공식적인 법규를 적용한 경우이고 실제 은퇴 시점은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감안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통계청이 지난 2021년 발표한 바에 따르면 취업 경험이 있는 55~64세까지 고령층 인구가 가장 오래된 일을 그만둔 평균 연령은 49.3세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